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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방부 근처엔 기름 냄새 여전, 이 냄새 맡으며 산책할 건가”

수년간 용산 문제 들여다 본 녹색연합 신수연 팀장 “연내 용산공원 개방? 집무실 이전에 꽂혀서 말 안 되는 얘기만”

녹색연합 군환경 태스크포스(TF) 신수연 팀장이 용산미군기지 오염지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용산은 녹지로 가득한 모습이다. 윤 당선인이 용산 국방부로의 집무실 이전을 발표하며 들고나온 조감도 역시 그러했다. 실제 집무실이 위치할 국방부 청사보다 아직 조성되지 않은 용산공원을 훨씬 크게, 더 눈에 띄게 배치했다.   

용산 문제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환경운동가인 녹색연합 신수연 군환경 태스크포스(TF) 팀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에게 용산은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아직은 정화해야 할 곳이다. 비 오는 어느 날 용산 국방부 근처를 거닐던 신 팀장은 그 곳에서 나던 기름 냄새를 잊지 못한다. 이 냄새는 용산기지 인근의 땅과 물이 오염됐다는 증거다.

용산 미군기지 인근 집수정에서 오염된 지하수를 채취하는 모습(좌)과 실제 오염된 지하수(우)의 모습. ⓒ녹색연합

신 팀장은 1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방부 청사 인근인) 녹사평역에 가면 기름 냄새가 여전히 심하다"며, 윤 당선인이 주장하는 대로 서둘러 용산공원을 개방할 경우 기름 냄새와 함께 산책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 당선인 측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용산공원을 임시개방하겠다는 청사진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용산공원이 조성될 땅조차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논의해야 할 오염 정화 작업과 그 책임을 둘러싼 협상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신 팀장은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에 꽂혀 있어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중"이라며 "윤 당선인의 집요함이 오로지 용산공원 개방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윤 당선인이 용산이라는 공간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졸속으로 결정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용산을 제대로 알긴 할까
몰랐거나, 알고도 무시했거나
용산공원 개방 발언이 경솔한 이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20. ⓒ뉴시스

윤 당선인이 용산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신 팀장의 일침은 십수 년째 교착된 용산공원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한미 양국이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을 체결한 건 2004년이었다. 하지만 실제 반환은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20년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그사이 기지반환 예상 시점은 2016년에서 2018년으로 점점 늦춰졌고, 현재는 그 시점조차 예상조차 할 수 없어 'n년'으로 잡아둔 상태다.

자연스럽게 용산공원 조성 시점도 이와 함께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2027년 공원 조성이 마무리될 것으로 봤지만, 현재는 용산기지 반환이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7년 뒤 개원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더욱이 지금까지 반환된 용산 미군기지는 전체 203만m²의 10분의 1 정도(21만 8천m²)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용산기지의 4분의 1 반환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이 역시 확정된 계획은 아니다.

윤 당선인은 6월까지 목표로 했던 용산기지 4분의 1을 돌려받고, '즉시' 시민공원으로 전부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실무진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서 인체에 해로운 게 있는지 없는지만 간단히 체크하고, 산책 시 안전 저해 요소만 체크하면 5~6개월 정도 걸린다. 이것만 마친 다음에 바로 개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신 팀장은 "미군기지를 반환받는 절차의 핵심은 환경오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누가 책임질 것인지"라며 "그걸 협상하는 기간과 정화 작업하는 기간, 검증하는 기간, 공원을 조성하는 기간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윤 당선인은 그걸 몇 개월 만에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팀장은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 계획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지 알 것"이라며 "만일 윤 당선인이 알고도 발표했다면, 그냥 별것 아닌 문제로 보는 걸 수도 있다. '아무 문제도 제기하지 말고 미군한테 빨리 받고, 정화 작업도 우리 예산을 왕창 투입해서 하면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 군환경 태스크포스(TF) 신수연 팀장이 용산 미군기지 지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용산 등 국내 미군기지 반환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지 내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 문제 때문이었다. 윤 당선인 측의 말만 들으면 '일사천리', '속전속결'로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의 협상은 그렇지 않았다.

