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영국, 7월 총선은 이미 실패했다

2023년 11월 7일 의회에 있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당수 리시 수낙 총리와 키어 스타머 대표.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2010년 보수당이 집권한 이후 긴축 재정 정책으로 공공 서비스 예산이 삭감되면서 NHS의 의료 서비스 질 저하와 대기 시간 증가가 발생해 국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경제적으로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생활비 상승과 주택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특히 젊은 세대는 학비 인상과 주거 불안정성에 직면했다. 정치적으로는 브렉시트로 인한 무역, 이민, 노동 시장의 변화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는 국민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  
그래서일까. 영국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노동당은 지지율 41%로 보수당(20%)의 두배를 넘고 있다.  영국 하원은 비례대표제가 없기 때문에 선거 결과, 즉 의석수 예측에서 노동당과 보수당의 격차는 더 크다. 노동당은 650석 중 과반인 424석을, 보수당은 135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당이 집권해도 총체적 위기를 맞은 영국의 위기를 기성 정당이 제대로 인정조차 하고 있지도 않아 국민이 얻을 것은 없다고 주장하는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The UK election has already failed


영국의 올해 총선은 출발부터 지루할 틈이 없다. 비에 흠뻑 젖은 리시 수낵 총리가 다우닝가에서 갑작스러운 조기선거 발표로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여당인 보수당이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조기총선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스캔들도 터졌다. 총리의 최측근 보좌관들이 총선 날짜를 예측하는 불법 베팅에 연루돼 정직됐고, 총리가 8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이 노르망디 D-데이 기념식을 포기한 것도 충격이었다. 정계에 재등장한 나이절 패라지와 같은 극우 인물도 주목받고 있다.

이 모든 일의 배경에는 한때 무적이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붕괴하는 보수당이 있다. 지지율은 지금도 하락 중이고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가 예상대로 노동당의 압승으로 끝나면 당의 존립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이번 선거가 흥미진진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와 멀어진 영국 국민 대부분에게는 이번 선거가 이미 실패라고 보일 수밖에 없다. 영국이 위기다. 2024년의 영국은 수많은 체계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문제들 중 거의 아무것도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영국 경제는 오랫동안 생존 모드였다. 성장률은 미미하거나 마이너스다. 동시에 국가의 부채 이자는 수십억 파운드로 치솟아 낙후된 공공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를 막고 있다. 정부의 세수는 이미 거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 때문에 국민들의 생활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또 오랫동안 두려워해온 인구 고령화 문제가 폭발해 영국의 병든 국립보건서비스(NHS)와 위기에 처한 성인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치료와 돌봄의 대기 명단이 전례 없이 긴데 인력과 자금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24년의 영국은 주택, 교도소, 대학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정신건강 서비스와 특수교육 지원은 바닥을 치고 있으며, 복지 지출은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영국은 향후 25년간 탄소 배출량을 순제로로 만들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보수당과 노동당은 선거공약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다. 공약은 대담하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장밋빛 결과만 약속하고 이를 실현할 실질적인 계획은 없다. 브렉시트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고 7월 4일 권력을 잡는 누구에게나 닥칠 막대한 재정적 공백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없다.

영국의 가장 존경받는 비당파적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지난 3일 두 정당의 공약을 비교하고 신랄한 평가를 했다. 평소 과장이나 허언과는 거리가 먼 경제학자인 폴 존슨 IFS 이사는 보수당과 노동당이 지금의 현실을 거의 무시하고 있다며, 양당이 영국의 경제위기에 대해 유권자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침묵의 음모’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존슨은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주요 문제, 즉 세금, 복지, 공공 지출 등에 대한 공약마저 매우 빈약하다며 ‘7월 4일 우리는 정보의 공백 속에서 투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실은 냉혹하다. 존슨은 이미 재정이 부족한 공공 서비스가 더 축소되지 않으려면 다음 정권이 세금을 더 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당 모두 건강과 국방에 추가 자금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경제 계획은 빠른 성장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존슨은 ‘다음 정권에서 성장률이 높아지면(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것은 주로 운이 좋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야 하지만, 최선을 바라기만 하는 것은 성장 전략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제 이런 선거운동이 방향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보수당과 노동당은 마지막 며칠 동안 비방과 반격에만 몰두할 것이다. 노동당은 보수당 집권의 혼란스러웠던 지난 몇 년을 비난하고, 보수당은 노동당이 집권했을 때 벌어질 일들에 대해 경고할 것이다.

그러나 영국 유권자들은 대체로 무관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비난할 수 있을까? IFS는 보수당과 노동당은 오랫동안 직면해 온 가장 중요한 문제와 선택조차 인정하지 못했다며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이러한 선택이 더 어려워질 것이며,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누가 되든, 7월 4일 승리하는 정당에는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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