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김건희 특검법을 대하는 한동훈의 고민

국민의힘 대표 후보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윤석열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는 채상병 사망 사건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대략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채상병 특검법에 관해서는 조건부 찬성 의사를 표했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엔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사건을 분리해서 보고는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반대’ 입장이다.

이 두 가지 특검법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입장 및 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여당이 ‘불통’ ‘독선’ 등으로 평가받는 윤석열 대통령, 혹은 용산과의 차별화를 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은 과거의 ‘바지’ 격 대표들과는 다른 행보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특정인을 지키기 위해 정치하지 않겠다”, “무조건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건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것”(이하 조선일보 인터뷰) 등의 발언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적어도 검사 시절과 총선 때 당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보여온 한 전 위원장의 스타일, 그리고 한 전 위원장에게 적대적인 지금 용산의 태도를 감안하면, 그가 당권을 잡고 난 뒤에 돌연 ‘용산 출장소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총선 과정에서 김 여사 명품백과 관련한 “국민 눈높이” 언급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이후 한 전 위원장은 단 한 번도 용산에 굴종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서천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90도 인사’는 단지 외부에 보여지는 모습에 불과했고, 자신의 명품백 관련 발언을 끝까지 교정하지 않았다. ‘90도 인사’에 대한 여론의 화살은 상대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크게 돌아갔다.

특검법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검을 한다면 받겠다’고 한 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 인식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7월 4일에 끝나는 6월 임시국회 내에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이고, 한 전 위원장이 제안한 안에 대해서는 논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수정안 제안이 있기 이전부터 6월 국회 처리를 못 박은 바 있는데, 그로부터 한참 이후인 7월 2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고 당을 지휘할 영향력이 없는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법안 처리와 관련한 어떤 제안을 한다는 건 이미 현실과 동떨어진 행위였다.

한 전 위원장이 이런 현실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특검법 수정안을 던지진 않았을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의 제안이 민주당을 솔깃하게 하거나 정치권을 뒤흔들 정도의 파격적인 것도 아니었다. 이미 과거 이명박 BBK 특검 때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한 적이 있었는데, 실패 사례로 꼽힌다. 더구나 지금 대법원장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인 데다, 사법기관의 장이 소추기관의 장을 추천하는 기형적 구조를 법률가 출신인 한 전 위원장이 제안했다는 것도 모순이다. 심지어 한 전 위원장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일당의 사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 집단과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이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쌓았다. 결국 ‘대법원장 추천 특검’ 카드를 꺼내든 건 민주당이 원하는 특검 방식을 피할 순 없지만, 그러한 방식의 특검을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친윤계 유권자 일부를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으나, 기존 수사기관이 처리할 수 있는 여지도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전 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에 관한 입장을 말하면서 단 한 번도 사안의 성격을 부정하거나 과도하게 여론의 인식을 거스르는 태도를 취한 적이 없다. 특검은 반대하지만, 김 여사의 비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 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도이치모터스 관련 사안은 항소심 (선고가) 임박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특검을 하면 사법 체계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된다. 가방 사안의 경우 사실관계가 대부분 드러나 있고, 법리적 판단만 남은 것인데 특검을 해서 나올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검찰이 ‘법 앞의 평등’을 유념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사해 빠르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한 전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특검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의 사법 체계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 말하고 있다. 다만 이 사안의 경우 김 여사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사법 처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도 규명 대상이다. 특검 수사를 통해 김 여사의 불기소 과정이 검찰 조직에 불리한 쪽으로 규명된다고 했을 때 그러한 상황이 한 전 위원장으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특검과 무관하게 검찰에서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한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는 ‘사법 체계 혼란’을 말하지 않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특검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타당한 측면이 어느 정도 있다. 영상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는 장면이 그대로 확인될 정도로 사안의 성격에 관한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다. 다만 이 사안을 단순한 부정 수수 행위에 국한해서 볼 것인지, 부정 수수 행위의 배경과 경호상 문제, 수수 물품 처분에 관한 문제(대통령실 비공식 해명대로 보관 창고에 절차에 맞게 보관되어있는지 등) 등 구조적 문제로 확대해서 볼 것인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안들이 규명된다고 했을 때 한 전 위원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크지 않다. 다만 그 주체가 검찰이 되느냐, 특검이 되느냐는 한 전 위원장에게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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