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졸음 필리버스터’…8년 전과는 ‘딴판’

국민의힘, 채 상병 특검 반대하며 필리버스터 이틀째

국민의힘이 '채 상병 특검법'을 막기 위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시작한 필리버스터가 4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같은 당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피곤한지 연단에서 눈을 감고 쉬고 있다. 2024.07.04. ⓒ뉴시스

‘채 상병 특검법’을 저지하기 위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3일 오후에 시작해 4일 오전에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감시법”으로 불렸던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8일 동안 눈물을 흘리며 격정적으로 쏟아냈던 필리버스터에 비하면, 이번 필리버스터는 자당 의원 발언 중에도 졸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 포착되는 등 역대급으로 지루한 ‘졸음 필리버스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시작부터 원고 낭독
졸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심지어 부의장까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예고했던 대로 채 상병 특검법을 반대하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했다.

필리버스터의 첫 주자는 검사 출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유 의원은 시작부터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4시간가량 토론을 이어갔지만, 정면을 응시하는 시간보다 원고와 문서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토론 중 월간조선 기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유 의원의 토론에서 화제가 된 지점은 예상 밖에도 졸고 있는 자당 동료의원의 모습이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시작부터 지루한지 의석에서 졸고 있던 것이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시작부터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6시간 넘는 낭독으로, 토론 사회를 봐야 하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머리를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주 부의장 역시 졸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을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서 이 같은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눈을 감고 쉬고 있는 모습이다. 2024.07.04. ⓒ페이스북, 트위터


야당의원들의 반박토론


여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중간마다 있었던 야당 의원들의 반박 토론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아까 주진우 의원이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사건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해서 500페이지 기록을 더 많이 수사해 경찰에 다시 넘겼기에 잘 한 일이다’ 이렇게 말했다. 도둑질한 금괴에 쌀을 넣어 돌려주면 도둑질이 잘한 일이 되나? 강탈하는 순간 이미 범죄를 저지른 것 아닌가? 기록 500페이지가 1000페이지, 1만페이지가 되면 기록을 강탈한 사실이 달라지나?”

“특검 관련해서, (여당 의원은) 공수처 헌재 결정문을 인용해서 특별검사를 야당이 추천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 침해라는 말도 했다. 잘못된 비교다. 공수처와 특검이 똑같나? 상설적 행정기관인 공수처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핵심 수사대상이 되는 특검에서 야당이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걸 인용해야지, 왜 그걸 인용하지 않나? 불리하니까. 안 그렇나? 그게 아니면 왜 특검에 대한 헌재결정문이 있는데 그걸 인용하지 않는 것인가?”

또 신 의원은 그동안 이루어진 13건의 특검에서 누가 특별검사를 추천했고 어떤 사건이 성공적이었는지 짚었다. 그는 “대한변협과 대법원장이 추천했던 특검은 모두 실패했다. 이후 역사적인 교훈이 있었기에 권력을 향한 특검은 야당이 추천하도록 해 왔던 것”이라며 “왜 이 사실에 눈 감고 있나”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8일 동안 이어졌던 2016년 격정의 필리버스터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016년 2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 무제한토론을 10시간 18분 만에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이번 필리버스터는 특히나 지난 2016년 필리버스터와 비교된다.

2016년 2월부터 3월까지 이어진 필리버스터는 국회 본회의 방청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국민적 관심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격정적으로 토론에 임했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추진하던 테러방지법에 심각한 인권침해 독소조항이 있다며 그해 2월 23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당시 세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시간 18분 동안 토론에 임했다. 특히, 마지막 12분 동안은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믿는다. 이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찾자”고 말했다. 당시 필리버스터는 8일 동안 이어졌고, 마지막 주자는 이종걸 원내대표였다. 장장 12시간 31분 간 눈물의 연설을 마쳤다.

민주당이 원내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안, 국회 밖에서도 몇 날 며칠 시민들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졌다. ‘시민 필리버스터’ 참여자 중에는, 지금은 3선 국회의원이지만 당시에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박주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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