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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의사협회의 집단 휴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예고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의협보다 하루 앞선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결의한 데다, 다른 의대 교수들도 의협의 결정에 따라 휴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의협이 주관한 총파업 투쟁에 대한 투표에 참여한 비율이 높았고, 집단행동에 대한 찬성률도 높다. 2000년의 의약분업 반대 휴업 이후 최고 수준의 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것은 이런 큰 규모의 투쟁에서 의협이 내놓은 요구사항이 '의대 증원 확대 철회'뿐이라는 점이다. 내년 의대 정원은 이미 확정됐다. 최소한 내년의 경우는 수험생의 혼란 때문에라도 재론하기 어렵다. 그 이후의 정원 문제라면 논의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의협의 주장처럼 '아예 없었던 일'로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의협은 의대 정원 문제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요구를 내걸지 않았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말만 반복한다. 어떤 문제든 협상과 투쟁을 통해 절충하자면 각 측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의협은 정부 정책의 '백지화'만 요구하고 있는데, 교전 중인 국가 간의 휴전협상도 이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되어서는 힘과 힘의 충돌만 있을 뿐, 다른 경로가 나올 수 없다는 의미다.

그나마 요구사항이 분명해 보이는 건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제자'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요구 아래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했고, 현장에 복귀한 이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이걸 처분 '중단'이라고 볼지, 처분 '취소'라고 볼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런데 이 한 단어 때문에 무기한 휴진하겠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명분이 없고, 비합리적인 투쟁은 오래갈 수 없다. 당장은 개원의와 봉직의, 의대 교수, 전공의 등 다양한 직역의 의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단 휴진에 따른 국민 불편이 크게 발생하면 그 대열은 동요하기 마련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제는 의사 선배들이 나서야 한다"며 투쟁을 독려했다. 하지만 지금껏 '의사 선배'들이 한발 물러나 있었던 이유는 바뀐 것이 없다. 여전히 의대생과 전공의의 집단 행동에 의존하는 방식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자체의 동력도 확대하기 어렵고,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없는 투쟁은 결국 실패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껏 정부가 충분한 협의와 준비 없이 무작정 강행한 정책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조차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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