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재연 전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한 진보당

14일 진보당은 당원 투표를 통해 김재연 전 의원을 새로운 상임대표로 선출했다. 김 신임 대표는 당권자 4만여 명 가운데 2만8천여 명이 투표한 당내 선거에서 69%의 지지를 받았다. 김 신임 대표는 1980년생으로 2012년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으로 일했고, 박근혜 정권 시절 벌어진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따라 의원직을 잃었다. 이후 원외에 있던 진보당의 상임대표를 맡았고, 이번엔 유일 원내 진보정당이 된 진보당의 대표로 재선출됐다.

김 대표의 이력에서 드러나듯이 진보정치세력이 걸어온 길은 만만치 않았다. 2000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한국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보정치세력은 분열과 재통합, 재분열을 겪었고, 박근혜 정권의 폭거에 강제해산이라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이후 진보정당의 대표성을 유지했던 정의당은 안팎의 어려움 속에 이번 총선에선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진보당과 원외의 진보정치세력 모두 본격적인 성장의 시기에 진입했다고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진보당의 성과를 가벼이 보아서도 안 된다. 진보당은 노동조합과 농민회 등 계급 대중단체 속에서 꾸준히 자신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당 소속 정치인들의 면면을 보아도 이 같은 특성은 잘 드러난다. 계급적으로 분열되고,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와 같은 진보정당의 존재와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며, 또 가능한 일이다. 진보당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더욱 민중속으로 들어가 단단한 지지기반을 구축할 것을 응원하는 이유다.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는 지배세력의 견제와 탄압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이를 돌파하자면 사회 곳곳에서 분투하고 있는 사회운동과 진보적 지식인, 양심적 언론인 등 다양한 사회세력과 공감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도 과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데서 주력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회의 근본적 변화에는 소극적이다. 진보정당으로서는 냉대하거나 무시할 수도 없고, 추종할 수도 없다. 김 대표나 진보당은 이 문제를 솜씨있게 풀어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노선적 검토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지금의 국제관계나 한반도 정세의 변화, 기후위기와 저출생 같은 새로운 사회문제는 1980년대는 물론 탈냉전 직후와도 상당히 달라졌다. 사회의 변화는 새로운 노선과 실천을 요구한다. 진보당이 진보세력의 일원으로 중장기적 변화를 헤쳐나가는 데 응당히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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