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경호는 채상병 유족과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스1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해병대원 고 채상병 어머니의 절절한 편지글에 응답했다. 채상병 어머니는 지난 11일 채상병이 순직한 지 1주기가 되는 7월 19일까지 경찰 수사를 통해 책임 소재가 가려지고 진상이 규명되길 바라는 글을 해병대 사령부에 전달했고,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철저하게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 7월 19일 이전에는 사건 조사가 종결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의 채상병 사건 진상규명 언급은 가증스러울 따름이다. 그는 “어머님 말씀 주신 것처럼 밝혀져야 될 부분은 마땅히 밝혀져야 하고, 혐의가 있는 지휘관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이 대목에서 실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대체 그가 무슨 낯으로 채상병 사건의 진상규명을 입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추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들을 이끌고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무산시킨 장본인이다.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방탄 거부권’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 채상병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사람이 추 원내대표다.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및 이첩 과정에서 온갖 외압이 행사됐고, 책임의 범위가 축소된 채 경찰로 넘어간 상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대통령발 수사외압 의혹 수사도 총선 이후에서야 드라이브가 걸렸다.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초동수사를 지휘했던 박정훈 대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빼라고 한 윗선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물론 군 당국은 ‘정당하게 이첩 보류 지시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상병 사건은 이렇게 각각의 사법기관에 뿔뿔이 흩어져 개별 사건화되어 있다. 어느 한쪽의 결과가 서로 충돌하게 되면 사안 전체의 구조를 왜곡시키게 될 우려가 있으며, 결국 진상규명으로 가는 길이 더욱 복잡해질 수가 있다. 지금대로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특검이 필요한 것이고, 특검을 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 역시 압도적이다. 그런 여론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 것이 윤 대통령이고, 여당인 국민의힘이고, 여당 의원들을 통솔하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아닌가.

추 원내대표는 채상병의 어머니에게 “혐의가 있는 지휘관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잘못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토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기만적인 언사다. 여기엔 이 사안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윤 대통령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 사안을 해병대 내부 일로만 국한해서 규정하고 있는 본심도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는 이걸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국가안보실, 국방부 윗선으로 이어지는 외압의 연결고리를 규명하지 못한다면 반쪽자리에도 못 미치는 결론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추 원내대표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선 특검법을 무산시킨 데 대한 반성,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지적,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추 원내대표는 ‘채상병 어머니가 순직 1주기인 7월 19일 전까지 경찰 수사가 종결되길 원하신다는데, 특검을 하면 진상규명의 시간이 더욱 지체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 말씀대로 1주기 전에 경찰 수사가 종결되더라도, 상급 기관인 검찰의 검토를 거쳐 기소가 이뤄져야 하고, 이에 따른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 ‘특검을 하게 되면 지금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논점을 흐릴 생각도 버려라. 특검법이 통과되면 기존 수사기관들이 특검 수사와의 연속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수사기관들의 막바지 절차 역시 진실에 근접하게 이뤄질 수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만을 바로잡고 채상병 어머니에게 편지를 다시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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