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 대통령의 화석연료 개발 발표, 섬뜩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 매장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섬뜩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반복된 낭보, 화석연료의 경제성 및 용역회사의 신뢰성 논란 등 여러 말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것 때문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정하는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 양은 140억 배럴이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한국이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배가 넘는 ‘온실가스 폭탄’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안 그래도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고 게으르다는 이유로 “기후악당 국가”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최근 관측되는 기후변화를 무시한 채 국가가 나서서 화석연료를 적극적으로 찾아 사용하는 행위는 더 이상 박수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기후변화에 소극적이고 게으른 일도 아니다. 국제사회가 생존을 위해 2030년과 2050년까지 로드맵을 그려가며 약속한 인류 공동의 목표와 노력 그리고 보편적 가치를 전면적으로 역행하는 일이자, 도전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급격한 변화

NASA 등에 따르면, 얼음에 갇힌 고대 기포를 활용하면 과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알 수 있다. 미국 상무성의 하부기관인 국립해양대기국(NOAA)에서 측정한 바에 따르면, 지난 80만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이와 같았다. ⓒNASA 홈페이지

알다시피,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이산화탄소는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NASA 홈페이지에서 ‘빙하 속 기포로 80만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측정한 자료’를 보면, 대략 180ppm에서 280ppm을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지구의 온도 또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이 이산화탄소 농도에 비례해 높아지거나 낮아졌다. 그런데 그래프를 보면, 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치솟더니 2024년에는 420ppm을 돌파했다. 200여년 사이에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급격한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측과 예측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낸 ‘기후변화 2023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산업화를 기점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1.1도 상승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2030년대 상반기까지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할 것”이고 “2100년까지 2도 상승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018년 IPCC 특별보고서에서 “2030년과 2052년 사이에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한 것보다 더 빠른 변화다.

여기서 1.5도와 2도가 중요한 이유는 인류가 그어놓은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파리협정에서 195개 당사국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 수준 이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IPCC는 2018년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을 막아야 하는 이유 등을 특별보고서로 발표했다. 이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1.5도 상승할 경우 바다에 가득한 산호초는 70~90% 감소한다. 그리고 2도 상승할 경우 산호초는 아예 지구에서 모습을 감춘다. 이것은 단순히 서글픈 일이 아니다. 그만큼 멸종생물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인간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과학자들은 ‘어느 시점’부터는 지구 온도 상승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한다. 그 시점을 “티핑포인트”라고 부르는데,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때 발생할 일은 다음과 같다. 1.5도 이상 온도가 상승하면 그만큼 빙하가 많이 녹게 되고, 햇빛을 반사하여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빙하가 사라지면 뜨거운 열을 그대로 흡수하는 바다가 태양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수온이 상승한 바다는 김빠진 탄산수처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더욱 높이며, 온도 상승으로 건조한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불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그만큼 많은 나무가 불에 타면서 이산화탄소가 대규모로 방출돼 또 다른 온도 상승 요소로 작동한다.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나오기 시작하여 악순환의 가속 페달을 밟는다. 혈당과 혈압의 상승으로 온갖 합병증에 시달리는 인간처럼, 지구도 회복력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 예측보다 훨씬 빠른 기후변화

인류가 정한 마지노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WMO가 지난 5일 낸 보고서를 보면, 2023년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45도 높았다. 그런데, 2024년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WMO는 지난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63도 높았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어떻게든 1.5도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195개국이 2015년에 약속했건만, 벌써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 인류 공동의 목표와 거꾸로 가는 윤 대통령의 발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024.06.03. ⓒ뉴시스

1.5도 상승을 막자고 195개국은 2030년까지 2010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은 최대한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수천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화석연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꺼내 쓰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익을 위한 일”이라며 이를 추켜세웠다.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있다. 가능한 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같은 에너지개발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소를 추가로 세우는데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국가세금을 아예 화석연료를 적극 발굴하여 사용하는데 쓰겠다고 한다. 이 갈림길에서 윤석열 정부의 선택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섬뜩한 것은 나뿐일까.

참고

- 80만년 사이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그래픽 : 미 항공우주국 홈페이지 참고
- IPCC ‘기후변화 2023 종합보고서’ : 기상청이 발간한 국문 번역본 참고
- IPCC 2018년 특별보고서 : 기상청 요약본 참고
- WMO 보고서 : WMO 보도자료KBS 보도 참고
- 그 외 : 조천호 박사의 책 ‘파란하늘 빨간지구’ 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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