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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과 안 된 오염수 누출 시나리오만 쏙 뺀 IAEA 보고서

[IAEA 용역보고서 분석 ①] 처리가 안 된 오염수 보관 탱크에선 사고가 안 나고, 처리된 물이 보관된 탱크에서만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일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에 관한 IAEA 보고서 ⓒIAEA

원자력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예측되는 최악의 상황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저렴하게 원전을 운영하려다가 폭발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런데,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된다. 보고서를 보면, 얼마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해양방류 문제를 별일 아닌 것처럼 축소하려 애썼는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그중 하나는 ‘오염수 누출 사고 예상 시나리오’를 서술한 부분이다.

지난 4일 IAEA가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알프스 처리수의 안전성 검토에 관한 IAEA 종합 보고서’ 원문 29~30쪽을 보면, 발생 가능한 비상 상황을 가정했을 때 필요한 대응 조치에 관해 기술한 대목에서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IAEA 보고서 원문 30p

The safety assessment carried out by TEPCO for the ALPS treated water project has identified possible abnormal events and external events. Two events that could lead to an uncontrolled release of the ALPS treated water from the measurement and confirmation tanks were considered. For the scenario giving rise to the highest doses of the two scenarios (accidental discharge to sea of about 30,000㎥ of undiluted treated water from the tanks in one day), the potential exposure calculated for the adult representative person is 0.0002 (2E-04) mSv to 0.01(1E-02) mSv. This demonstrates that the radiation risks from such an event are negligible and far below what is suggested in international safety standards. While the discharge of ALPS treated water falls under the broader emergency and response provisions for the FDNPS, no specific measures beyond the controls put in place as discussed in Part 3 are envisaged.


여기서 특이한 점은 일본이 알프스 처리수라고 부르는 비교적 깨끗한 오염수가 탱크에서 누출되는 사고만 예상 시나리오로 다뤘다는 점이다.

IAEA는 “측정 및 확인 탱크에서 알프스 처리수’가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방출될 수 있는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고려됐다”라며 “하루 동안 탱크에서 약 30000 세제곱미터(㎥)의 희석되지 않은 처리수’를 실수로 바다로 방류된 경우, 계산된 성인 피폭량은 0.0002 밀리시버트(mSv) ~ 0.01 밀리시버트(mSv)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 시나리오가 “두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선량을 발생시키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러한 사건으로 인한 방사선 위험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며, 국제 안전 표준에서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결론’(Conclusions)에서도 “고려된 ‘알프스 처리수’ 배출과 관련된 잠재적 사고 및 사건의 경우, 방사선 위험은 미미하며 대응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려버린다.

IAEA 보고서 원문 30p

Conclusions

- For the potential incidents and events associated with the discharge of ALPS treated water that have been considered, radiation risks would be insignificant and would not necessitate response measures.


그런데 도쿄전력은 홈페이지에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물질이 안전에 관한 규제 기준치를 확실하게 밑돌 때까지 알프스 등에서 정화 처리한 물”을 알프스 처리수’(ALPS treated water)라고 표기하고, “알프스 등에서 정화 처리한 물 중 안전에 관한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물”을 처리 도상수라고 표기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즉 여과하여 비교적 깨끗하다고 판단한 물은 “알프스 처리수”, 여과가 여전히 필요한 오염수는 “처리 도상수”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IAEA 역시 보고서에서 “알프스 처리 과정을 거친 물은 처리수’(treated water) 또는알프스 처리수’(ALPS treated water)라고 불린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보고서에 여과가 안 된 물은 분명히 오염수’(Contaminated water)라고 구분해서 적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IAEA는 여과된 물이 의도치 않게 누출됐을 때만을 고려해 잠재적 피폭량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이 공개하고 있는 오염수 현황 ⓒ도쿄전력 홈페이지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원전 부지 1073개 탱크에 130만t에 이르는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중 30%만 안전 기준치 이하의 “알프스 처리수”이고, 나머지 70%는 반복해서 여과가 필요한 “처리 도상수”이다. 또 처리 도상수” 중에는 고시농도보다 5~10배, 10~100배, 심지어 100~19909배에 이르는 오염수가 있다고 도쿄전력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그런데 비교적 가장 깨끗한 “알프스 처리수”가 누출되는 사고만 가정하고 위험성을 평가했다면, 이는 의도적으로 위험성을 낮췄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옆에 있는 처리되지 않은 “처리 도상수” 즉 오염수가 담긴 탱크에서 누출사고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원자력계 안전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깨끗한 물이 담긴 탱크가 파손됐을 때만 따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그 옆에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가 담긴 탱크들도 파손될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IAEA는 가장 심각하게 발생 가능한 사고로 깨끗하게 처리된 ‘알프스 처리수’ 탱크가 파손되어 누출됐을 때로 하고 있다. 깨끗한 탱크만 사고가 날 수 있나? 작위적인 시나리오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또한 이 부분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통상 원전은 확률론적 해석 등을 통해 ‘제일 심각한 사고는 이것’이라고 사고에 대한 정의를 하고, 그 사고 시나리오를 갖다 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타당성이 지금 제시가 안 돼 있다. 그리고 알프스로 처리가 안 된 물이 누출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고, 그중 가장 심각한 사고를 두고 해석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것인지 근거 제시가 안 돼 있다. 위험의 정도를 숫자로 표기해 100가지 사고가 날 수 있다면, 해당 시나리오가 100인지 10인지 근거 제시가 안 돼 있고 시나리오에 대한 기술도 안 돼 있다.”

한편, 박찬호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은 IAEA가 가정한 시나리오대로 누출됐을 때 피폭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문제라고 말했다. 미미하다는 것도 결국에는 피해를 유발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오염수 해양투기로 인한 해로움보다 이로움이 커야 한다는 IAEA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방사능이라는 것은 한번 피폭되어서 유착되면 생물이든 사람이든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손상이 발생한다.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것이고, 세포에 유착되어 유전자를 상실하거나 염색체 손상을 일으키는 건데, 미미하다고 인체에 영향을 안 주는 게 아니지 않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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