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이 정도면 윤석열은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거다

제목을 보고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냐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불순분자냐고?

그래 맞다. 나는 윤석열이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를 몹시 싫어하지만, 심지어 남은 그의 임기 3년이 너무 길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몸서리를 치지만, 그가 대한민국의 20대 대선 승리자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제목을 저따위로 지었냐고?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가 저런 논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야말로 어떤 개떡 같은 논리도 다 합리화시키는 만병통치약을 그에게서 보았다.

고로 그 논리를 배운 나는 이제부터 모든 논쟁에서 무적이다. 와, 이렇게 쉽게 논리에서 이기는 방법이 있었다니, 내가 이러려고 사회과학을 공부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음모론, 모든 것을 삼키다

지난주의 최대 이슈는 5일 발행 예정인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였다. 김 전 의장은 이 책에서 2022년 12월 5일 윤 대통령과의 국가조찬기도회 때 독대 상황을 이렇게 적었다.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는) 내 말이 다 맞으나 자신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자신은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

이 말이 거짓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실제 윤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을 아직도 경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민의힘 전 의원인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폭로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에서 이상민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리자 윤 대통령이 “어떤 XX가 이거를 올렸어”라고 격노했단다.

이게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사용한 논리는 실로 무적의 논리가 된다. 예를 들어 “윤석열은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주장을 보자.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타박할 것이다. 이때 이 무적의 논리를 들이댄다.

“당신 말이 다 맞으나 나는 20대 대선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다. 나는 그 선거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선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윤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다.”

어떤가? 아주 척척 들어맞지 않은가? 다른 예를 들어볼까? “윤석열 대통령은 알코올 중독자다”라는 주장은 어떤가?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 안보에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뚜렷한 증거도 없이 대통령을 알코올 중독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매우 큰 잘못이다. 하지만 이런 잘못도 윤석열의 논리로 모조리 깰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는 당신 추정이 다 맞으나 나는 그에 관해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다. 나는 그의 벌건 낯빛이 특정 알코올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중독 사건의 여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윤 대통령을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고 인정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다.”

이 정도면 만병통치약 아닌가? 심지어 저 논리대로라면 나는 윤석열 대통령을 일본 간첩으로도 만들 수 있다. 보라.

“윤 대통령이 일본 간첩이 아니라는 당신 추정이 다 맞으나 나는 그에 관해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다. 나는 그의 유난스런 친일 행각이 특정 일본 정보기관에 의해 유도된 간첩 활동의 결과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윤 대통령을 일본 간첩이 아니라고 인정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다.”

와, 이게 되네? 이게 된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그토록 논리로 무장하려 애쓰고, 논리로 사람을 설득하려 노력한단 말인가? 대통령 하나 잘 못 뽑았더니 논리학이 개판이 되는 기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인지부조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통령 스스로가 인지부조화에 빠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자기의 생각과 현실을 본능적으로 일치시키려 한다. 그런데 만약 자기 생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걸 심리학에서는 ‘부조화 상태’라고 부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서초구 백석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05. ⓒ뉴시스

뇌는 이런 부조화 상태를 싫어한다. 그래서 이 부조화를 조화로 만들기 위해 현실을 왜곡한다.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면 간단한 것을, 현실을 머릿속에서 조작해 정신승리를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인지부조화가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서 많이 발견됐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다르다. 지식이 높을수록,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런 인지부조화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 전부 또라이들 같은가? 2017년 12월 8일 ‘궁금한 이야기 Y’라는 프로그램에서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이 대거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의외로 공학도들이었다.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을 만든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저서 ‘예언이 끝났을 때(When Prophecy Fails)’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페스팅거와 동료들이 종말론을 따르는 집단에 4개월 동안 신도로 가장해 잠입 관찰한 결과다. 신도들은 “1954년 12월 21일 지구에 대홍수가 일어나지만 우리는 외계인의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교주의 헛소리를 맹신하고 있었다.

물론 그해 12월 21일 대홍수는 일어나지 않았고 종말 따위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신도들은 그릇된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되레 “우리가 간절히 기도한 결과 신이 감동해 종말이 오지 않았다”라며 자신들의 신념을 합리화했다.

이 얼마나 웃긴 인지부조화인가? 그런데 우리는 이 이야기에 웃고 자빠질 여유가 없다. 이 나라 대통령이 저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니 창피해서 어디 외국을 못 나가겠다.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이태원 참사에서 생명을 잃은 159명의 숭고한 생명 앞에 낯을 들 자격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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