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유출로 탄생한 조선일보 분신방조 오보, 검찰·경찰의 합작품?

검찰 CCTV 유출 의혹에 경찰 수사는 ‘하세월’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의 조선일보 기사 영상 분석 감정 중 일부. 피사체 비교 결과 감정동영상의 일부 장면과 이 사건 기사 사진에 촬영된 사람들의 위치와 착의상태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지대장의 분신을 둘러싼 의혹에 불을 지폈던 조선일보 보도의 근거자료가 춘천지검 강릉지청 CCTV 영상과 같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는 곧 검찰이 관리하는 CCTV 영상이 조선일보 기자에게 유출됐다는 얘긴데, 관련한 경찰 수사가 지연되면서 유출 경로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26일 민중의소리 취재를 종합해 보면, 양 지대장 유족과 건설노조가 성명불상의 CCTV 영상 제공자를 경찰에 고소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경찰은 여전히 영상 유출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더욱이 경찰은 고소인과 고소대리인에게도 관련 수사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고소대리인이 직접 영상 감정분석까지 실시하며 수사를 촉구해야 했다. 감정 결과, 조선일보 보도 속 사진의 원본이 강릉지청 민원실 CCTV로 판단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경찰은 좀처럼 영상 유출자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조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에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감정을 실시해 증거로 제출한 것"이라며 "저희가 의뢰한 감정 결과도 나왔는데, 수사 중인 경찰은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빨리 수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영상 감정을 의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감정 결과로 조선일보 기자가 춘천지검 CCTV 영상을 제공받았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검찰 CCTV 영상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건넨 것일까. 현재로선 CCTV를 보유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이거나 양 지대장의 분신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수사 자료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김 국장은 "경찰이나 검찰에서 나간 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며 "한 개인이 유출한 게 아니라 검찰이나 혹은 경찰에서 조직적으로 한 것이라면 더욱 문제"라고 말했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조선일보의 보도는 검찰 또는 경찰과 함께 만든 게 되는 셈이다.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분신 당시 상황을 목격한 A씨에 대한 조선일보의 왜곡보도. ⓒ조선일보 캡처


문제의 보도는 조선일보가 5월 16일과 17일 인터넷과 지면에 실은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는 제목의 기사들이다. 해당 기사는 양 지대장의 분신 전후 상황을 초 단위로 세세하게 묘사하며, 양 지대장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온 동료 목격자가 분신을 말리지 않고 방조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익명의 '독자'로부터 제공받았다며 분신 상황이 담긴 사진을 첨부했는데, 이 사진의 원본이 춘천지검 CCTV 영상이라는 사실이 이번 감정 결과로 확인된 것이다. 양 지대장의 분신 당시 현장에 있던 YTN 기자도 '동료 목격자가 분신을 만류했다'고 밝혔지만, 조선일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CCTV 캡처 화면에 담긴 제한적인 상황만 부각해 기사로 다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곧바로 조선일보가 제기한 의혹을 확산시켰다. 원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보도를 인용하며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이 밝혀지기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자 SNS 중심으로 양 지대장과 건설노조를 모욕하는 글이 쏟아졌고, 조선일보의 보도를 인용한 또 다른 매체의 기사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보수단체는 동료 목격자를 자살방조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양 지대장이 분신 사망으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과 이에 발맞춘 검찰·경찰의 건폭몰이 수사에 대한 실태가 알려지던 시기, 조선일보가 모종의 경로로 확보한 검찰 CCTV 영상으로 재를 뿌린 셈이다.

결국 양 지대장 유족과 건설노조는 5월 22일 "특정 언론이 정부에 불리한 정치적 국면을 타개하고 양 지대장 분신자살의 진정한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이라며 영상 유출자와 해당 기사를 쓴 기자, 원 장관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건설노조는 "건설노조 집회와 관련해서는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압수수색도 감행하던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수사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또한, 경찰은 고소인과 고소대리인 측에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알려주지 않고 있어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사안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영상 감정 분석 결과를 받고 이에 대한 보도가 나온 뒤에야, 고소인인 건설노조 측에 수사 진행 상황 일부를 알려준 것으로 전해진다.

김 국장은 "경찰은 어제(25일) CCTV 영상을 봤거나 소지했던 경찰과 검찰 관계자에 대한 조사했다고 말했다"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주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수사 중'이라는 것뿐"이라며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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