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이후 진보의 길] 윤석열 시대 아닌 노동의 시대를 위해

민중의소리 창간 22주년 기획 릴레이 기고④

편집자주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그간 어렵게 진전시켜온 민주주의마저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인사와 정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언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크게 변하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 고민이 많을, 더 많은 민주주의와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는 이들에게 전하는 제언을 연재기고로 담았습니다. 노동, 기후, 젠더 등의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와 정치, 경제, 사회에 걸친 전문가의 기고가 이어집니다. 이번 새로운 상상과 진보의 성장에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노동 없는 대선이 끝나고 윤석열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주요 쟁점이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였던 것을 상기해보면 이번 대선에서 노동 키워드는 찾기 어려웠다. 그 이유를 먼저 짚어 보아야 향후 5년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

먼저, 유력 후보 모두 경제문제의 해법으로 노동을 주목하지 않았다. 이는 윤석열 당선자의 최저임금 발언, 민간주도 일자리정책이나 이재명 후보의 비정규직 수당 등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채워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기업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나 노사관계는 경제(라 쓰고 기업경영이라 읽는)의 하위개념으로 인식한 결과다.

또한, 정치가 노동자 민중을 향하지 않고 기득권 이전투구에 매몰된 결과다. 고민의 출발이 노동자 민중의 삶이 아닌 이들의 정책은 본질을 비껴가고 울림이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대장동이 누구 것인지, 후보 부인의 행실이 어떠한지가 아니다. 코로나19, 산업전환, 기후위기의 삼중고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답은 없었다.

이렇게 대선은 끝났고, 우리는 소위 윤석열 시대를 맞는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경총 제안서로 압축할 수 있다. 경총은 당선자와 경제단체 간담회 후 경영계의 요구를 담은 제안서를 인수위에 전달했다. 그 내용은 실로 경악스럽다. 재벌의 족벌경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상속세 인하와 친족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부의 집중과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법인세 감면 등을 요구한다. 거기에 더해 파업시 대체인력 허용이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삭제, 취업규칙 개정시 노동자 동의 삭제 등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에 정면 도전한다. 임금 노동자 절반이 비정규직인데 기간제법 2년 상한을 4년으로 늘리고, 파견업종을 확대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의 목숨값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완화 주장은 화룡점정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이에 화답해 ‘모래주머니를 제거해 주겠다’며 핫라인 개설을 운운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이전의 과정을 보며 어떤 이는 문재인은 5년 동안 못한 것을 윤석열은 한 달 만에 한다며 ‘화끈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화끈함이 노동개악에도 적용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한동훈의 법무부 장관 지명이나 최근 행보를 보면 개연성은 충분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4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노동기본권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부터 발효된 결사의 자유·강제노동 금지에 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건에 맞춰 노동조합법 개정을 요구했다. 2022.4.20 ⓒ뉴스1

경제정책 방향 전환과 완전한 노동3권 보장 위해 투쟁해야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첫째, 경제정책의 방향설정과 공공성 확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기업중심의 성장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각종 사회안전망은 부족하다. 빠르고 높은 경제성장과 함께 준비되었어야 할 복지기반은 부실한 상황인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흐름이었던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는데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는 다시 신자유주의를 외치고 있다. 규제 완화와 공기업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는 우리 사회를 비정규직 천만시대로 만들고 극단적 양극화의 불평등으로 몰아넣었는데 그 길을 다시 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투쟁해야 한다. 경제성장이 모두를 잘 살게 하는가? 라는 물음 말이다. 공공성의 강화 없이 노동자 민중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

둘째, 공공중심의 일자리 정책을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유지되거나 소폭 상승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비판하듯 주40시간 노동하는 안정적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단시간 단기간 등 비정형 노동이 증가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해 공공부문 노동자의 비율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말하고 공무원 숫자를 줄이겠다는 움직임이다. 구직포기자를 포함한 청년실업률이 19%에 이르고 있는 조건에서 과연 적절한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제조업의 좋은 일자리라 할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한해 2~3000명씩 정년퇴직을 하고 있는데 신규채용은 전혀 없는 조건에서 민간 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허상에 불과하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삼성반도체에 직간접으로 쏟아부은 예산을 공공부문 일자리에 썼다면 결과는 다를 것이다. 공공이 선도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이것이 민간까지 확대되도록 정부가 정책적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다변화하는 고용형태를 준비하기 위해 폭넓은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인수위가 들어서고 부산의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사업자로 규정해 공정위에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상적이라면 사용자가 장비도 사고, 비용도 지불하는 것이 옳으나 이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여 특수고용이라는 희한한 고용형태가 탄생했다. 그런데 이제는 노동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고,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단순히 노동조합을 결성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최소한의 노동기본권 보장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노동자에게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전 세계 어느 곳에도 노동조합법이 3개나 되는 나라는 없다. 공무원과 교사에게 적용되는 노동조합법을 구분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플랫폼특별법까지 만들어 또다시 노동권을 제약하려는 시도에 모두가 함께 맞서야 한다. 그래야 변화하는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자들이 맞설 수 있는 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 모두에게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은 전환기 노동의 핵심적 과제다.

넷째, 갈등·고립·압살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에 대한 태도는 그들 스스로가 노동존중이라고 한 것과는 별개로 지배·개입·포섭 전략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어떠할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기성세대와 MZ세대를, 남성과 여성을, 공공과 민간을 갈라치고 민주노총을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당선자와 국민의힘의 노골적 반감은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한국노총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노동에 대해 인색하지 않음을 포장할 것이고, 민주노총은 과격불법집단으로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싸우지 않으면 결국 각개격파 당하고 말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가오는 5년을 윤석열 시대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윤석열 시대라 규정하는 것은 결국 저들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에 골몰하고, 수세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의 전환기를 노동의 시대로 규정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래야 공세적 투쟁이 가능하며 우리의 요구를 쟁점화하고 관철할 수 있다.

노동중심성을 명확히 한 산업전환, 기후위기 극복을 과제로 광범한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 110만에 이르는 민주노총의 힘은 크지만 충분치 않다. 더 많은 시민사회, 민중진보진영과 튼튼한 연대를 구축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진보정치의 단결을 도모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환기를 경과한 이후의 사회는 어떠할 것인가, 우리가 상상하고 실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 시대의 노동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시대 윤석열 정부와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새 정부를 투쟁으로 맞이하자는 구호를 들고 노동의 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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