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활비 자료 무단 폐기 없다’ 한동훈 반박할 검찰 공문 공개됐다

시민단체, 한동훈 언급한 공문 최초 공개 “한동훈 해명은 엉터리, 국정조사 및 특검 필요”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10일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내부문건 공개 및 국정조사,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17년 초 검찰의 특수활동비 자료 일부가 무단 폐기됐다'는 의혹에 대해 "특활비 관리 지침 개정 전까지 두 달마다 자체 폐기하는 기준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반박할 검찰 내부 공문이 10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정보공개 소송으로 검찰의 특활비 등을 공개한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 장관이 언급한 '특활비 관리 지침' 공문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문은 2017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특활비로 검사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사건이 드러나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자, 법무부와 대검이 구성한 태스크포스(TF)에서 만든 특활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만일 한 장관 주장대로 기존에는 두 달마다 특활비 자료를 폐기하는 지침이 있었고 이 지침 개정을 통해 변경됐다면 관련 내용이 모두 공문에 담겨 있어야 하지만, 공문에는 이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공문에는 "특활비 집행일, 금액, 지급대상자, 지급 사유 등을 기록한 특활비 지출내역기록부를 작성·보관(5년)"이라며, 특활비 관련 자료의 보존 기간은 5년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단에는 공공기관의 예산 및 회계와 관련된 기록물은 5년간 보존하도록 규정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참고 내용으로 덧붙였다. 즉, 검찰 역시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법령과 지침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내부 지침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뉴스타파가 10일 공개한 2017년 9월 검찰 내부 공문.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뉴스타파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는 "한 장관은 두 달마다 폐기하는 지침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지침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그런 규정이나 지침이 존재해도 불법"이라며 "명백하게 상위 법령은 예산과 회계 관련한 서류의 보관 기일을 5년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법무부와 검찰이 모를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한 장관이 (두 달마다 폐기한다는 지침을) 언급한 후 여러 국회의원실에서 이 공문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법무부가 거부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공문에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기존 법령과 지침을 잘 지켜라, 이를 잘 지키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추가한 것인데 한 장관이 말한 '두 달마다 폐기'와 관련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공문이 공개되면 한 장관의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게 많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정보공개센터 정진심 소장은 "한 장관은 마치 원칙적으로 규정에 의해 합법적으로 폐기한 것인 양 호도하고 있지만, 법을 뛰어넘는 지침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소장은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은 기록물의 보존기간에 대해 1년, 3년, 5년, 10년, 30년, 준영구, 영구 등 7가지 분류로만 관리하고 있다. 아주 (중요도가) 낮은 기록물도 1년을 보관해야 하는데, 한 장관처럼 2개월마다 폐기하라는 어떤 근거는 없다"며 "검찰에 그 기준을 물었지만,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장관은 더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법무부와 검찰은 2017년 제도가 개선된 뒤 특활비 집행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내부 공문에 담긴 내용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공문을 보면 특활비 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밀 유지 필요성이 낮거나 식사 대금 영수증과 같이 증빙자료만으로는 집행 사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카드를 사용"하고, "현금 집행 시 현금수령증은 반드시 구비하며 집행내용확인서는 예외적인 경우에 생략하며, 증빙서류는 별도의 서류철에 보관"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법무부 및 그 소속기관의 특활비는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점검하고, 검찰청 집행 특활비는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사무감사 등의 계기에 점검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가 확인한 결과,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모두 현금으로만 특활비를 사용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전액 현금으로 특활비를 사용했는데, 이 시기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던 시기였다. 

더욱이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의 특활비 집행분 중 2억원 가량은 현금수령증(영수증)이 없는 상태다. 이는 내부 통제 강화 방안으로 제시한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들 단체는 "더 이상 검찰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실시해 ▲특수활동비 기록물 무단 폐기 ▲특활비 오·남용 등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지난달 31일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이들은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 폐기의 경우 공소시효(7년)가 1년도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므로 국회에서 신속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제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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