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 올랐으니 택배 기사 수입도 늘었을 것이란 오해

소비자 500원 더내는데 택배 기사에게 돌아간 수수료는 5.3원뿐…지옥의 계산법

지난해 4월과 올해 1월. 택배비가 올랐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몇 년째 2,500원하던 택배비는 자취를 감췄다. 이제 기본이 3천원이다. 500원씩 올랐으니, 택배 기사들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택배 기사는 박스 배송을 ‘친다’고 표현한다. 한 명이 한 달에 6천개쯤 친다. 인상된 500원 모두 택배 기사에게 돌아가면 월급이 300만원 오르는 셈이지만, 모두 예상하듯 그런 일은 없다. 아주 복잡한 수수료 체계를 따라가다 보면, 인상분 500원은 5.3원으로 쪼그라든다. 뼛골 빠지게 6천개 쳐봐야 손에 쥐는 ‘인상분’은 달랑 3만1,800원에 불과하다. 

택배 자료사진


내가 낸 택배비 3천원, 어디에 쓰이나

소비자가 낸 3천원의 행방을 쫓아가야 한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년 전인 2020년 기준 택배 평균 단가는 2,221원이었다. 소비자는 2천500원을 택배비로 지불했지만 실제 택배회사가 받는 돈은 279원 적은 2,221원이다. 

인천에 있는 신발 쇼핑몰 주인은 279원으로 박스와 포장재를 산다. 포장 아르바이트 인건비도 이 돈에서 나온다. 박스당 279원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지만, 일단 넘어가자.

신발 쇼핑몰 주인은 상품이 포장된 박스를 택배 기사에 넘긴다. 인천에서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주문자 홍길동에게 물건이 넘어가는 첫 단계다. 2천500원에서 포장비 279원을 뺀 2,221원 중, 물건을 받아 가는 택배 기사가 비용으로 330원을 가져간다. 남은 돈은 1,891원이 된다.

택배 기사는 대리점으로 박스를 가져간다. 대리점은 택배 기사들이 받아온 물건을 쌓아두거나, 배송할 물건을 쌓아두는 곳이다. 한 대리점엔 대게 수십명의 택배기사가 있다. 쌓아둘 공간이 필요하고, 공간을 운영할 인력이 필요하다. 대리점은 이 운영 비용으로 280원을 가져간다. 1,891에서 남는 돈은 1,611원이 된다.

대리점에는 하루 한두 차례, 대형 트럭이 방문한다. 인천에서 서울로가는 박스 수천개를 모아 대형 트럭에 싣는다. 대형 트럭 운송 비용은 250원 정도다. 남는 돈은 1,411원이 된다.

인천 대리점에서 출발한 대형 트럭은 서울 대리점에 도착해 물건을 내린다. 인천 대리점이 운영 비용으로 280원을 가져갔듯, 서울 대리점 역시 280원을 가져간다. 남는 돈은 1,131원이 된다.

서울 대리점에서 일하는 택배 기사는 인천에서 온 신발 박스를 은평구 홍길동씨 집 앞에 가져다 둔다. 이때 택배 기사는 800원을 받는다. 남는 돈은 331원이 되고 이 돈이 CJ대한통운이나, 롯데·한진·로젠택배가 가져가는 돈이다. 

250원이 5.3원 되는 지옥의 계산법

2021년 택배사는 일제히 요금을 인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500원 올랐지만, 택배사가 쇼핑몰 등에 실제 인상한 금액은 250원 정도다. 앞서 살펴본 계산대로라면 포장비 등을 제외한 2,221원이 2,471원으로 오른 것이다.

인상된 택배비 250원 중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얼마일까.

