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직후 사용한 특활비 영수증이 사라졌다

시민단체 “대한민국 검찰은 스스로 치외법권지대라고 생각하나”...국회 국정조사, 특검 필요성 제기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2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을 들어보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시민단체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을 건네받았지만 일부 기간 지출 기록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 등 74억원 이상의 내역이 누락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수활동비 역시 일부 내역이 빠져 있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그리고 뉴스타파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로부터 받은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이들 단체가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일부 패소함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지출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집행 정보와 증빙서류,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서류를 공개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은 지난 4월 14일에 나왔다.

그럼에도 시간을 끌며 기록을 공개하지 않던 검찰이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에게 기록 사본을 건넨 건 지난 23일에 이르러서였다. 하 대표는 장당 50원의 수수료를 내고 기록 사본을 받아왔다고 한다.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집행된 부분에 대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2023.06.23. ⓒ뉴시스

그런데 기록 사본을 들여다보니 경비 지출을 검증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료가 부실했다.

크게 두 가지로 자료 부실 문제를 나눌 수 있는데, ①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대검 특수활동비와 2017년 1월 5월까지 서울중앙지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을 확인할 증빙서류가 단 한쪽도 없었다는 점 ①2017년 5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7월 25일 특수활동비 현금수령자의 영수증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특수활동비 등을 사용했다면 지출결의서, 집행내역확인서, 수령증, 지출 증빙 자료(영수증) 등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대검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자료는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자료 수령 협의를 위해 대검 운영지원과 담당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밀봉된 자료를 열어보니 2017년 초반 자료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실제 대검이 준 자료를 확인해보니 해당 기간의 자료가 전무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특활비 자료도 다 남아있다. 공개만 안 할 뿐”이라며 “특정 기관 자료가 아예 없다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기간에 사용된 대검 특수활동비는 무려 74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 대표는 “당시 공개된 대검의 특수활동비 한해 총액이 162억 정도인데, 자료로 확인된 2017년 5월부터 12월까지 사용한 금액을 뺀 결과 74억 원 정도가 비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대검이 국민세금으로 74억 원을 사용하고도 단 한 쪽의 증빙자료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당시에도 시행되고 있던 기획재정부 지침 및 감사원 계산증명지침에 따르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의 집행 관련 증거서류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을 따르도록 돼있다. 감사원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현금으로 선지급할 수 있으며 “수사 및 정보수집활동 등 그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집행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현금수령자의 영수증은 붙이도록 돼있다. 나아가 지출결의서와 같은 서류는 당연히 남아 있어야 하고, 계좌입금을 했으면 입금의뢰서도 남아 있어야 한다고 이들 단체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2017년 9월부터 특수활동비 관리제도가 개선됐으므로 그 이전은 증빙 자료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료를 받아본 이들 단체는 “기획재정부 지침과 감사원 지침은 2017년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었으므로, 대검의 해명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2019년 8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지급 내역. ⓒ민중의소리

서울중앙지검의 경우도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는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가 단 한 쪽도 없었다. 하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은 특수활동비 총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사용된 액수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한 직후인 6월부터 7월 24일까지는 다른 기록은 있지만 정작 현금수령자의 영수증은 하나도 없었다. 2017년 6월은 집행내역만 있고, 현금수령자의 영수증 18건이 통째로 없었으며, 7월 역시 27건의 영수증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 이를 최종 결재한 사람은 윤석열 지검장이었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단체들은 당시 시기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동봉투 만찬 사건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 사건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이던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마친 2017년 4월 21일 검사들과 서초구 한 식당에서 만나 1인당 9만 5천원 상당의 식사를 한 뒤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에게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넨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2017년 6월 1일 당시 봉욱 대검 차장은 일선 검찰청에 특수활동비를 철저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검장은 면직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돈봉투 사건 이후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활동비 지출을 증빙할 영수증이 대거 누락돼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정보 공개 소송을 제기했던 단체들은 검찰의 주장처럼 처음부터 자료가 없었던 게 아니라, 원래 존재했던 자료를 숨기거나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들 단체가 확인한 결과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 법률’에 따른 폐기 절차도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만약 폐기했다면 무단 폐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라면 이는 법적 처벌도 가능한 사안이다.

이들 단체는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 대표는 “범죄 행위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고발을 할지도 고민했다”며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고발해야 하나. 검찰이냐, 경찰이냐, 공수처냐. 공수처도 고발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하 대표는 검찰이 그동안 다른 기관의 특수활동비를 수사해온 점을 지적하면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2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사용한 업무추진비 영수증이 거의 백지에 가까울 정도로 지워져 보이지 않고 있다. ⓒ민중의소리

한편,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자료에는 사용처의 상호와 사용시간이 가려져 있었다. 이는 대법원 판결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간담회 등 행사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 등의 개인식별정보 부분”만 비공개하고 나머지 정보는 모두 공개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은 업무추진비 사용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핵심 정보다. 밤 11시 이후에는 사용이 제한되는 등의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검찰 재직 시절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자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공개된 2019년 10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증빙서류에 포함된 영수증을 보면 그해 9월 30일 한곳에서 45만원을 사용했지만, 상호와 시간은 가려져 있었다. 영수증 하단에 적힌 주소로 추정해보니 대검 구내식당에서 발행된 영수증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영수증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백지 상태에 가까운 증빙서류 사본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구내식당에서 먹은 건 그다마 영수증이 잘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영수증들은 판독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시간이 많이 지나면 영수증 글씨가 지워져서 잘 안 보인다는 게 검찰의 해명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 게 안 보일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게 한두장이 아니라 전체 영수증의 60% 정도가 판독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복사됐다”며 원본 대조를 요구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검증에 나선 단체들은 “검찰이 이를 가린 것은 검증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대한민국 검찰은 정말 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스스로 치외법권지대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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