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4년 여름, 다시 만난 고전, 연극 ‘햄릿’

2024년 연극 햄릿 공연 사진, 엔딩 장면 ⓒ신시컴퍼니

1년 동안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햄릿’을 들 수 있다. ‘햄릿’은 공연되는 횟수만큼 해석도 다양하다. 전통적인 해석의 ‘햄릿’,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햄릿’, 노래하고 춤추는 ‘햄릿’, 여자 ‘햄릿’ 등 캐릭터의 변신도 다양하다. 2024년에도 다양한 ‘햄릿’이 무대에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햄릿’은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연극 ‘햄릿’일 것이다.

2016년 첫 번째 시즌 이후로 2024년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연극 ‘햄릿’은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을까? 먼저 연극 ‘햄릿’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자. 덴마크 왕국 수도의 엘시노아 성. 햄릿은 부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픔에 잠겨 있다. 하지만 햄릿은 숙부 클로디어스와 어머니 거투르드의 재혼으로 더욱 큰 충격에 빠진다. 설상가상 죽은 부왕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고 아버지가 동생 클로디어스에게 독살되었음을 알게 된다.

숙부에게 복수하려던 햄릿은 실수로 연인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살해한다. 햄릿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의 죽음까지 알게 된 오필리어는 충격으로 죽음을 맞는다. 한편 아버지와 누이를 잃은 레어티즈는 햄릿에 대한 증오가 더욱 커지고 왕 클로디어스는 그에게 복수심을 자극하여 햄릿을 죽이려 한다. 레어티즈와 햄릿의 검술 시합을 마련한 왕은 독을 바른 칼과 독약이 든 술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 거트루드는 햄릿 대신 독주를 마시고 레어티즈와 햄릿 모두 독이 묻은 칼에 찔리게 된다.

죽은 자들이 바라보는 산 자들의 복수극


원작에 충실한,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햄릿’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압도적인 배우진에 있다. 60년 경력의 전설적인 배우 전무송, 이호재, 박정자, 손숙부터 정동환, 김성녀, 손봉숙, 길해연, 강필석, 김명기, 이호철에 더해 김재건, 길용우,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전수경, 박윤희, 이항나, 이승주, 양승리, 이충주, 정환, 루나까지 중견 배우들과 젊은 배우들이 조화를 이룬 24명의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무대에 오르는 모든 배우들이 다 주연급이라는 점이다. 연기라면 이의를 달 수 없는 24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175분의 대장정은 이 작품 최고의 힘이다.

2024년 연극 햄릿 공연 사진, 햄릿 역 이승주 배우 ⓒ신시컴퍼니

극의 시작은 배우진만큼 관객을 압도한다. 경사진 무대에 검은 상복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이내 의자에 앉아 어딘가를 응시한다. 이들은 모두 죽은 자들이다. 무대 너머에서는 죽음의 강을 건너온 4명의 배우들이 나타나고 죽은 자들 사이를 걸어 내려온다. 프롤로그와 같은 이 장면은 죽은 자들의 시선을 통해 산 자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연극을 보고 있노라면 죽은 이들이 죽지 않고 무대 위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햄릿의 아버지, 부왕뿐만 아니라 햄릿이 실수로 살해한 폴로니어스는 버젓이 관객이 보는 앞에서 다시 일어나 무대 위를 걸어 나간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살한 오필리어 역시 무대 주변에 다시 등장하며 산 자들의 이야기를 관찰한다.

현대적인 감성으로 촘촘하게 채운 고전의 서사


등장인물들이 무대를 떠나지 않고 무대 양옆에 열을 지어 앉아 있는 설정 역시 눈에 띈다. 상황에 따라 그들은 참관자가 되기도 하고 등장인물이 되기도 한다. 무대 양옆으로 노출된 조명이 무대를 비추면 무대의 무대 위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극 무대에서 흔하게 사용되지 않는 경사 무대는 무대의 깊이감을 더하기도 하지만, 관객은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2024년 연극 햄릿 공연 사진, 거투르드 역 김성녀 배우, 클로디어스 역 길용우 배우 ⓒ신시컴퍼니

경사 무대를 둘러싼 거울 벽은 다양한 배경 화면이 된다. 무엇보다 서로를 감시하는 극 중 인물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궁정의 모습과 비정하고 냉정한 현실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여러 가지 장치들은 지루할 수 있는 고전의 서사를 촘촘하게 만들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권력과 욕망이 뒤섞여 모두가 자멸하고 마는 복수가 끝이 나고 다시 죽은 자들이 무대에 서서히 등장한다.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죽은 자들의 시선 끝에 이들이 본 과거의 세상과 현실의 세상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진다. ‘사느냐 죽느냐’를 외치며 고뇌하던 햄릿의 대사는 삶과 죽음을 넘어 새로운 질문을 남긴다.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

2024년의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연극 ‘햄릿’의 공연 수익은 차범석 연극재단과 한국 연극인 복지 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무대는 9월 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햄릿’

공연날짜 : 2024년 6월 9일(일) ~ 9월 1일(일)
공연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공연시간 :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2시, 7시 / 일 오후 2시 / 월 공연 없음
관람연령 : 8세 이상 관람 가능
러닝타임 : 17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원작 :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창작진 :극본 배삼식/연출 손진책/무대 이태섭/조명 김창기/음악 김태근/안무 정영두/의상 김환/소품 김상희/음향 김기영/분장 김유선/무술 홍현표, 한진/드라마트루기 박철호/조연출 이재은/기술감독 최상욱/무대감독 박수예
출연진 : 강필석, 이승주,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길해연, 전수경, 박윤희, 이항나, 김명기, 양승리, 이충주, 정환, 이호철, 루나
티켓 예매 : 인터파크 단독 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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