[20대 대선 이후 진보의 길] 세계 경제 전망, 그리고 연대와 회복력의 경제

민중의소리 창간 22주년 기획 릴레이 기고⑩

편집자주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그간 어렵게 진전시켜온 민주주의마저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인사와 정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언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크게 변하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 고민이 많을, 더 많은 민주주의와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는 이들에게 전하는 제언을 연재기고로 담았습니다. 노동, 기후, 젠더 등의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와 정치, 경제, 사회에 걸친 전문가의 기고가 이어집니다. 이번 새로운 상상과 진보의 성장에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벌리힐스 거리의 코로나19 벽화 앞에 앉아 있는 한 시민 (2020.12.9) ⓒAP

위기와 대전환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 경제, 보건 위기가 그것이고 중국의 부상은 두 체제의 격돌 위기이다. 기후변화는 가속화하고,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으며,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 전쟁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의 국가주도적 경제체제는 미국 중심의 기존 자본주의 질서와 충돌한다.

그런데 위기는 변화를 수반한다. 이른바 대전환이다. 사람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에너지대전환, 급속히 진행되는 디지털대전환, 급기야 새로운 체제의 도래를 의미하는 자본주의대전환을 얘기한다. 우리는 대전환의 중요한 시대에 사는 것이다. 역사 이래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언제 있었겠느냐마는 지금이야말로 대전환의 중요한 시대이다.

사실 COVID19의 대유행은 이러한 위기를 악화시키고 전환을 가속화했다. 그것은 소득 불평등뿐만 아니라 의료, 디지털기술, 사회보장에 대한 접근이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불평등함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비정상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공급망은 막대한 에너지 활용과 증가하는 배출량을 감내하면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다시 기후변화를 심화시키고 기본 에너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의 불평등 또한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모두 경험하였듯이 디지털전환은 팬데믹을 계기로 더욱 빨라졌다.

시스템의 회복력과 고난의 시대

하지만 위기와 대전환의 길목에서 우리의 세상은 그 취약함을 드러내었다. 특히 팬데믹과 같은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다시 원래 궤도로 복귀하려는 시스템의 회복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글리츠(J.E. Stiglitz)는 현재 회복력 부족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와 그것이 뒷받침하는 정책 틀의 근본적인 실패가 있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효율성과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기업에 기반하고 있다. 그들은 가장 저렴한 곳에서 구매할 뿐, 위험을 대비하는 데 지불하지 않는다. 또한 시장은 기본적으로 근시안적이며 금융화로 인해 그 시계가 더욱 짧아졌다. 그들은 막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주요 위험, 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위험은 고려하지 않는다. 회복력이 취약한 시스템은 세계화와 자유, 개인주의와 경쟁에 기반한 신고전파경제학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이제 고난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긴축통화정책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노동자, 서민들에게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올 것이다. 직면한 인플레이션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 등 그동안의 팽창적 통화정책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의 약화와 공급망 위기 그리고 전쟁 등 공급측 요인에 촉발되었다. 양적완화 자체도 사실 서민,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아니었지만(양적완화가 가져온, 실물경제와 유리된 자산가격 상승을 생각해보라. 사회를 위한 진정한 양적완화를 주장한 People's QE, Green QE 등 주장의 배경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은 통화긴축과 금리상승이라는 수요측 요인의 정책일 것이고 이것은 다시 노동자, 서민들에게 경제적 질곡으로 다가올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관련 기자회견 중인 모습. (자료 사진) ⓒ뉴시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여러 정책들을 시행하였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을 지출하였고 그 결과 미국경제는 다른 나라보다 덜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험하였다.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BBB(Build Back Better) 계획과 그린 뉴딜(Green New-Deal) 계획은 사회보장‧인프라 확충,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사회불평등 해소 등의 핵심목표를 지닌 총체적 사회개혁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부채 증가를 관리할 수 있는 미국만이 가능한 계획일 뿐 가난한 국가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일부 국가에서는 GDP가 10% 이상 하락했으며 특히 최빈곤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재정투자에 소극적이었거나 막대한 공공부채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엔 아시아 태평양 경제 사회 위원회(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는 위기 이후 K자형 회복을 언급하며 포용적이고 친환경적인 체제건설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 위기로 인한 장기적인 피해를 고려할 때, 회복 패키지는 경제를 보다 포용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나아갈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건강 및 사회 보장제도 강화에 투자하고 사람들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며 공공 및 민간 투자를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유도하기 위해 녹색 인프라를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환경-사회-지배구조의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원칙의 통합과 함께 소위 녹색 회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가히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할 만한 대규모 사회전환은 정부가 주도하더라도 정부만 해서는 달성불가능하다. 대전환의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과거 20세기 초중반 뉴딜정책의 성공은 포디즘체제의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생산양식의 변화와 더불어 계급 간 타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려할 것은 디지털 전환을 겪는 지금은 계급적 타협의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에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계급 간, 계층 간, 그리고 시민사회와 이해관계자 간 다양한 연대가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에 맞선 연대의 정신과 참여는 시스템의 회복력을 복원시키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다.

굴뚝에서 연기를 뿜으며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pixabay

연대와 참여의 경제

연대와 참여가 필요한 영역은 다양하다.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적 여건과 백신 등의 세계적인 불평등에 맞선 사람들은 새로운 국제적 규범을 확립하고 이를 일국의 정책과 조화시키려는 국제적인 연대의 노력이 필요함을 호소한다.

또한 대전환의 시기, 세대 간 연대의 관점은 보험료율 조정과 같은 연금개혁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의 한정된 자원을 세대 간 어떻게 배분하여 지속 가능한 재정과 경제를 만들어가느냐 하는 지점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ESG가치의 실현은 기업과 자본시장에만 맡겨두어서는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환경 등의 사회적 가치에 동의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연대, 그리고 의사결정 없이는 그것은 하나의 이윤추구수단에 지나지 않는 소위 그린워싱에 머물 것이다.

양극화와 사회복지제도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공공부문과의 협력을 통하여 견제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협동조합 등 사회연대경제의 존재도 갈수록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새로운 정부는 아직도 민간자율, 규제완화 등의 낡은 사고에 머물러있는 듯 보인다. 다양하고 예측불가능한 충격에 강한,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경제는 그 오래된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정부는 앞장서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연대를 끌어내는 관점이 필요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상투적인 말이 잘 어울리는 시기인 만큼 새로운 체제로의 도약에 새 정부가 힘써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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