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ILO ‘정이사국’선출, 우리 정부가 그럴 자격을 갖췄나

지난 3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12차 국제노동기구(ILO)총회가 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임기 3년의 정부 측 정이사국에 선출됐다. 1991년 ILO에 가입한 이래 여섯 번째로 정이사국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로써 매년 3월, 6월, 10월에 개최되는 정기 이사회에 참여해 ILO의 △예산·결산 △주요 사업계획 수립 △사무총장 선거 등 주요 사항에 표결권을 가지게 됐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앞으로 이사회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대응, 노동약자 보호 등 ILO의 정책 결정에 아태지역 대표로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우려가 크다.

대표적으로 ILO의 협약이 권고하는 결사의 자유는 우리 정부의 노동정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듯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노조 활동을 탄압했다. 건설노동자들과 화물노동자들을 폭력배로 몰았고, 노동조합의 회계장부를 뒤져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규약 시정명령, 단체협상 시정명령 등 행정기관의 권한을 이용해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했다. 누구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막혀있다. 질베르 응보 ILO 사무총장도 총회 기간 민주노총 대표단과 면담을 통해 “한국이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을 담당할 노동조합을 억압하는 나라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대응과 노동약자 보호 등 ILO의 정책 결정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미미하다. 최저임금 차별 적용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깎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외면하고, 노동시간 유연화를 가장해 장시간 노동정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간 ILO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노동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권고하고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국내법을 준수하며 실현하겠다는 말로 무마했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ILO 정이사국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거부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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