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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건희 디올백’ 면죄부 준 국민권익위, 존재이유 부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0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했다. 법정 신고 사건 처리 기한을 훨씬 넘기며 미적대더니 이렇다 할 조사도 없이, 하필 대통령 부부 순방 출발 당일에 발표했다. 청탁금지법의 근본 원리를 역이용하는 궤변이자 부패방지 총괄기관이라는 존재이유를 부정한 결정이다.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자세하게 알려져 있다. 재미교포 최재형 목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100만원 상당의 화장품과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건넸고,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 임명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최 목사는 이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모 과장 등과 연결됐다고 주장했다. 금품 전달을 위해 만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찍혀 있고, 만나는 과정에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까지 공개돼 있다. 청탁금지법은 물론 알선수재 혐의도 적용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참여연대가 권익위에 이 사건을 신고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19일이었다. 법정 신고 사건 처리 기한은 90일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권익위는 신고자인 참여연대에 사건 처리 연기를 통보했다. “쟁점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리고는 다시 시간을 보내더니 신고 후 약 6개월이 지나 윤 대통령 부부가 순방을 떠나는 날 ‘사건 종결’을 발표했다. 이 기간에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넨 최재형 목사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해 서면조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에 대한 조사도 없이 사건을 끝내버린 것이다. 6개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없이 서면으로 신고하고 반환토록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직자가 처벌대상이 된다. 권익위는 이 규정을 ‘배우자는 제재규정이 없다’고 교묘하게 비틀었다. 배우자도 금품을 받아선 안된다는 도입 취지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결정이다. 설령 이 논리에 따르더라도, 권익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결정 자체가 궤변이다.

권익위는 김 여사와 윤 대통령에 대해 수사의뢰를 해도 부족할 판에 면죄부를 줬다.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힘이 되는 권익위”라는 슬로건을 내건 반부패 총괄기관이라는 존재이유를 내버렸다. 권익위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존재인가. 권익위의 결정은 당장 대통령 부부에 면죄부를 줬을지 모르나 오히려 특검을 도입해야 할 이유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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