미군기지 반환은 대략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국방부가 미군과 조율해 반환 절차를 시작을 결정하면, 환경부가 기지 내부에 들어가서 환경오염 등을 측정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그리고 그 조사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만든 뒤 미군 측과 정화 비용 등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매번 난관에 봉착했다. 미군에 의한 오염의 일정 부분은 미군이 책임져야 한다는 우리 쪽과 이를 거부하는 미군 측 입장이 상충하면서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오염정화 비용을 일단 우리 쪽이 부담하고, 추후 미국과의 관련 협의가 마무리되면 비용을 정산하겠다는 결론을 내고선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 지금까지 돌려받은 미군기지 모두 이 같은 결말로 끝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발표한 용산 미군기지 반환 예정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제공


올해 상반기까지 돌려받기로 한, 용산기지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부지 역시 예정대로 반환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러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절차를 거쳐 상당한 규모를 추가로 반환받도록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절차'라는 말속에는 앞서 얘기한 기나긴 시간이 소요되고, 우리가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기지반환 협상이라는 함정이 숨어 있다. 윤 당선인은 "우리가 (이전할 기지로) 평택 기지를 제공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추진하면 빨리 받아올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현실은 딴판인 셈이다.

신 팀장 역시 "이건 그냥 계획"이라고 단언했다. 신 팀장은 "그동안 미군기지를 '2016년까지 반환할 거다', '2018년까지 반환할 거다', 이런 계획은 계속 얘기가 됐다. 그런데 2022년에야 (용산기지의) 10.7%를 반환받았다"며 "언제까지, 얼마큼 받겠다는 계획은 사실 구속력이 있거나 법적 효력이 있는 계획은 아니다. (윤 당선인 측이) 절차를 제대로 모르고 확정된 계획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부실 정화 우려 안고 '속도'만 강조
당선인 시간표에 맞춘 공원개방 안전할까


녹색연합 군환경 태스크포스(TF) 신수연 팀장 ⓒ민중의소리

물론 윤 당선인의 구상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책임을 묻지 않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오염 정화 비용을 오롯이 우리가 떠안고, 환경오염 정화 작업을 졸속으로 진행하면 가능하다. 이런 무리수를 더하고 더해야만 용산공원 조성 계획을 앞당길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수정해 발표한 '용산공원 기본계획'을 보면 기지 반환 이전으로부터 공원 개원까지 총 7년이 걸린다. 이중 '오염 정화'에만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기존에 반환된 미군기지 정화 작업 시간을 감안해 설정한 것이다. 국방부가 정화작업을 마친 24개 기지의 정화 기간을 보면, 대부분 2~3년 정도 진행됐다.

윤 당선인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이 기간을 반년 혹은 1년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팀장은 졸속 정화가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신 팀장은 "협상이 아니라, 굴욕적으로 그냥 돌려받겠다고 해도 정부가 잡은 기간인 3년을 적용하고, 조감도처럼 푸릇푸릇하게 조성하려면 그 조성 시간까지 또 잡아야 한다"며 "정부가 오염 정화에 3년이란 기간이 걸린다고 한 건 기술적인 면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그 기간이 정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신 팀장은 "윤 당선인은 환경영향평가를 해서 크게 위험하지 않으면 일부분은 개방해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되게 안일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환경영향평가는 어떤 개발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 자연환경이나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해서 사업이 적정한 건지 평가하는 것"이라며 "용산공원은 이미 2007년 특별법으로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확정돼 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과 입지가 괜찮은지를 평가해야 하는 일반적인 사업과는 다른 경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선인 측이 이런 절차를 정확히 모른 채 환경에 큰 영향이 없으면 개방하겠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부분 개방이라도 최소한 안전해야 할 텐데 당선인 측의 말만 들어보면 정말 안전성이 담보될까 싶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2017년 미국 정보자유법에 따른 절차를 받아 확인한 용산 미군기지 유류유출사고들. ⓒ녹색연합

용산기지는 국내 미군기지 중 가장 많은 환경 사고가 확인된 곳이다. 2017년 녹색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미국 정보자유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30여년 간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만 해도 84건에 이른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한미 양측이 상호 합의 없이 오염사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건 금지하고 있어, 미군 측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 땅의 오염 정보조차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정보공개청구 등 힘겨운 과정을 거쳐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된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도 대표적인 용산기지 환경 사건 중 하나다. 지난 2000년 2월 용산 미군기지 내 영안실에서 미 군부원은 시체 방부처리용 독성 물질(포르말린)을 아무런 정화 처리 없이 싱크대에 쏟아버렸고 이 물질은 한강물로 흘러 들어갔다.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사고는 기름 유출 사고다. 용산 녹사평역 인근과 남영동 캠프킴 주변 등 사실상 용산 기지 전역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땅과 지하수 오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잇따른 사고에 지난 2004년부터 서울시는 용산기지 외곽에서 유류오염 지하수 정화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맹독성 물질(벤젠)이 검출되고 있다.

