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생파탄·재정파탄 아랑곳 않는 맹목적 부자감세

윤석열 정권이 부자감세 드라이브를 또 걸었다. 이번에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폐지 수준의 개편안, 그리고 상속세 완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방송에 출연해 '종부세는 초고가 1주택자와 집값 총액이 높은 다주택자에만 부과하고 상속세는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감안해 최고 30% 수준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언제나 그렇듯 이 정부 정책의 근거는 빈약하거나 거짓말투성이다. 성 실장은 '종부세가 주택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금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종부세가 지속적으로 완화되어온 지난 20년간 전월세가격이 떨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통계상 종부세 완화와 전월세 가격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초고가 1주택자에게만 부과할 것이라는 계획도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마치 지금까지는 서민 부담을 증대시켜온 것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를 낸 사람은 40만8천명이다. 이미 상위 0.8%의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걷고 있다. 이들에게 1년에 평균 82만원의 세금을 걷었다고 한다. 그중 대부분은 1~20만원 납부했다. 뭘 더 완화하겠다는 건가.

성 실장이 제시한 상속세 완화의 근거인 '한국의 최고세율 50%가 OECD 평균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도 빈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실제 얼마나 납부했는가 하는 실효세율을 비교하면 한국의 최고세율은 20%대로 떨어진다고 말한다. 각종 공제제도나 기존 소득세 예컨대 자본이득세 등의 과세기준과 종합적으로 비교하지 않고 단순히 명목세율을 놓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극단적 양극화 사회에서 부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상속세 취지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아무런 철학적 고민도 발견할 수 없다.

대통령실의 핵심 관계자가 민감한 세제 개편의 구체적 수치와 방법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내용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 실장이 심상치 않은 일을 했다. 그가 윤 대통령의 지휘 통제 밖에서 개인 의견을 내뱉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이 먼저 내지르고 정부와 여당이 따라가는 최근 윤 대통령식 '전제적 통치행태'에 견주어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날 발언은 민감한 사안을 실장이 대신 하고 상황을 지켜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야당 내에서도 종부세 폐지 주장이 나온 만큼 정치적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성 실장의 발언은 윤 대통령의 '부자감세'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윤 대통령은 연초에 상속세를 겨냥해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집권초기부터 재벌대기업, 주식 부자, 부동산 부자에게 뭉텅이로 세금을 깎아줬다. 세수펑크가 얼마나 나든, 재정파탄과 민생파탄이 심각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0.1%의 재벌, 고소득, 고액자산가들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세금 부담을 덜어줬다. 종부세의 지속적 완화로 지방재정이 거덜나는 것도 못 본 척한다. 당연히 야당은 0.1%에 속하지 않은 국민, 지방재정 악화에 직면한 비수도권 지자체들과 함께 맹목적 부자감세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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