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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②]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작년 투쟁으로 올해 성과 내야” 하반기 국회에 주목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철수 기자

올해 임기 2년차를 맞이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작년에는 투쟁을 잘했다면 올해는 잘한 투쟁을 기반으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올해 목표를 제시했다.

“투쟁을 바탕으로 쟁취” 올해 하반기 국회에 ‘주목’

민주노총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회 금지’ 조치에도 전국노동자대회, 총파업 투쟁 대회 등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핵심 구호는 ‘불평등 체제 타파’였다. 양 위원장은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지난해 11월 석방됐다.

양 위원장은 “지난해는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굉장히 어려운 조건에서 투쟁한 것 자체만으로 민주노총 안팎으로 의미가 있었던 해라고 생각한다”며 “소위 ‘코로나 계엄’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 민주노총이었고, 거기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투쟁하는 조직으로서의 민주노총 모습을 다시 바로 세우는 것이 절박한 시기였기 때문에 작년에는 총파업 투쟁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며 “투쟁은 우리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고,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투쟁 없이는 한국사회의 전환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입장은 지금도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다만 “거기에 멈추는 게 아니라 불평등 체제를 타파하기 위해서 우리가 당장 만들어내고 바꿀 것은 무엇인지를 사업계획으로 확정하고, 그것을 실제 쟁취하는 2022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해라는 점이 주목된다. 새 정부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시기인 것이다.

양 위원장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경과하면 하반기에는 새 정부 초기의 흐름이 잡힐 테고 그러면 하반기 정기국회가 굉장히 치열할 거라고 본다”며 “2024년 총선 앞두고 있는데, 총선 직전 국회는 쟁점 법안이나 개혁 법안 처리를 하지 않는 관례가 있기 때문에 아마 이번 하반기 국회가 새 정부의 쟁점 법안 처리 첫 국회이자 마지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지난 1년 동안 투쟁하면서 요구한 것을 어떻게 정부 정책이나 법에 관철할 것인가에 주목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출범식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한 모습. 자료사진. ⓒ노동과세계

양경수 위원장 취임 1년차 성과는?

지난 1년 동안 민주노총이 거둔 성과도 없지 않았다. 그중 하나는 올해 개정되는 교육과정 총론에 ‘노동’을 반영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교육 강화를 핵심의제로 삼고 지난해 160여 개 단체와 함께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를 출범시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교육부가 올해 개정되는 교육과정 총론에 ‘노동’을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교육 헌법’으로 불리는 이 총론을 토대로 앞으로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그것을 공식적인 사업으로 만들고,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교육감과 정치인도 만나고, 토론회도 개최하면서 빠르게 움직였다”면서도 “오랫동안 노동인권교육을 제도화하려는 많은 분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지 민주노총이 1년 ‘반짝’ 해서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는 앞으로 남은 과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청년 조합원을 상대로 한 사업도 새롭게 시도된 점이 눈에 띈다.

구속됐던 양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석방된 후 첫 일정으로 찾은 곳도 ‘청년노동자대회’였다. 청년노동자대회는 민주노총이 처음으로 연 것이었다. 청년 조합원들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 보장’과 ‘안전한 청년 일자리 보장’을 주장하며 서울시청에서부터 청와대로 행진을 했다.

양 위원장은 취임하면서 민주노총 안에 ‘청년사업실’을 신설하고, 청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청년노동자대회도 그 일환이었다. 최근에는 ‘청년조합원과 민주노총’이라는 연구보고서도 민주노총 차원에서 처음으로 발간했다.

양 위원장은 “분산적으로 진행되던 청년사업을 집중화하면서 ‘핵’을 만들었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그는 “청년사업실을 신설한 뒤 워크숍이나 토론회 등을 통해 청년 노동자들과 청년 간부들의 실제 고민을 모아낼 수 있었고, 청년노동자대회로 그들의 요구를 밖으로 드러내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고 양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00여 명이 청년들이 모여 토론하는 ‘청년활동가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다며 “여전히 청년 사업을 무게감 있게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기회를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발을 했으니 이제 열심히 달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청년사업의 목표는 청년 조합원 조직화인가’라는 질문에 “그것으로만 국한해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청년세대를 관통하는 의제를 만들고, 그것을 실천하고 투쟁하는 역할을 (청년 조합원들이)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변화 또는 그것을 추동해가는 주체로서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은 이른바 ‘세대론’에 의문이 생기면서 나온 것이다. 양 위원장은 “세대로 구분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세대에 너무 국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세대가 가진 고민이나 담론을 하나의 영역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단순하게 비교한다면 40~50대의 고민 문제중심이 자녀 교육문제에 있다면, 20~30대는 주거 문제일 것이고, 50대가 노후에 관심 있다면 20대는 당장의 삶에 관심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40~50대도 주거 문제를 고민하거든요. 그래서 나이로 잘라서 그들의 문제는 ‘이것’이라고 규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대를 관통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중심 세력’을 어떻게 형성할 것이냐 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철수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조직적 대응 체계 마련 준비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효과는 ‘물음표’

한편 양 위원장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할 채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진짜 사장’인 원청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제정됐다.

양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법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을 비롯해 법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양 위원장이 전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 차원에서 체계를 마련해두겠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일부 중대재해만 언론이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사실 한 해 2000여 명의 노동자가 죽는다. 그건 2000여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는 말과 같다. 이럴 때 민주노총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지금부터 준비하려고 한다”며 “법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법에 근거해서 권리를 지키는 활동도 더 활발하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바로 전날에도 광주에서 주상복합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해 건설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도 끊임없이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 전 조직이 중대재해에 달라붙어도 모자랄 정도로 사고가 너무 많이 일어난다”며 “이런 대응을 체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대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민주노총 내에도) 의외로 많지 않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이런 것들이 체계화 되어 있지 못하다 보니 (조합원이나 노동조합) 개인 역량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게 된다”며 “이런 데에서 민주노총이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양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에 대해선 여전히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노동이사제란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가지고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다. 노동계로서는 환영하는 제도이지만 현실에서 취지대로 제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라는 게 양 위원장의 입장이다.

양 위원장은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노동자의 권한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공공기관과 준공공기관 120여 개만 해당되고 나머지 공기관은 제외됐다. 또 노동자 추천 2명이라고 하지만 결국 1명이다. 다수 이사 중 한 명의 노동이사가 할 수 있는 건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사회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알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의 경우 100인 이상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를 시행했는데 맹점도 있었다. 노조 추천을 통해서 노동이사를 선임했는데 노동이사가 되면 노조를 탈퇴하라고 했다. 이사회는 관리자니까 노조 조합원이면 안 된다는 황당한 논리로 인해 다툼 일어난 적 있다”며 “노동이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 위원장은 “경영이사와 관리감독이사를 구분해서 노동자는 관리감독이사로만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며 “노동자들을 경영의 한 주체로,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더라도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이사제를 하려면 양도, 질도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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