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격상된 북러 관계, 달라진 한반도 정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시켰고, 이는 한반도와 지역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방북 중인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두 시간여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두 나라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말해 양국이 군사동맹에 준하는 협력관계를 맺었음을 과시했다.

또한 양국은 자원과 물류를 비롯한 경제협력, 교육과 인적 교류, 우주개발 등 전방위적 협력에 나설 전망이다. 벌써 러시아 우주선에 북한 인력이 탑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두 정상의 정치적 입지나 리더십 스타일상 이른 시간에 여러 협력사업이 가시화할 것이 유력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인 유엔의 대북 제재는 결정적인 구멍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경제 전 부문에 걸쳐 관계를 격상한 것은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주권국가의 우호협력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일도 아니다. 다만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서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게 됐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반도가 자칫 미국을 필두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러시아의 유라시아 전략이 격돌하는 장이 될 우려도 상당하다. 반대로 상황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북한과 접촉하며 관계개선을 타진하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답답한 것은 윤석열 정부 이후 남북관계를 전면 단절시키고 한미일 진영외교만 몰두한 결과 상황에 개입할 지렛대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로선 자업자득일 수 있으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의 안보이익이 걸린 문제에 아무 영향력이 없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단기적으로 정세를 바꿀 수 없다면 시간을 갖고 개선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안정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남북이 전단과 풍선으로 맞서고, 확성기로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말라붙은 관계에 불꽃을 튕기는 것처럼 위험하다. 정부는 평화와 안전보다 더한 국익은 없다는 관점으로 진지하고 성실하게 상황 관리에 임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와 시민사회도 돌출적 사안이 부정적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남북 정부와 주변국에 일관된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수십 년째 반복되는 ‘북한 패망론’이 설 자리를 잃은 만큼 학계와 전문가도 이후를 향한 전향적 담론과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 대화와 교류를 단절하면 변화하는 상황에서 소외된다는 교훈을 정부가 깨닫는다면, 우리에게도 성과가 없진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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