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자 감세로 세수 급감…세제 개편해 복지 재원 마련해야”

조국혁신당·참여연대 토론회…“감세 낙수효과 없어, 법인세 실효세율 높여야”

조국혁신당 정책위 조세개혁 TF와 같은 당 차규근 의원,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은 4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반복되는 세수 부족과 감세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의 왜곡된 재정 운영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커진다. 연이은 대기업·부자 감세로 세수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불황 시기 긴축재정으로 경기 둔화를 야기한 점도 세수 부족 요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법인세와 소득세 등 주요 세목의 세제 개편을 추진해,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국혁신당 정책위 조세개혁 TF와 같은 당 차규근 의원,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은 4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반복되는 세수 부족과 감세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포용재정포럼 부회장)는 윤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세수 감소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기획재정부의 ‘5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세수입은 15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 1천억원(5.7%) 줄었다. 2023년에는 본예산 대비 세수 펑크 규모가 56조 4천억원에 달했다. 세목별 세수 증감액을 보면, 법인세는 전년 동기 대비 23조 2천억원 감소했다. 소득세는 12조 9천억원 줄었다. 세수 펑크는 정부 지출 축소로 이어졌다. 2023년 정부는 28조원의 예산을 불용 처리했다.

가장 큰 세수 부족 원인으로는 정부 감세 정책이 꼽힌다. 강 교수는 “반복되는 세수 부족은 감세 정책과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경기적 요인보다는 감세정책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 정부는 2022년, 2023년 연이어 대규모 감세 정책을 강행했다. 2년간 총 감세 규모는 63조 2천억에 달한다. 이중 법인세 감소분은 27조 2천억원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소 규모는 3조 4천억원이었다.

강 교수는 “서민과 중산층, 중소·중견기업보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감세 규모가 더 크다”면서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증권거래세 등 주로 자산소득에 감세가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투자와 고용이 증대해 분배구조가 개선된다고 주장했지만, 낙수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2023년 4분기의 5분위 배율은 10.69를 기록했다. 상위 20% 평균소득이 하위 20% 평균소득의 10배를 넘었다는 의미다. 전년 동기 대비 5분위 배율은 2022년과 2023년 매 분기 확대됐다.

강 교수는 낙수효과가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세는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감세 이전에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관행, 노동시장 이중구조,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개선해야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세와 더불어 경기 둔화도 세수 감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쳐,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1.7%)에 뒤처졌다.

2023년 경기 둔화 원인은 민간 부문이 아닌 정부의 재정 운용 실책에 기인한다는 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설명이다. 민간 분야 성장세가 둔화하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경기 조절 역할을 해야 하는데, 윤 정부는 거꾸로 갔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2023년 경제위기의 진원지는 민간이 아니다”라며 “민간 소비는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나, 정부지출이 1.3%만 증가해 내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세도 정부 책임이지만, 경제위기 주범도 정부”라며 “이런 경제위기는 ‘정부 재정 위기’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왜곡된 재정 운용은 경제 전반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민생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약화해 복지 여력이 위축된다.

강 교수는 “경기침체기에 진행된 긴축정책은 단기적인 경제안정화는 물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해 재정정책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회복되기 전 긴축재정으로 돌아선 유럽 국가들이 경험한 경기침체와 잠재성장률 하락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긴축재정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며 “소위 ‘자멸적 긴축재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3년 국가 채무는 전년 동기 대비 59조 4천억원 불었다.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과 국민부담률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세제 개편해 ‘고부담-고복지’로 전환해야

강병구 교수는 재정 운용 기조를 중부담-중복지에서 고부담-고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조세 수입이 GDP 차지하는 비중(국민부담률)이 OECD 평균 수준이지만, 정부의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적다. 한국과 OECD의 국민부담률은 각각 33.3%, 35.6%로, 차이는 2.3%P에 불과하다. 반면,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격차가 6.3%에 이른다.

강 교수는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고용 불안과 노동 시장 이중구조, 불평등, 경기 부진, 잠재성장률 하락, 가계부채 증가 등에 대응해야 한다”며 “누진적이고 보편적인 증세로 세수를 확충해, 복지국가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 확충 방안으로 법인세 개편이 제시된다. 한국은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이 26.4%(지방세 포함)로, OECD 평균 23.6%를 상회한다. 문제는 실효세율이 낮다는 점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법인세 실효세율은 17.5%로, 영국(19.8%), 프랑스(25.6%), 호주(29.3%)를 밑돌았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한국보다 실효세율이 낮은 나라는 미국(14.8%)과 일본(17.3%)뿐이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과세표준이 높은 탓에 적용 대상이 극히 일부로 제한된다는 게 강 교수 설명이다. 2022년 기준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법인 수는 151개로, 전체 법인세 납부 법인의 0.03%에 불과했다. 법인세 공제와 감면도 실효세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특히 법인세 공제액과 감면액의 63.6%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적용된다.

강 교수는 법인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하향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현행 4단계로 구분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2~3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법인세 수를 늘릴 수 있다.

최저한세를 높이는 방안도 거론됐다. 최저한세는 세금 지원을 받더라도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다. 현재 가장 높은 최저한세율은 17%로, 과세표준 1천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한다. 과세표준 3천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더 높은 최저한세율을 적용하자는 게 강 교수는 의견이다. 그는 최저한세율 조정으로 최대 2조 3천억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소득세도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대상이 협소해, 적용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 강 교수는 사회 복지 확충과 병행을 전제로,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점차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정부는 올해도 부자 소득세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 양도 차액이 연 5천만원 이상일 때 해당 소득의 22%를 과세한다. 3억원 이상은 27.5%의 세율을 적용한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해외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강 교수는 “외국도 금융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며 “해외 이탈 주장은 억측”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만의 금투세 도입 실패 사례를 부각하는데, 일본은 10년 장기간에 걸쳐 제도를 안착시켰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상속세 완화 계획이 나왔다. 정부는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대기업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일반주주 주식 평가액보다 20% 가산하는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상속할 때는 주식의 시장가격에 20%를 가산해 세금을 매긴다.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할증 과세를 폐지하면 최대주주는 주식 매각에 따른 소득 대비 적은 세금만 납부하게 된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자유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가”라며 “단가에 주식 수를곱한 게 시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 거래 가격이 바로 시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시장 거래 가격 높아서 과표 높이고 그에 대해 과세하는 게 실질과세 원칙에 맞다”며 “할증 과세 폐지는 실질과세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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