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CCTV’ 조선일보 유출 사건, 경찰 수사는 5개월째 지지부진

건설노조 “철저한 수사, 책임자 처벌 촉구”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대장의 유가족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의 ‘건폭몰이’ 수사 대상이 되어 구속 기로에 서있던 건설노동자의 분신 사망 사건을 두고 건설노조의 분신 방조라는 왜곡된 의혹을 제기했던 조선일보 보도가 고소·고발을 당한 지 5개월가량 지났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서울경찰청 대상 국회 국정감사가 예정된 16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제대로 된 수사 및 CCTV 영상 유출자와 조선일보 보도 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대장의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가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외치며 떠난 당시 화면이 담긴 검찰청 건물의 CCTV 유출 사건 수사가 5개월여 동안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조선일보가 ‘독자 제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출처 속에 누군가에게 제공받아 악의적으로 보도된 기사로 인해 양회동 열사와 건설노조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지만, 경찰은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도 아직까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5월 17일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는 제하의 기사를 내며 당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주차장 내 잔디밭에 있던 양 지대장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일 당시 함께 있던 건설노조 간부가 이를 막지 않고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사용된 건 익명의 ‘독자’가 제공한 사진 몇 장이었다. 이 보도를 바탕으로 고인과 건설노조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잇따랐다.

이에 양 지대장의 유가족과 분신 당시 목격자인 건설노조 간부, 건설노조가 조선일보의 분신 방조 의혹 보도와 관련해 5월 22일 서울경찰청에 고소·고발했다. 대상은 조선일보 최 모 기자와 기사를 승인한 조선일보 편집국 최 모 사회부장, 원희룡 국토부 장관, 성명불상자(CCTV 영상 유출자)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공무상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자명예훼손죄 혐의가 적용됐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에 진척이 없자, 건설노조는 전문가에 의뢰해 보도에 사용된 사진은 현장 근처에 있는 춘천지검 강릉지청 민원실에 달린 CCTV 영상에 담긴 장면과 동일했음을 직접 확인했다. 즉, 검찰 CCTV 영상을 조선일보가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어디에선가 받아 실제 상황을 왜곡한 기사를 썼던 것이다. 이후 건설노조는 7월 18일 이 영상 감정분석 결과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찰은 그동안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계속되는 의문 제기에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그 영상이 원본인지, 핸드폰으로 촬영한 건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원본의 유통경로와 핸드폰 촬영 영상의 유통경로를 다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피고소·고발인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경찰의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수사 상황을 묻는 질문에 “관련 자료 분석 등 수사 중”이라고만 답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대장의 유가족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건설노조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은 “지난 7월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9월 말) 추석 전에 건설노조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요청을 했음에도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하고, 그렇다면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고 있느냐고 질의를 해도 그것조차 ‘알려줄 수 없다’며 철저하게 수사에 대한 진행 상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CCTV 유출 사건은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다. 검찰청 민원실의 CCTV 화면이 조선일보로 흘러갔고, 이 흘러간 과정 속에서 유출자는 검찰 관계자 또는 경찰 관계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누군가 유출한 CCTV가 조선일보라는 한 언론을 통해서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양회동 열사와 사고 관련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건설노조에 대한 반노조 정서를 부각시키기 위한 허위 보도를 조작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경찰은 아무런 수사를 현재까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저희가 지금 5개월째 기다리고 있는데 이 5개월이라는 시간은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과 비교하자면 굉장히 큰 차이점이 있다”며 “건설노조가 1박 2일 집회를 한 이후 한 달도 안 돼서 압수수색을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피고소인인 조선일보 관계자와 CCTV 유출자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건설노조는 “지금도 늦었다”며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다시금 촉구했다.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건설노조의 정당한 노조 활동을 모든 행정권력을 동원해서 탄압한 결과, 지금 건설현장에선 불법 고용과 불법 도급이 난무한다. 그리고 부실공사가 난무한다”며 “이것이 지금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 놓은 현실”이라고 규탄했다. 그에 반해 경찰이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에 대해서는 5개월 동안 방치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수사를 진행해서 책임자가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고인의 친형인 양회선 씨도 “자신의 억울함을 온몸으로 고통스럽게 밝힌 제 동생의 마지막 영상을 유출한 관련자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서 동생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명명백백 수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자들과 정당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부탁한다”고 직접 호소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