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2024년 여름, 그 비용과 대책은?

6월 24일 미국 애틀랜타의 기온이 치솟는 가운데 건설 노동자 대런 트루가 물을 마시고 있다. 앞으로 며칠 동안 열 지수가 10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2023년에 이어 2024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세계 전문가들의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은 전국 평균 기온이 22.7도로 평년보다 1.3도나 높은 역대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고, 폭염 발생일도 평년보다 4배 많은 2.8일로 가장 많았다. 밤까지 이어진 더위에 3년 연속으로 6월에 열대야가 발생했으며 서울은 21일에 열대야가 발생하며 118년 만에 가장 빨랐다. 
국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로마에서는 기온이 45도까지 상승해 200여 명이 사망했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대규모 산불로 150명이 사망했다. 인도 북부에서는 50도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300명이 사망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우리 생명와 생계를 위협하고 각종 사회 시스템의 과부하를 가져오는 폭염이 더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닌 지금, 이에 대한 대응 계획의 수립과 평가가 절실하다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The rise of the truly cruel summer

여름은 일본에서는 매미의 울음소리로, 알래스카에서는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전 세계 인구의 85% 이상이 사는 북반구의 여름은 이제 위험한 수준의 더위를 동반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카 순례 중 50°C를 넘는 기온으로 1,3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인도의 수도 델리는 5월과 6월 사이 40일 동안 기온이 40°C를 웃돌았다. 멕시코에서는 열사병으로 수많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기도 했다.

예상했겠지만 올여름도 혹독할 전망이다. 지금도 매달 평균 기온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태평양의 해류와 바람 변동 시스템의 더운 단계인 엘니뇨가 최근 끝났다. 하지만 이번 여름이 오늘날의 세계에서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연도별 변동을 감안해도 지구는 19세기보다 약 1.2°C 더 따뜻해졌다. 평균 기온의 작은 변화도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하여 이미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매우 강한' 또는 '극심한' 더위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날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가혹한 여름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증가는 막대한 부담을 낳는다. 유엔과 적십자 및 적신월사는 폭염이 세계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기후 재해 중 하나라고 경고한다.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렵지만, 2021년 랜싯에 발표된 한 분석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9년 사이 더위로 인해 매년 평균 48만9천 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거의 4분의 1이 남아시아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추정치는 평소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특정 기간 동안 사망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초과 사망자’에 기반을 둔다. 치명적이지 않은 더위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더 어렵다. 특히 보건 및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가난한 나라에서는 폭염의 피해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폭염의 경제적 비용도 추정할 수 있는데, 이는 상당히 크다. 더위는 생산성을 낮춘다. 지난해 랜싯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적으로 폭염 때문에 490억 시간의 노동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는 1991~2000년 연간 평균보다 거의 42%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동남아시아의 소득도 거의 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극한의 기온은 작물 수확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2022년 봄의 심각한 더위는 인도의 연간 밀 생산량을 4.5% 감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위험과 부담에 대한 적응

이러한 새로운 위험과 부담에 적응할 방법은 많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없으며 시도되는 방법도 적다. 특히 폭염에 대한 대처는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뒤처져 있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 1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던 여름이 이제는 5년에 한 번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체계적인 대응 계획이 있는 나라는 적고, 그런 기존 계획마저도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더위는 일반적으로 심장병, 신장병, 당뇨병과 같은 기저 질환을 악화시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는 더위로 인한 죽음이 주로 노인, 빈곤층,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인구가 밀집된 지역, 특히 도시의 가난한 지역에서는 기온이 훨씬 더 높다. 금속 지붕과 같은 저렴한 건축 자재가 위험을 악화시키고, 그늘을 제공하고 잎에서 수증기를 증발시켜 냉각 효과를 주는 나무가 부족한 것도 위험을 높인다. 노숙은 더욱 위험하다.

기본적인 정보는 더위 대응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 ‘소득, 전기, 물 공급 데이터를 가지고 그것이 가장 낮은 곳을 찾아야 한다’고 델리의 기후 싱크탱크인 ‘지속 가능한 미래 협력’의 연구원 아디티아 발리아탄 필라이는 말한다. 2,5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사망자를 줄이려면 대부분의 노력을 50만 명에게 집중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자원을 배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온은 비교적 예측하기 쉽다.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문제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지, 그들의 예보가 부정확한 것이 아니다. 기상 서비스를 개선하면 아프리카의 넓은 지역을 포함한 뒤처진 국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유한 국가에서도 더 세밀한 예보는 정전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전은 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더 많은 에어컨이 필요할 때 증가하는 리스크이다.

기후나 보건 정책 외에도 국가가 개입하면 유용한 비전통적인 분야도 있다. 노동 시장 규제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이다. 뜨거운 조건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는 질병과 사망의 위험이 특히 크다. 이는 농업과 건설업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외부 노동자뿐만 아니라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 노동자에게도 해당한다. 물, 그늘, 휴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상식적인 조치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가 수익을 줄일까 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농업 및 제조업 노동자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몇 년 동안 더위 관련 규정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실내 노동자를 더위 기준을 정하는 제안은 2019년에 통과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달에야 승인됐다. 게다가 비용 때문에 교도소에서 일하는 수만 명의 직원은 제외되었다. 미국에는 연방 차원의 노동자 더위 보호 규정이 없으며, 많은 공화당 주는 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한다. 플로리다의 새로운 법은 지방 당국이 이를 도입하는 것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더위에 취약한 생활방식이나 건축 방식을 바꾸는 것이 과제다. 이는 특히 많은 오늘날보다 훨씬 더 시원한 기후에 맞춰 설계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유럽의 경우 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더운 여름을 겪어온 지역은 더 잘 대처하고 있다. 스페인이 좋은 예다. 남부 스페인에서는 그늘이 있는 내부 정원을 갖춘 집이 많고, 대부분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수도인 마드리드의 가장 소박한 주택도 창문에 햇빛을 가리는 차양이나 셔터가 있다. 많은 스페인 사람이 더 이상 낮잠을 자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오후 가장 더운 시간에 가게와 사업체가 문을 닫는다. 이는 모두가 휴식을 취할 기회를 제공한다.

스페인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 더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대부분의 지역은 구체적인 더위 대응 계획을 가지고 있고, 중앙 정부가 폭염 경보 시스템을 조정한다. 마드리드의 대책에는 학교 시간 단축, 대중교통 증편, 에어컨 업그레이드 보조금 등이 포함된다. 올해는 박물관과 같은 에어컨이 설치된 공간을 개방하고, 사람들에게 이를 이용하도록 권장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1980년에서 2015년까지 36년간의 연구는 스페인에서 더위 관련 사망을 줄인 것이 '사회적 적응'과 '사회경제적 발전' 덕분이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웃 프랑스에서도 여러 차례 조정된 더위 대책이 최악의 폭염에서 사망률을 최대 90%까지 줄인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의 과제

이런 조치를 더 많이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사회가 이런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3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아메다바드는 남아시아 최초로 폭염 대응 계획을 시행해 주목받았다. 이 계획에는 폭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의료 센터에 추가 직원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가 포함되었다. 2018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시행 첫해에 이 계획으로 인해 1,000여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10년 후에도 아메다바드의 계획이 효과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후 변화 관련 정책이 흔히 그렇듯, 이 계획도 정기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그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필라이 연구원은 ‘아메다바드의 폭염 대응 계획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마도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고 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책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대비해야 할 것이 많은 요즘 그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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