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주 제지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19살 청년 노동자

지난 16일 전주시의 한 제지공장에서 19살 청년 노동자가 일하다 숨졌다. 일요일 아침 출근 후, 혼자 설비를 점검하러 간 청년이 연락이 닿지 않아 동료들이 찾아 나섰다. 그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고 이후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고 한다. 청년은 순천에 있는 특성화고를 졸업했고 지난해 11월 이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해 한 달 후 입사했다. 입사 6개월 만에 벌어진 참사다.

유가족과 시민사회 단체는 과로사 가능성과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나왔을 가능성, 그리고 당시 2인 1조의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배경에 대해 철저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회사는 안전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고인이 생전에 쓰던 노트와 수첩이 공개돼 많은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배우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저축 계획까지 빼곡히 적혀 있는 수첩과 노트에는 “조심히 예의 바르게 일하겠음. 성장을 위해 물어보겠음. 파트에서 에이스 되겠음. 잘 부탁드립니다. 건배”와 같은 문구와 “안전하려면 자기가 일한 설비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와 같은 주의 사항도 적혀있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이 얼마나 컸는지, 나름 안전을 의식하고 있었음도 짐작해 볼 수 있다.

2016년 구의역 김 군, 2017년 제주도 생수 공장의 이민호,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김용균, 2021년 여수 요트업체에서 일하던 홍정운까지 청년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함께 슬퍼하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간의 희생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인지 묻게 되는 이유다.

이번 사고를 포함해 청년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엔 특성화고 재학생·졸업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막 성년에 진입한 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현장까지 이어지는 노동안전 대책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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