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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상병 어머니의 호소, 윤 대통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에서 수색작업에 동원됐던 채수근 상병이 순직했다. 집중호우 실종자를 찾기 위해 위험한 수중 수색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1년이 되도록 죽음의 진상과 책임이 가려지지 않고 있고, 내내 침묵하던 어머니가 “진실을 밝혀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채상병 어머니는 국방부를 통해 12일 공개한 글에서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되어 모든 것이 무너졌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이어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건 수사가 잘될 거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7월 19일이면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1주기가 되는데 수사에 진전이 없고, 엄마의 입장에서 염려가 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늦둥이 외아들을 잃은 유가족이 1년을 기다려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후진적 현실이 참담하다.

채상병 어머니는 “안일한 군 지휘관들의 행동으로 인해 아들이 희생되어 힘듦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면서 “밝혀져야 될 부분은 마땅히 밝혀져 혐의가 있는 지휘관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다.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누가 수영도 못하고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아들에게 물속에 들어가 실종자 수색을 하라는 위험한 명령을 했는지 밝혀 책임을 물어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경찰로 순조롭게 이첩됐으면 수사는 물론 재판도 일정한 결론이 났을 시점이다. 그러나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결재까지 받은 사항에 갑자기 보류 지시가 내려지고 끝내 이첩된 사건을 초법적으로 회수하는 난동이 벌어졌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조사도 초기에는 수사단과 비슷한 결론이었나 결국 혐의자가 크게 줄었다. 간부들에게 수색을 독려했던 임성근 전 사단장을 피의자에서 제외하기 위한 ‘상부’의 압력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지연·왜곡시켰다. 그 중심에 격노했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의 참모들이 있음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특검법은 국회 통과와 거부권 행사, 재의결 부결 등으로 부유했다.

아들의 죽음을 두고 정치권이 갈등하는 상황이 유가족으로서는 큰 고통일 것이다. 속히 끝내고 오롯이 아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러나 용산의 방패를 자처하며 특검법을 막았던 여당이 어머니 말씀을 재빨리 특검법 반대의 명분으로 대는 것은 거론하기도 민망하다. 사실상 용산과 여당이 항명범으로 몰아 재판을 받는 박 대령에 대해 어머니는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여당 원내대표가 “법원의 결과가 나온 뒤 대통령의 권한과 범위에서 판단하고 결정하실 수 있도록 건의토록 하겠다”니 웃음도 나지 않는다.

우선 순직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나 수사외압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채상병과 유가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낸 과오가 얼마나 큰가. 아울러 통수권자로서 순직 장병보다 무책임한 장성을 감쌌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윤 대통령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외압과 관련해 솔직하게 진실을 밝히고 왜곡된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눈물의 호소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자 가장 빠른 진상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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