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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박한 푸틴의 평양 방문, 24년간의 변화를 직시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주 초반 북한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일본 NHK가 12일 러시아 정부 고위 관리를 포함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사한 보도가 최근 들어 러시아 언론에서도 나온 것을 보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조만간 이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의 극동 지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고, 김 위원장의 평양 방문 초대를 수락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권 시기였던 2000년 7월에도 평양을 방문했다. 24년 만의 방북이지만 당시의 정세와 지금은 크게 다르다. 당시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막 끝내고 최초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북일간 교섭을 추진했다. 탈냉전 이후의 전략적 열세를 타협적인 방법으로 벗어나려 했던 셈이다. 첫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 역시 체제전환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국가주도 개혁을 막 시작한 때다. 북러가 만난다고 해도 성과를 내기는 힘들었던 시기다.

24년이 지난 지금 북한과 러시아의 처지는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이 무산된 이후 핵무력 강화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남측과도 '국가간 관계'를 선언하면서 과거의 합의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전환에는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의 역량이 크게 높아졌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제 북한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전략적인 목표로 간주하지 않는 듯하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지난 2년간 국제적 발언권을 키웠고,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는 사실상 실패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5기를 시작하면서 2030년까지 러시아의 경제를 세계 4위권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은 24년 전처럼 보기 좋은 행사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곤궁한 상황에 처한 두 나라가 활로를 찾기 위한 만남이라고 평가절하해서도 안 된다. 오랫동안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편입되었고, 윤석열 정부 들어 그 편향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최소한'은 유지해야 한다. 변화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 기본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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