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리치는 부유세가 싫으면 도피세 내고 떠나라는 노르웨이

2020년 영국 런던에서 부유세를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옥스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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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브라질을 포함해 독일, 프랑스,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지난 2021년 약 140개국에서 다국적 기업에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적용을 합의한 것처럼 세계 억만장자들로부터 매년 자산의 2%를 부유세로 걷자고 제안하고 있다. 세계적인 불평등를 완화하고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세계적인 부유세 없이도 조세 회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국가가 있다. 지난 3월 20일부터 슈퍼 리치에게 '도피세'를 부과하는 노르웨이다. 노르웨이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For the Rich, One Nation Isn’t Rolling Out the Red Carpet

부자의 삶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뉴욕 432 파크 애비뉴의 콘도를 수천만 달러 주고 산 부자에게 그런 말을 해 보라. 맨해튼의 11년 된 이 고급 타워는 한때 북반구에서 가장 높은 주거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 타워의 소유주들은 엘리베이터 고장, 누수, 소음 문제로 고생했고, 결국 건물 운영 회사를 고소했다.

혹은 미국 난터켓의 모래 해변 저택을 옮기는 데 수백만 달러를 써야 했던 엄청난 부자들이 겪은 고충을 생각해 보라. 한때 히피의 피난처였다 이제는 억만장자의 여름 휴가지가 된 이 매사추세츠 섬에서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 때문에 바닷가 주택들이 수몰되고 있다.

아니면 축구장 길이의 메가 요트에 반해 그것을 꼭 가져야만 하는 부자라고 상상해 보라. 그 요트를 사려면 1억 달러 넘게 써야 한다. 그런데 곧 깨달을 것이다. 요트를 정박하고, 운행할 직원을 고용하고, 연료를 채우고, 보험을 드는 데 매년 그 구매 가격의 최소 10%를 써야 한다는 걸 말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위안이 될 만한 사실이 하나 있다. 상황이 훨씬 더 나쁠 수도 있다. 노르웨이 부자였다면 말이다.

노르웨이의 부자는 1892년부터 부유세를 냈고, 그 이후로 노르웨이보다 부자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나라는 없다. 하지만 2013년에 들어선 보수 정권이 이 전통에 도전했고, 이후 8년 동안 노르웨이 부자의 세금을 점점 깎아줬다.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가 이끄는 보수 정권은 노르웨이의 부유세를 줄이고, 상속세를 없앴으며, 소득세율을 대폭 낮췄다. 그 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다. 노르웨이 통계청의 분석대로 가장 부유한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노동당의 하디아 타락은 ‘보수 정권 아래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최저임금 노동자보다 100배 더 많은 세금 감면을 받았다. 불평등을 줄이려면 분배적인 조세 정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가장 공정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더 나은 기반을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2021년 총선에서 유권자도 이에 동의했다. 그해 집권한 중도좌파 정부는 보수 정권의 부자 친화적인 세금 감면을 재빨리 철회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2023년 노르웨이 부유세의 최고 세율은 0.85%에서 1.1%로 올랐다. 이외에도 많은 증세가 이뤄지자 부자들의 불만이 점점 커져갔다. 그중 하나였던 산업가 칼 인게 뢰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2022년 스위스로 이사한다고 발표했다.

많은 부자가 뢰케의 뒤를 따랐다. 2022년 말까지 노르웨이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30명 이상이 떠났는데, 이는 지난 13년 동안의 부자 이민자보다 많은 수이다. 그러나 이는 부자의 세금을 강화하려는 진보적인 입법자의 결의를 더욱 굳게 할 뿐이다. 적색당의 뵈르나르 목스너 대표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 노르웨이가 자본 유출을 위협하는 억만장자에게 인질로 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에를렌드 트뤼그베 그림스타드 재무부 차관은 노르웨이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항상 더 많은 세금을 내서 무료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세계적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한 사회 모델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제 평론가인 마틴 샌드부와 같은 다른 노르웨이인들은 세금 망명자의 증세 반대 주장에 직접 맞선다. 샌드부가 기술하듯 이런 망명자는 세금을 덜 내고 싶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양 자신을 포장한다. 그러면서 부유세를 내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자본을 빼내야 하고, 이는 결국 회사의 성장, 사업 개발 및 고용에 좋지 않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샌드부는 노르웨이 기업들이 자본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샌드부의 지적대로 ‘기업은 원래 소유주가 아닌 다른 곳으로부터도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기업들, 특히 자수성가형 기업가나 가족 기업은 이런 식으로 자기 지분이 작아지는 것, 소유권이 희석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노르웨이 여당은 증세에 분개하는 부유층이 나라를 떠나는 것은 자기 권리이지만, 그들이 노르웨이가 모든 국민의 경제적 안보를 중시한 덕분에 축적한 재산의 전부를 가지고 떠날 권리는 없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부유한 망명자가 공유해야 할 자산을 가지고 떠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르웨이의 진보적인 의원들은 부유한 망명자들이 미실현 자본 이득에 부과되는 새로운 ‘도피세’를 마련했다. 3월 20일부터 발효된 도피세에 따라 망명자는 12년에 걸쳐 무이자 할부로 세금을 납부하거나 12년 이상 이자와 함께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물론 망명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노르웨이로 귀국할 수 있다. 그리고 귀국한다면 그들은 다시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국가에서 살게 될 것이다. 한 나라가 얼마나 평등한지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이다. 그에 따르면 세계 500대 부자 명단에는 현재 노르웨이인이 단 한 명(374위) 포함돼 있다. 몇 년 후에는 이 목록에서 노르웨이인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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