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집값 띄우기에 미친 윤석열 정부

가계부채 풀고, 금리 낮추고, 빌라 시장까지 들어 올리려는 윤 정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래 초지일관 추진하는 정책(이런 걸 정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중 하나가 집값 띄우기다.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세제, 대출, 공급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총동원해 집값 띄우기에 광분했다. 심지어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정책금융까지 사용해 집값을 인위적으로 부양하려 했다. 정부는 그것으로도 모자랐던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정책수단들까지 동원 중이다. 가계대출을 더 늘리고, 금리를 낮추려고 시도하며, 빌라시장까지 들어 올리려고 획책 중인 것이다. 화전민 근성으로 무장한 윤 정부가 대한민국을 어디까지 파괴할지 참으로 염려된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연기가 부동산 부양이 아니라고?

금융위원회는 6월 25일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일을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하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금융위는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논의되는 상황이고, 이달 말 시행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25%를 적용하는 1단계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또한 하반기부터는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2개월 미뤄졌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금리를 100% 적용하는 3단계 시행일 역시 내년 초에서 내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정부가 스트레스 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려 한 이유는 가계대출이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었다. 부풀 대로 부푼 가계대출은 5월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무려 6조원가량 폭증했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정부는 예정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전격적으로 연기하는 이해 불가의 선택을 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격 연기가 ‘부동산경기 부양 목적 아니냐’는 질문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강력 부인했지만, 김 위원장의 부인을 믿어줄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을 것 같진 않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시장이 꿈틀대는 기색을 보이자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여긴 듯싶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서민금융 종합플랫폼 '서민금융 잇다' 출시 및 금융-고용-복지 종합지원 방안 발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6.27. ⓒ뉴시스

특례보금자리론의 자리를 대신하는 신생아특례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을 쏟아부어 재미를 본 정부는 해가 바뀌자 특례보금자리론의 역할을 신생아특례론에 맡겼다. 그리고 신생아특례론에 걸렸던 제약을 해체 중이다. 예컨대 부부소득합산 같은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6월 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는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정책대출 소득 요건을 부부합산 2억 5천만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연 1∼3%대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가격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가 구입자금 대출 대상 주택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29일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1억 3000만원으로 뒀다가 지난 4월 초 '부부합산 2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놀라운 건 이 상향이 적용되기도 전에,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출산한 가구에 대해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2억 5000만 원으로 상향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단 주택 가격·면적과 자산 기준(4억 6900만 원)은 살아있다.

정부가 소득 상위 2%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장기저리의 대출을 하는 이유를 9억 이하 주택 가격을 강고하게 지탱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합리적이다. 정부는 9억 이하 주택들이 시장의 지지대 역할을 하길 바라는 성싶다.

가계대출 늘리는 것도 모자라 기준금리 인하까지 견인하는 윤 정부

가계대출을 늘리고 정책금융을 투입하는 것만으론 배가 고팠는지 정부여당은 합동으로 한국은행에 기준금리의 선제적 인하를 압박 중이다.

종부세 폐지의 선봉장(?)인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6월 17일 한 방송에 출연해 근원물가가 2%대라는 점을 언급하며 “상당 부분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 통화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행을 독촉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6월 17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한은을 압박했다.

정부여당은 가계대출을 최대한 늘려 집값을 띄우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한국은행의 팔을 비트는 중이다. 한국은행이 정부여당의 압박을 이겨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성태윤 정책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5.20. ⓒ뉴스1

다세대·다가구 주택시장까지 띄우려는 윤 정부

정부의 집값 띄우기는 대출과 금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매입임대주택 12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가 6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의결된 ‘하반기 매입임대주택 신속 공급계획’을 통해 매입임대주택의 70%를 수도권에서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인데, 매입임대주택 총 12만가구 중 7만 5000가구는 신축 주택을 사들여 무주택 저소득층·청년에게 시세의 30∼50%에 임대하는 ‘신축 매입임대주택’이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축 오피스텔을 매입한 후 무주택 중산층 가구에 시세의 90% 수준으로 전세를 놓는 ‘신축 든든전세주택’은 1만 5000가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기존에 지어진 비아파트 1만 가구를 사들여 시세의 90% 가격으로 최대 8년간 공급한다. 이 역시 ‘신축 든든전세주택’에 해당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영하는 HUG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HUG가 경매 낙찰받은 주택을 전세로 공급하게 된다. 준공 주택을 매입해 시세의 30∼50%로 공급하는 ‘기축 매입임대주택’ 공급 물량은 2만 가구다.

정부가 신축 위주로 매입임대주택량을 애초 계획보다 크게 늘려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정색하고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내건 명분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먼저 굳이 지금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면서까지 빌라와 연립(정확히 말하면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을 애초 계획보다 4만 호나 늘려야 할 만큼 빌라와 연립 임대차 시장에 교란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격이 상승 중인 아파트 전세 시장보다 연립·다세대주택은 역전세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또한 매입임대가 주로 신축매입임대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도 미심쩍다. 정 필요하다면 소요를 정확히 파악해서 구축매입임대를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텐데 정부는 굳이 신축매입임대를 고집한다. 대한민국에는 정부에게 비싼 값에 신축 빌라와 연립주택을 떠넘기려는 땅주인, 시행사, 건설사가 부지기수다.

정부가 적절하지도 않은 시기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시장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신축매입임대를 강행한다면 빌라와 연립주택시장은 강력한 지지대를 획득하는 셈이고 이는 오히려 가격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빌라와 연립 같은 비아파트 시장이 동요해 인근 아파트 시장과의 간격이 줄어들면 아파트 시장도 싸게 보이는 착시효과로 인해 꿈틀댈 수 있다. 정부가 노리는 것이 그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윤석열 정부를 보고 있으면 화전민이 연상돼

국정의 모든 영역이 그렇지만 특히 부동산에서 윤석열 정부가 보이는 행태는 흡사 화전민을 연상시킨다. 화전민은 몇 년간 지력을 몽땅 뽑아먹은 뒤 화전할 곳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정부가 집값 띄우기를 위해 조세, 대출, 공급, 주거복지 등의 모든 시스템을 파괴하고 가계대출을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몰아가는 걸 보면 정부는 자기들의 집권이 끝나면 대한민국이 소멸할 것처럼 여기는 듯싶다. 정부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윤석열 정부의 후임 정부는 부동산 핵폭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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