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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오염수를 ‘740배’로 희석해 바다에 버리는 이유

[오염수 방류 숨은 쟁점 ⑩] 윤석열 정부가 “과학적”이라 한 일본 오염수 투기계획의 실체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다이이치(제일) 원자력 발전소 전경 자료사진 ⓒ사진 = AP

일본이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를 740배‘희석’하여 바다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오염수에 있는 방사성물질의 양은 740배의 바닷물로 희석하나, 희석하지 않으나 같다. 그런데 일본은 굳이 왜 희석하여 내보낼까?

이는 도쿄전력의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하여 버리는 이유는 ‘아무리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물질을 여과했고, 이번에 버리는 오염수가 130만t의 오염수 중 가장 깨끗한 물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오염수의 방사성물질 농도가 허용기준의 2배가량을 웃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염된 물을 버리면서, 오염되지 않은 물을 버리는 척 희석하여 눈속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원자력발전소에서 냉각수 등을 배출할 때 바닷물을 희석하여 방류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일본 오염수 방류계획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상 원전에서 방류되는 냉각수는 희석 전에 이미 허용기준보다 방사성물질 농도가 낮은 상태라는 것을 확인한 뒤,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희석하여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일본은 ALPS로 오염수를 허용기준까지 여과한 뒤 바닷물로 희석하여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밝혀왔는데, 이번에 일본이 공개한 방류계획 자료에 의하면 그렇지 않았다.

46만L 오염수, 3억4천만L 바닷물로 희석
그런다고 방사성물질 총량 변하나...
허용기준 맞춘 척 하기 위한 눈속임·꼼수


도쿄전력이 지난 22일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발표하면서 낸 참고자료 20쪽 ‘바닷물 희석 전·후 방사성물질 농도’를 보면, 일본은 오염수를 740배의 바닷물로 희석하는 방법으로 방사성물질 농도만 허용기준 이하로 낮춘 뒤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일본이 8월 22일 발표한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 ⓒ도쿄전력

이 자료에 따르면, 허용기준‘1’이라고 했을 때 희석 전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2.33”이고 29개 핵종“0.28”이다. 해당 자료를 근거로 삼중수소와 29개 핵종을 합한 농도2.6(740배 바닷물로 희석한 후 30개 핵종 농도가 “0.0036”이라고 적시한 것을 역으로 추적한 결과)이다. 희석 전 오염수 농도는 허용기준보다 2.6배 높은 셈이다.

도쿄전력은 24일부터 17일 동안 매일 비교적 덜 오염된 오염수를 46만 리터씩 바다에 방류할 계획인데, 그대로 버리면 방사성물질 농도 기준이 허용기준을 넘기 때문에 740배에 달하는 3억4천만 리터의 바닷물을 부어 희석할 계획이다. 이렇게 17일 동안 매일 바닷물에 희석하여 버리면 약 780만 리터의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올해 12월까지 4회에 걸쳐 올해 안에 ‘총 3120만 리터의 오염수’를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740배의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의 삼중수소29개 핵종 농도는 각각 “0.0032”, “0.00038”이 된다고 도쿄전력은 설명했다. 또 이를 합한 농도 “0.0036”으로, 도쿄전력은 허용기준의 “270분의 1”이라고 해당 설명 자료에 명시했다.

희석하기 전 농도는 허용기준보다 2.6배 짙었으나, 740배의 바닷물로 희석한 후 농도는 허용기준보다 270분의 1로 옅어졌기에 버려도 된다고 적은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방식으로 방사성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면 바다에 버리지 못할 방사성 액체 폐기물은 없다. 아무리 방사성물질 농도가 짙은 액체 폐기물이라도 740배, 1천배, 1만배로 희석하여 허용기준 이하로 낮춘 뒤 바다에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바닷물로 오염수를 희석한다고 방사성물질 총량이 변하진 않는다 ⓒ민중의소리


무엇보다, 아무리 바닷물로 희석해도 오염수 안에 존재하는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달라지지 않는다. 버리는 방사성물질 총량은 같은데, 허용기준에 맞게 희석한 뒤 깨끗한 물을 방류하는 것처럼 속이는 꼼수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우리정부가 나서서 “문제없다”고 옹호했다는 점이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지난 22일 “오염수 방류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규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입장으로 보인다.

방사성폐기물 분류 및 자체처분 기준에 관한 규정 ⓒ국가법령정보센터

우리나라 ‘방사성폐기물 분류 및 자체처분 기준에 관한 규정’ 제8조 행위제한의 2항을 보면 “자체처분 허용농도를 만족시키기 위해 희석하는 방법으로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원전사업자가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액체 등을 자체처분해도 될 정도로 덜 오염된 액체인 것처럼 규제기관을 속이고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이 취지를 고려하면, 오염수 경우도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허용기준을 맞추기 위해 사업자 마음대로 희석하여 깨끗한 물인 것처럼 속인 뒤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염수를 ‘자체처분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 때문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은 아니지만, 규정 취지를 보자면 오염수 처리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정 안전 가이드 SSG-45’에도 “정상적인 작업에서 발생하는 희석 외에 의도적으로 물질을 희석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람과 환경 보호를 위한 IAEA 안전 표준 - SSG-45 ⓒIAEA

냉각수 등을 희석하여 내보내는 방식이 원자력산업계에서 통용되긴 한다. 하지만 이는 일본 오염수 희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내 방사성물질 규제 전문가에 따르면,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내보내는 냉각수는 희석 전에 방사성물질 농도를 측정하여 허용기준보다 낮은지 확인한다. 그런 뒤 허용기준에 부합하면, 그때 바닷물을 희석하여 바다로 방류한다. 허용기준보다 농도가 낮은데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최대한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준택 건국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다음과 같이 일본의 오염수 희석 후 투기 행위의 문제점을 짚었다. “바닷물을 섞어서 리터당 1500베크렐 이하로 방사능의 농도는 낮췄지만, 버려지는 방사능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 교묘하게 숫자를 바꿔가면서 본질을 희석·조작하는 교묘한 수법을 일본국민과 전 세계에 사용한 것이다. 간단히 계산해도 ‘리터당 1500베크렐’ X ‘7백82만 리터(17일 동안 투기할 오염수의 양)’은 약 120억 베크렐이다. 약 120억 베크렐의 방사능이 포함된 핵방사능오염수를 처리수로 포장하여 해양투기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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