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음의 저울] 권위에 대한 복종을 생각하며

요즘 현 정부 인사나 관계 기관장들이 국정조사에서 나온 처신이나 발언들을 보면 권위는 사라지고 비겁한 변명과 눈치를 보며 자기 살 궁리만 하는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하고 인간 군상의 밑바닥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한때는 국가를 생각하며 자신만의 국가관을 갖고 소신 있는(?) 자기주장을 했을 터인데 무력한 한낱 개인의 취약성만을 드러내는 것 같아 과연 국가란 무엇이고 권위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실 국가는 공권력에 정당성 확보를 통해 자신들의 질서를 통제하고 규율함으로써 권위를 갖는다. 그런데 시작부터 배우자의 학력 위조나 주가조작과 같은 의심스러운 사건을 거짓과 속임수로 감추고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정권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자신의 추한 모습만 보일 뿐 더 이상의 권위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인 대통령 심판으로 여소야대가 구성되었음에도, 국회의 대통령 탄핵 청원이 100만명을 향해 달려가도 자신의 기존 태도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 과연 그 자신감은 어디에 기원을 할까가 무척 궁금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4.06.06. ⓒ제공 : 뉴시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독일 정치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국가나 정치세력이 권위를 만들어내는 근거를 3가지 요소로 정리하였다. 국가나 정권이 국민들의 지지와 상관없이 그 지배성을 보증하는 요소는 ‘역사적 정당성’, ‘카리스마’, ‘합법성’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 정당성은 예전부터 통용되어 있는 전통에 기인한 것으로 지금 시대에도 종교나 세습 군주가 있는 것처럼 ‘영원한 과거’가 갖고 있는 권위를 말한다. 카리스마는 어떤 개인의 비일상적 천부적 자질을 말하는 것으로 개인의 영웅적 활동을 언론이나 선거를 통해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비범한 인물이라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신격화하는 카리스마를 말한다. 합법성은 법률에 근거하여 타당성과 합리적인 규칙에 의거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국가 공무원들이 법규가 명하는 의무를 집행함으로써 생기는 권위를 말한다.

막스 베버가 규정한 권위의 근거 3가지
역사적 정당성, 카리스마, 합법성
국민 70%가 부정평가 하는 대통령은 무엇으로 권위를 가질까

그런데 인류 문화사나 합리성이 지배하는 시대에서도 권위의 정당성의 근거는 역사적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인간 발달의 근원 논쟁 중의 하나가 인간 발달의 근원을 천성적인 요소냐 환경에 의한 학습이냐라는 논쟁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천성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의 상호작용에 의한 발달로 설명하지만, 그 근본요소는 천성적인 요소 즉 유전적인 요소가 발달의 바탕이 됨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천황이나 영국의 왕족제도, 우리나라에서도 재벌이 자신의 기업을 일구면 반드시 재벌 2세에게 그 권한을 넘기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지 않는 것이 이러한 문화 현상의 연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정당성은 개개인의 존엄성과 대의 민주주의 택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제도이며 권위이기에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카리스마(Charisma)에 의한 권위이다. 왜냐하면 카리스마는 말 그대로 ‘비일상적인 타고난 자질’을 갖는 영웅적인 리더십으로 이를 갖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인재를 구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사이비 집단에서도 자신이 누구의 환생이라고 하던지 신과 동급임을 주장하면서 많은 사람을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카리스마를 자칭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의 시작이며 마지막이고 주인이기에 규칙이나 법률을 넘어서는 존재로 묘사하곤 한다. 실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비범함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어 스스로 복종하게 만들고 자신의 똥을 약이라고 주장하면 약이 된다는 소망적 마음과 취약한 마음에 기대 맘껏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그런데 이러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내세운 이들은 대중들의 자신의 실체를 알고 복종하지 않을까 봐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자신의 권위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하는 일들이 우상화나 역사를 날조하는 일이다. 물론 우상화나 역사를 날조하는 것을 통해 지배의 정당성이 단기적으로 유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 끝은 분명함에도 그 유혹에 시달리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윤정권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한 통제가 유독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에는 광화문 광장에 100m 넘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세운다고 한다. 이미 역사적으로 심판이 끝나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대하고 기념관을 세운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미 70% 이상이 대통령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를 바꿀 수도 없는 이상 역사적 정당성은 어차피 날조된 것으로 이를 추구해야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합법적인 권위를 팽개치고 술법과 잔꾀로 법을 무력화한 결과는 그 대가를 처절하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답은 분명하다. 자신의 무능과 무도, 무지함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자신의 자리가 아님을 확인했다면 그만두는 것이 어떨까라라는 생각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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