신 팀장은 "저희가 2017년에 받은 자료로 만든 그림을 보면, 기름통 크기가 클수록 사고 규모가 큰 곳이다. 이 중에는 주한미군 자체 기준에서도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라고 분류하는 3.7t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가 7군데 있었다"며 "지금 돌려받은 용산기지에서도 다이옥신이나 중금속, 유류 등 오염물질이 나왔다는데 앞으로 (용산기지) 본체 부지를 돌려받으면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는 얘기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팀장은 "용산기지는 미군만 해도 70여 년을 사용했기 때문에 장기간 오염 문제가 방치된 곳"이라며 "결국 공원을 조성하고 개방하려면 제대로 조사하고 정화작업을 해야 할 텐데 (윤 당선인은) 그런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신 팀장은 "이곳이 일반적인 주거 공간이자 도심 공간이어서 간단한 조치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용산공원의 조속한 개방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전에 반환된 미군기지를 보면 기름 오염 냄새,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민원이나 주민 피해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용산공원이 조성되려면,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잔디나 흙으로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정화가 되지 않을 경우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공원이라는 특성상 아이들이나 가족들이 많이 가기 때문에 그런 위해 요소들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공원 졸속 추진으로
우리가 또 잃게 되는 것

녹색연합 군환경 태스크포스(TF) 신수연 팀장 ⓒ민중의소리

용산공원 문제에 있어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지점이 있다. 공원 개방을 서둘러 추진하면서 잃게 되는 부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공원은 오랜 시간 많은 시민이 만들어 낸 사회적 합의다. 20년 가까이 지속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돌려받은 땅을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고, 이 합의는 특별법으로도 보장하고 있다. 법이 규정한 용산공원의 목적 중 하나는 '자연생태 공간'이다.

그동안 용산공원 조성이 늦어지면서 이곳의 성격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도 끊이질 않았다. 각종 박물관 조성부터 주택 공급까지 그 유형도 다양했다. 서울의 한 중간, 비어있는 이 땅을 어떻게든 개발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런 욕망을 제어하고 합의했던 건 "정화작업을 한 깨끗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떤 공원을 만들지 긴 호흡으로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었다는 게 신 팀장의 설명이다.

2016년에도 용산공원에 일부 정부 부처 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구상도 나왔지만, 이 같은 합의 정신에 따라 결국 무산됐다.

신 팀장은 "용산공원은 공모부터 시작해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지역 주민들이 이끌어온 역사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집무실을 이곳으로 이전하는 게 적당한가 싶은 생각도 든다"며 "용산은 이런 역사와 맥락이 있는 곳인데, 당장 개방하겠다는 식으로 추진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팀장은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미군 측에 제대로 묻지 않을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용산기지는 국내 미군기지 반환 협상 중 막바지에 있는 셈이다. 이 협상을 계기로 앞으로 사용하게 될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 정책을 개선할 계기로 만들어야 하고, 그런 기회가 충분히 있는 셈인데 이걸 서두르는 순간 그 기회를 버리는 것"이라며 "올해 용산기지를 그냥 돌려받고, 인력과 예산을 대거 투입해 정화작업을 추진할 경우 부실 정화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협상을 포기한 사회적 비용과 그렇게 서둘러서 정화할 때 생기는 문제를 감안하면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및 용산개방 추진) 동기가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혹평했다. 

신 팀장은 윤 당선인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용산기지 반환 협상은 용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전국에 남아 있는 미군기지에 적용될 수 있다"며 "어떻게든 '용산공원을 올해 안에 개방하겠다'는 그 의지를 미군기지 환경 정책을 개선하는 데 조금 더 사용하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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