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노동시간 감축과 복지 확대가 해법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고용표 작성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산업 전체 평균 취업유발계수는 9.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11.7명에서 무려 2.0명 하락한 것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명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취업유발계수는 재화를 10억 원어치 생산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노동자 수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숫자가 불과 5년 사이에 20%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외형적으로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현상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며,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온라인 플랫폼의 강세로 인해 기업들이 고용하는 노동자 수는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주요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 수를 보면 이 상황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2016년 힐튼호텔은 전 세계적으로 16만 9,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했지만, 2017년 에어비앤비는 고작 3,100명을 고용했을 뿐이다. 2017년 월마트에 고용된 노동자는 160만 명이었지만 아마존에 고용된 노동자는 겨우 34만 명이었다.

이런 현상은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동화 및 기계화의 가속화로 생산액은 증가해도 일자리 수는 증가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경제의 중심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한 상황에서 단편적인 정책들은 효과가 없다. 일자리 부족으로 시작된 1929년 세계 대공황 때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구 감소로 국가 소멸을 걱정하지만, 인구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늘어난 인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유일한 대책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적은 시간을 일하는 대신 그 일자리를 여러 노동자에게 나누어야 한다. 복지의 확대로 부를 재분배해 국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대공황을 극복한 것은 100여 년 동안 이어오던 공급 중심 경제학을 뒤집고 수요 중심 경제학을 정립한 케인즈의 아이디어였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의 가속화는 대공황의 전조와 닮았다. 지금이야말로 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미신을 타파하고, 부를 재분배해 다가올지도 모를 대량 실업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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