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인터뷰

[신년 인터뷰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대선 후보단일화 아쉽지만, 지방선거서 성과낼 것”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철수 기자


민주노총과 6개 진보정치 세력(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한상균대통령후보선거운동본부)이 머리를 맞대고 대선 공동대응 모색에 나섰다. 113만의 조합원을 자랑하는 민주노총은 이들 중 단일후보가 선출된다면 ‘배타적 지지’를 하겠다고 일찍이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출됐던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았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3%의 득표율을 얻었고, 이후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원내 13석을 확보하는 교두보를 마련한 전례가 있다. 민주노총이 이번 대선에서도 특정 후보를 배타적 지지를 하게 된다면 2012년 대선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 진보 대선후보 단일화가 결국 무산되면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도 어렵게 됐다. 작년 말에 이어 올해 초에도 6개 진보정치 세력이 “불평등 체제를 타파하자”는 공통 목표를 두고 후보단일화를 모색했지만 방식에 대한 합의를 끝내 이루지 못한 것이었다. 막판까지 쟁점이 된 것은 민주노총 조합원 직접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어느 정도 비율로 적용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민주노총 110만 조합원이 특정 후보 지지하면 전체 유권자의 3% 정도”
“지방선거 때 실질적인 성과 기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그 결과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상당히 의미가 있었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진보정치가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공동의 실천, 공동의 요구, 공동의 후보를 논의하게 된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정치 내에 다양한 견해를 가진 분들이 사실 총망라해서 전부 한자리 모였다고 해도 과언 아닐 정도였습니다. 후보단일화는 좌초됐지만, 작년 11월 전국노동자대회 때 공동요구안을 마련한 것과 공동실천을 도모한 것 등은 이전과 다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양 위원장이 지난해 취임할 때부터 조합원들이 요구해온 것이기도 했다. 실제 후보단일화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노동현장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기대를 하면서도 ‘그게 가능하겠냐’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작년 12월에 후보단일화 문제가 가시화되고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자 현장 조합원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비슷한 흐름이었다고 봅니다. ‘그게 가능하겠냐’는 우려에서 ‘꼭 돼야 한다’는 기대와 바람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을 만들지 못해서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고 있는 상황인 거 같습니다.”

민주노총은 후보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이를 촉진하기 위해 조합원 직접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7대3의 비율로 적용하는 중재안을 작년 말에 제시한 적도 있었다. 조합원 직접투표로 단일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과 국민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던 가운데, 왜 민주노총은 조합원 직접투표 비율을 훨씬 더 많이 적용한 중재안을 제안했던 것일까.

“민주노총 조합원 110만 명 모두가 한 사람에게 투표한다면 전체 유권자의 3% 정도 될 겁니다. 대선에서 진보진영 후보가 3%의 지지율을 받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현장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 자체가 단일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고 외연을 넓히는데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현재 ‘노동 없는 대선이다’, ‘혐오 대선이다’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영향 때문에 우리 조합원들이 대선에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진보 후보단일화에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고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노동자의 직접정치를 구현하는 방안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국민 여론조사보다는 직접투표에 많은 비중을 두고 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다만 “7대3이라는 비율은 논의를 촉진하기 위한 하나의 안이었던 것”이라며 “그것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후보단일화 논의는 새해 들어 조금 더 진전을 보였다.

“비율로만 국한하고 보면, 직접투표 100%와 여론조사 100% 주장이 처음에 맞서다가 그 비율이 3대7, 7대3, 이런 식으로 좁혀진 셈이죠. 그것이 상징적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전혀 공통분모가 없던 것처럼 느껴졌지만, 많은 부분에서 교집합을 만들어냈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막판에 이뤄진 참여 단위의 대표단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숨 가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위원장은 “제가 회의를 더이상 하기 어려울 거 같으니 중단하자고 얘기할 때까지, 아무도 회의를 끝내자고 얘기하지 않았다”며 “3시간 논의되는 동안 굉장히 (분위기가) 팽팽했다. 치열하게 공방이 되는 순간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선공동대응기구 회의 모습. ⓒ뉴시스


양 위원장은 이런 논의 과정을 통해 진보진영의 연대·연합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다.

“결과를 도출하진 못했지만, 당 대표단 회의까지 진행하면서 모두가 정말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고민만큼은 일치했다고 생각합니다. 불평등의 극단에 서 있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대선후보들도, 진보정당들도 직접 목격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에 진보정치 단결의 필요성이나 절박성을 다 같이 공감했다고 봅니다. 더 장기적으로 보면 진보정치가 한자리에 모여 선거뿐만 아니라 공동의 대응을 논의하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양 위원장은 목전에 둔 대선에 대한 진보진영의 공동대응을 계속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보정당 대선후보 토론회나 공통의제 실천 활동 같은 것들은 당연히 해야 할 것”이라며 “선거운동 기간에는 현장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을 알려내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노총 차원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투표 방침’을 따로 정할지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양 위원장은 오히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진보정치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명칭은 ‘대선공동대응기구’였지만 출발할 때부터 지방선거까지 함께 논의하자고 했다”며 “아직 회의 날짜를 잡지는 않았지만 5~6개월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 논의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후보단일화는 지역별 논의 같은 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대선 후보단일화보다 훨씬 가볍게 논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지방선거 의제도 준비해야 할 것이고 지역별 전선도 만들어가야 합니다. 사실 진보정당은 대선에서의 성과보다는 대선을 기반으로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는 게 목표라서 지방선거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논의를 빠르게 해야 할 것이고, 그래야 지방선거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독자정당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는 “또 하나의 진보정당이 생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뉴시스


