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원구성 둘러싼 여당의 몽니, 아무런 명분이 없다

국회 원구성 과정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보이는 태도가 볼썽사납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배분한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회 구성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재개해야 한다고 버티면서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 지위를 앞세워 각종 당 특위를 만들어 정부 부처 보고를 받는 기행을 일삼고 있다. 국민의힘이 원구성을 거부하고 있는 핵심 이유는 법사위 때문이다. 제1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고 ‘협치’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관행‘이라는 것이 국민의힘 논리다.

지난 21대 국회 상반기에 국민의힘이 원구성을 보이콧하고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를 가져감에 따라 원구성과 관련한 기존의 관행은 이미 깨졌었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21대 국회 하반기는 어땠나.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는 마치 상원 행세를 하면서 각종 입법 과정에 일일이 제동을 걸어 입법부 기능을 마비시켰다. 재작년 5월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까지 더해져 국회는 사실상 ‘식물’ 상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와 여당의 비호는 4월 총선에서 주요한 심판 대상이었다. 그 결과 ‘거대 범야권’이 탄생했다. ‘거대 범야권’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국회의 입법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도록 하는 것이 민심의 요구다. 국회가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고물가 등 민생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야 함은 물론, 위기를 조장하는 대북정책 등 주요 국정운영과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독선적 태도로 인한 각종 위기 상황을 제어·관리해야 하는 책무도 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및 명품백 수수 사건과 같은 각종 비위 문제나 해병대원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 권력 중심부가 연루된 의혹들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과 같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국회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다. 이들 의혹에 대한 특검법들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꿰차고 있던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제때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를 거쳐 수개월 동안 처리가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에서도 반대표를 행사해 사실상 ‘방탄’을 자임해왔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을 관할하는 운영위원회를 아예 열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및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각종 현안질의를 가로막은 것도 대표적인 ‘방탄’ 사례다. 이렇게 허송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안의 핵심 관계인들이 방어 논리를 구상하거나 증거인멸을 할 시간을 벌었다면, 나중에 발생할 결과의 왜곡에 대한 책임을 국민의힘은 어떻게 질 것인가.

이런 마당에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협치’니, ‘관행’이니 하는 어쭙잖은 말들은 명분이 취약하다. 상임위를 나눠 갖는 식의 관행은 대중의 삶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뿐더러, 거대정당 간의 기득권 나눠 먹기 외에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도 아니다. 나아가 1987년 민주화 이래 여소야대 정국에서 지금처럼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분별하게 행사된 사례가 없었고, 법사위를 가져간 여당이 사사건건 입법에 제동을 걸며 노골적인 상원 노릇을 한 적도 없지 않았던가. 이런 현실이 실재하는 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상임위 배분 관행은 민중들에게 어떤 실익도 가져오지 못한다.

국민의힘이 ‘협치’나 ‘관행‘을 입에 올리기 전에 지난 국회에서의 행태를 깊이 성찰해 본다면, 원구성 협의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분명한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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