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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구 국가비상사태’에 턱없이 모자란 종합대책

윤석열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총력대응, 종합대책 등 비장한 말이 넘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기존 대책을 확대한 수준에 그친다. 정치적 과장을 기술관료가 미세조정을 해 그럴듯하게 포장했으나 속 빈 강정이다.

주거분야 대책이 대표적이다. ‘결혼·출산·양육이 메리트가 되도록 하겠다’라거나 ‘결혼 출산 시 집 문제는 걸림돌이 되도록 하지 않겠다’ 는 거창한 선언이 나왔지만, 세부 대책에는 공급확대, 대출확대, 계약연장 등 기존 대책 나열 수준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비중은 5%p 늘어나는데 그쳤다. 원래도 3만6천호를 공급하기로 약속한 것을 고작 1만호 더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신생아특례대출 기간 중 출산 시 추가 우대금리 인하 폭은 0.2%p에 불과하다. 주택담보대출 받으며 월급 통장·아파트 관리비 이체만 바꿔도 금리 0.6%p씩 깎아 주는 금융기관이 넘쳐나는데, ‘국가비상사태’ 해법 치고는 허술하다.

특례대출 소득 기준이 낮아진다. 부부합산 소득기준이 2억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5천만원 올라간다.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 합산 소득이 2억원인 가구가 얼마나 될지, 5천만원 상향으로 혜택을 볼 가구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둘째를 낳으면 출산가구 특별공급 기회를 한 번 더 준다고 한다. 이미 청약에 당첨돼 중도금 내며 3년 뒤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데, 또 한 번 특공에 도전하겠다고 둘째 출산을 결심하는 신혼부부가 얼마나 될까. 설사 그런 부부가 있고, 천운으로 당첨된다 해도, 수분양자의 실거주의무까지 추가로 풀어줄 요량인가.

그나마 평가할 만한 대책은 공급확대다. 신혼·출산 가구에 대한 주택공급을 당초 7만호에서 12만호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증가 규모 70%에 달한다. 하지만 꼼수가 숨어있다. 그린벨트를 파헤친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로 공급하는 신규 가구가 2만호에 달한다. 그마저도 70%만 신혼·출산 가구에 분양한다. 나머지 30%는 일반분양이다. 토건족 숙원 사업인 그린벨트 해제로 저렴하게 수용한 땅을 30% 일반분양해 사업비까지 충당하면서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심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구절벽에 처한 한국 사회의 심각성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또한, 허술한 대책을 발표하며 “국가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한다 해서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도 없다. 이미 늦었으나, 지금이라도 진지한 성찰과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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