“윤석열·이재명 노동공약, 단편적이고 협소한 인식 반영”

민주노총이 진보진영의 단결을 호소하는 것은 ‘거대 양당’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정치로는 노동자의 삶이 더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양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노동 인식을 모두 우려했다.

우선 양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후보의 ‘비정규직 공정수당 민간 확대’ 공약에 대해 “수당을 몇 푼 더 주면 비정규직이어도 괜찮다는 건 고용불안과 일자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단편적이고 협소하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기도지사였던 이 후보가 경기도에서 이미 시행해봤던 제도라서, 본인은 그걸 강점이라고 내세우는데 저는 맹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긍정적으로 작동했으면 경기도는 비정규직 숫자가 줄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또 경기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이 적어도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어야 했는데 그런 유의미한 결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양 위원장은 이 후보가 유럽의 사례를 근거로 이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탄탄한 사회보장 제도가 기본적으로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단시간이나 특정 기간만 일을 하고 나머지는 자기시간을 갖기 위해 비정규직을 자발적으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한국사회는 비정규직이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게 아니라 강제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실제 비정규직이 왜 양산되고 있는지 제대로 진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용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만들어진 계기가 IMF 외환위기입니다. 그때 노동의 유연성을 담보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을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기업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바라보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소득의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종합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서 돈 몇 푼 줘서 해결하겠다는 식의 비정규직 대책은 굉장히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윤 후보의 인식은 더 심각하다.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조건에서도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거나 ‘주120시간 노동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양 위원장은 “정말 노동현실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데려다 놓고 공부시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노동현실이나 전반적인 산업구조를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 대책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주 52시간 일하고 그 다음 주에 쉴 수 있겠죠. 바쁠 땐 바쁘게 일하고 여유 있을 때 조금 편하게 일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도 원론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구현될 수 있는 현장이 많지 않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을 일반적인 것처럼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후보가 일자리 공약으로 내놓은 ‘디지털 맞춤형 인재 양성’도 현실과 거리감이 있다고 양 위원장은 지적했다.

“윤 후보뿐만 아니라 정부의 일자리 정책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사업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업은 실효성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노동자들은 그걸 하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냐고 되물어요. 단순하게 말하자면, 기업은 자기들이 채용해서 일주일만 교육시키면 그보다 훨씬 더 적합한 인재를 만들 수 있다고 단언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양 위원장은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의 영역에서 ‘이것이 올바른 일자리’라는 걸 모델화해서 보여줘야 한다”며 “그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양 위원장은 “기업도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이 최근 들어 공개채용을 없애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름의 평등한 등용문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특채만 남을 텐데, 그러면 자기 인맥이나 자기 필요에 의한 사람만 골라 쓰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그런 기업을 정부가 지원하면서 일자리를 만들라고 한다면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와 진보당 김재연 대선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법 개정 및 제정’에는 “전적으로 옹호한다”는 게 양 위원장의 입장이다. 민주노총의 대선 요구 의제이기도 하다.

“현재 노동법이 설계되고 만들어진 지 이미 7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그사이에 산업구조나 경제상황이 굉장히 많이 변했어요. 특히 플랫폼 노동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고용구조도 나타났어요. 그러면 이에 맞게 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회적으로 폭넓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도 국회가 법 개정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다만 주 4일제 공약의 경우 현실에 적용할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양 위원장은 지적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배분’ 측면에선 분명 의미가 있고 동의한다는 전제에서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 문제는 결국 수입과 직결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서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하면 일자리 창출이나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축소시키고 고강도 노동을 강제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양 위원장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완성차 제조회사를 들었다.

“노동자들이 주간 2교대를 했는데, 10시간씩 작업하던 것이 8시간씩 작업하는 것으로 노동시간이 줄었어요. 그런데 생산량은 동일했습니다. 급여를 동일하게 지급하는 대신에 생산량도 동일하게 한 겁니다. 그 얘기는 라인 속도를 높였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더 창출되지 않았어요. 결국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노동강도는 높아졌어요. 소위 ‘가장 힘 있는 노조’가 있는 곳이 현대차와 기아차라는 완성차 회사에서도 그랬는데 다른 영역에선 어떻겠습니까. 적어도 임금이라도 동일하게 지킬 수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저는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어요.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노조를 갖지 못한 노동자들 입장에선 주 4일제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 2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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