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복마전 산업폐기물, 경기도의 입장은?

지난 6월 21일 KBS애서 방영된 '추적 60분- 돈이 되는 산업 폐기물' ⓒKBS

지난 6월 21일 방송된 KBS ‘추적60분’은 산업폐기물을 둘러싼 부조리와 정의롭지 못한 상황들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방송에 나온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산업폐기물을 둘러싼 의혹과 각종 문제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영업이익률이 50%가 넘는 곳들이 많다. 매출액이 100억 원이면, 그 가운데 50억 원 이상이 영업이익인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사업이 된 상황이다. 그래서 업체들이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편법을 쓰고, 주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산업폐기물 소각은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환경영향·건강영향에 대해 면밀한 사전검토가 이뤄져야 하고, 건강피해 우려가 큰 곳에는 들어서서는 안 된다. 이미 들어선 시설에 대해서도 법령과 환경기준을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업체들을 감독해야 한다.

산업폐기물을 어디에선가 처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특정 업체가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고, 유착관계나 부조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떠넘겨서도 안 된다. 최소한의 정의는 지켜져야 한다.

행정심판에서 이기고도 입장을 번복한 연천군


전국 곳곳이 문제투성이지만, 특히 최근 경기도의 상황이 심각하다. 경기도에도 광범위한 농촌지역이 있다. 그리고 그 농촌지역에서 민간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산업폐기물 매립장, 소각장, 고형연료(SRF)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거나 신규로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환경정의의 측면이나, 경제정의의 측면에서 매우 문제적인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경기도정의 최고책임자인 김동연 지사는 과연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추적 60분’에서도 방송한 경기도 연천군 사례가 있다. 이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골프장 부지를 매입한 업체가 골프장 부지를 산업폐기물매립장으로 바꾸려고 했다. 성사가 되면 어마어마한 이익이 나는 일이다. 그런데 한탄강에서 가까운 위치인데도 환경청에서 사업계획서에 대해 조건부 적합통보를 했다.

그러나 인허가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산업폐기물매립장을 하려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인허가 외에도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도시계획권을 갖고 있던 연천군이 업체의 입안 제안을 거부했다.

그랬더니 업체가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업체는 행정심판에서 패소했다. 연천군이 승소한 것이다. 그러면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그런데 업체는 골프장 부지를 폐지하는 도시계획 입안을 다시 제안했고, 이 사안은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까지 올라가서 부결됐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업체는 지난해에 다시 골프장 부지를 산업폐기물매립장으로 변경하는 입안 제안을 했고, 연천군은 그것을 조건부로 수용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행정심판에서 기각되고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결된 사안을 연천군이 살려준 것이다.

게다가 현 연천군수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에 ‘산업폐기물매립장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인 입장까지 밝혔던 사람이다. 그런데 슬그머니 입장을 바꾼 것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내용들은 모두 ‘추적 60분’에 방송된 것이다.

곳곳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경기도


연천군 외에도 경기도 곳곳에서 산업폐기물을 둘러싸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021년 경기도 평택시에서는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 의한 평가대상인 소각시설인데도, 평택시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업계획서 적합통보를 한 일이 있었다. 조례를 무시한 것이다. 주민들이 여기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대법원까지 주민들이 승소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업체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통합허가도 받지 않고 소각시설을 건축하는 위법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소각장이 추진되는 위치는 주변에 어린이집, 초등학교, 다수의 민가가 위치한 곳이고, 고덕 국제신도시와도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런 곳에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추진되는 것인데, 평택시의 행정처리는 너무 이상하다.

환경운동연합과 공익법률센터 농본, 지역환경운동연합 및 산업폐기물 주민대책위원회 은 지난 3월 14일 SK 본사가 있는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기 위한 집중행동’에 나섰다. ⓒ하승수 제공


화성시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가 당초에 일반폐기물을 매립하기로 되어 있는 매립장 부지에 ‘지정폐기물’을 매립하겠다는 산업단지 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폐기물보다 유해성이 큰 지정폐기물을 매립하면 몇 배나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만약 이런 계획 변경이 허용된다면 특정 업체에 엄청난 특혜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화성시는 계획 변경에 반대입장이라는데, 화성도시공사는 찬성이라고 한다. 화성도시공사는 화성시 산하의 공기업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토석채취하다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기도


뿐만이 아니다. 화성시에서는 토석채취를 하던 업체가 그 자리에 대규모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토석채취가 끝나면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현재 산업폐기물매립장은 인허가만 받으면 수백, 수천억 원 대의 순이익이 나는 사업이니, 그야말로 이윤만 보고 덤벼드는 꼴이다. 생활폐기물시설은 입지선정 절차라도 있는데, 산업폐기물시설은 업체가 ‘여기에서 하겠다’고 하면 그 자리가 입지가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런 일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사업이 허용된다면 특정 업체에 대해 어마어마한 특혜를 주는 것이다.

용인시에서도 SK가 끼어 있는 일반산업단지(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내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매립장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산업단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매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업체는 외부 폐기물까지 반입하겠다고 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도 내의 산업폐기물 현안은 더 있다. ‘추적60분’에 방송된 연천군 청산면 대진리의 경우에는 고형연료(SRF) 소각시설로 인해 주민들이 ‘각종 질병에 걸리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에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곳도 있다.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 매립장의 경우에는 업체의 부도로 화성시가 세금을 들여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차원의 감사와 대책 필요


이처럼 경기도 곳곳에서 산업폐기물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과 문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가 여기에 대해 점검을 하거나 대책을 세운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 정도의 상황이라면 경기도가 나서서 점검도 하고, 위법이나 의혹이 있는 곳에 대해서는 감사도 해야 한다. 주민피해에 대한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경기도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중앙정부에 법 개정이나 정책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보면, 이런 일들을 경기도의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맡겨놓을 상황이 아니다.

김동연 지사는 우리나라 최대 인구가 살고 있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자 대권후보로도 거론되는 정치인이다. 그런데 경기도 내에서 발생하는 부정의(不正義)한 일에 눈감아서는 안 될 것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절규가 있고, 특정업체가 어마어마한 특혜를 받아서 돈을 벌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정의한 일들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