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갈등만 조장하는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지난 25일 서울시의회는 정례회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재의의 건’을 상정해 재석의원 111명 중 찬성 76명, 반대 34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4월 26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16일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으나 서울시의회는 결국 폐지를 결정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 광주, 전북, 충남, 제주에서 제정되었다. 10년 넘게 유지되어 온 학생인권조례가 정치 쟁점화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자 그동안 학교 정상화를 위해 별달리 한 일이 없는 정치권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학생인권조례를 문제 삼고 학생과 교사를 노골적으로 갈라 세웠다. 서이초 사건 얼마 뒤 윤 대통령은 “학생 인권을 이유로 해서 규칙을 위반한 학생을 방치하는 것은 인권을 이유로 사회 질서를 해치는 범법행위를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교사들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생각보다 화살을 엉뚱한 곳에 돌리고 있다. 문제 해결보다 교육개혁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학생인권조례를 흠집 내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111명의 의원 중 국민의힘 의원이 75명인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이 여당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마련한 개정안조차 거들떠보지 않고 조례 폐지로 직진했다.

체벌을 금지하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며,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같은 규정이 교권 추락을 부추긴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교권 위기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면 반대로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면 학생들은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게 된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둘 다 마땅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를 굳이 대립시켜서 하나 때문에 다른 하나가 피해를 입는다고 호도하는 것은 정작 학교 현장을 피폐하게 만든 교육 당국과 제도의 책임을 감추는 주장일 뿐이다.

교권 실추의 근본 원인은 공교육의 근간이 무너졌기 때문이고, 공교육을 망친 원인은 망국적인 입시경쟁과 학교의 시장화다. 교권 위기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악의적인 학부모 민원이고, 이를 막아주지 않는 학교 시스템이며, 학교 현장의 갈등을 부추기는 교육 행정이다. 어느 모로 봐도 교육 당국의 책임이다.

조 교육감은 “대법원 제소를 통해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공익 침해와 법령 위반성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교육을 정략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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