택배 기사는 요금 구간에 따라 배송 수수료를 가져간다. 택배비 2,300~2,700원짜리는 배송료로 800원을 가져가고, 2,700~2,900원짜리 택배는 20원 많은 900원을 받는 식이다. 택배비를 기준으로 1,700원 미만 1구간부터 9천원 이상 15구간까지 총 15개로 쪼개진다. 구간과 구간 사이는 적게는 200원에서 많게는 500원, 1000원씩 차이 난다. 1구간이 올라갈 때 택배 기사가 받는 배송 수수료는 대부분 20원씩 올라간다.

지난해 택배사가 250원을 인상했는데, 이를 앞서 살펴본 인천 쇼핑몰 예로 다시 계산해 보자. 인천 쇼핑몰에서 발송한 신발 박스 택배비는 2,221원으로 3구간(택배비 1900~2300원)이었다. 3구간이면 택배 기사가 받는 배송 수수료는 880원이다.

250원이 올랐으니 택배비는 2,471원이 됐고 이는 1구간 올라간 4구간(2,300~2700원)에 해당한다. 배송 수수료는 880원에서 20원 오른 900원이 된다. 택배비는 250원이 올랐지만, 택배 기사가 받아 가는 배송수수료는 20원만 오르게 되는 구조다. 구간에 따라 배송 수수료를 산정하는 방식을 정률제라 부른다. 현재 택배 기사의 30% 수준이 이렇게 정률제로 계약을 맺고 있다.

나머지 70%는 정액제다. 정률제보다 정액제가 더 혹독하다. 정액제는 택배비가 얼마가 됐든 정해진 배송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2,300원짜리 택배를 배송하든, 3,200원짜리 택배를 배송하든 정해진 배송 수수료 800원을 받는 식이다. 택배비가 얼마나 오르건 영향이 거의 없는 구조다.

택배비는 250원 올랐지만, 택배 기사 수수료 인상 폭이 매우 미미한 이유다. 택배노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기사의 배송 수수료 인상분은 5.3원에 불과했다. 노조가 전국적으로 약 20만건의 샘플을 취합해 평균 낸 결과다. 

배불리는 택배사…“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매일 확인하고 있다”


택배비는 올려 받았는데, 택배 기사에게 주는 수수료가 별로 늘지 않으면서 택배사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CJ대한통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164억원이었는데 반해, 요금이 오르기 시작한 2분기 영업이익이 524억원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1분기 2%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은 3분기 7%를 넘어섰다. 2021년 영업이익은 1,982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택배사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택배사의 가격 인상은 ‘택배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상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택배 단가는 지속해서 하락했다. 상승이 아니라 하락이다. 2012년 평균 택배 단가는 2,560원이었다. 1년 뒤인 2013년엔 31원 줄어든 2,475원이었다. 하락세는 2018년까지 8년간 지속했고 그사이 단가는 277원 떨어졌다. 이 기간은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다. 택배 수요가 늘어났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택배사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단가 인하 경쟁을 벌였다. 매년 물량이 대폭 늘어나니 단가가 줄어도 매출은 성장세를 거듭했다. 택배사의 ‘박리다매’ 전략이었다.

문제는 택배 기사 쪽에서 발생했다. 택배 기사는 배송한 택배 1박스당 수수료가 수입이다. 단가가 줄어드니 수수료 수입이 줄었고, 줄어든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배송 박스를 늘렸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했다. 지난 몇 년간 택배 기사 과로사가 줄지어 발생한 이유다.

지난해 사회적 합의 기구는 택배 기사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택배비 인상을 용인했다. 용역 결과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비용, 박스당 170원은 올려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소비자들도 ‘과로사 방지’라는 명분에 동의하며 손해를 감수했다.

하지만 결과는 ‘사회적 합의’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택배비는 올랐지만, 택배 기사 수입은 늘지 않았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노동조합이 57일째 ‘총파업’을 하는 이유다.

지난 21일 열린 택배 기사들의 결의대회에서 한 참석자는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국민들과 약속한 사회적 합의를, 재벌이라면 깨도 되는구나. 재벌이라면 세상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거짓말로 속이고 넘어가도 되는구나. 또 한 번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택배노동자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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