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국회 탄핵소추안 보고를 앞두고 사퇴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임으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지명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이진숙 후보자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 후보자에 대해 “오랜 기간 언론계에서 쌓아온 경험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방통위 운영을 정상화하고, 미디어의 공공성을 확보하여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정 실장은 “(이 후보자는) 이라크전 당시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로 활약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왔고 경영인으로서도 관리 능력과 소통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했지만, 이 후보자의 과거 이력을 들여다보면 ‘언론탄압’ 전력이 화려하다. 사회적 논란이 된 ‘세월호 오보’ 책임 회피 논란은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4년 MBC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낸 책임자다. 이 후보자는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 조사에 불응해, 진상규명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엔 김재철 전 MBC 사장 아래 홍보국장을 맡아 김 전 사장의 ‘언론노조 탄압’, ‘MBC 민영화’를 옹호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 때 보도본부장과 대전MBC 사장을 지낸 이 후보자는 ‘낙하산 인사’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질 않는 인물이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지명 소감에서 사실상 ‘공영방송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후보자는 전임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떤 위법적인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이들이 야당의 “정치적인 탄핵 사태”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욕설 발언을 담은 “‘바이든 날리면 같은 보도’는 최소한의 보도 준칙도 무시한 보도”라고 주장했다. 또 “청담동 술자리 보도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른바 카더라 통신을 대대적으로 보도 확산했다. 김만배, 신학림의 이른바 ‘윤석열 검사가 커피 타 주더라’ 하는 보도는 또 어떻나”라며 “가짜 허위 기사”라고 비난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계를 “흉기”에 빗대기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 공영언론이 노동 권력, 노동단체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민주노총)의 직원이다. 정치 권력, 산업 권력의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그 공영방송들이 노동 권력으로부터 스스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조만간 MBC, KBS,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임기가 끝난다”며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강행의 뜻을 밝혔다.
한국당 영입인재, 윤석열 언론특보 출신...“중립성 떳떳”
이 후보자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치 편향성 논란에 관한 질문을 받고 “30년 넘게 방송 현장에서 일한 전직 방송인”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MBC 기획홍보본부장을 지내며 고(故)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지분 매각을 논의하며 민영화를 추진했다는 논란에는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은 민영화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9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대표 첫 영입 인재로 입당했다. 2021년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캠프 언론특보로 합류했다가 ‘후보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일주일 만에 해촉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윤 대통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자를 지명하자, 뒤이어 방통위 여당 몫 상임위원으로 이 후보자를 추천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환경부 장관 후보에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 금융위원장 후보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