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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와중에 김 여사의 해외 순방 적절한가

김건희 여사의 공개 광폭 행보가 연일 장안의 화젯거리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른바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는 꼭꼭 숨어 지내왔던 게 지난 수개월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능한 모든 행사에 얼굴을 내밀며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의 방법이든 아니든 수사가 필요한 혐의는 그대로이나 수사를 책임질 검찰의 지휘라인이 묘하게 교체된 상황에서 이어지는 일로, 잠행을 깬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시작한 건 지난달 16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이 계기였다. 그 이후로는 화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나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 개관식 같은 국내 행사는 물론이거니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배우자 행사를 소화하고 생중계되는 제69회 현충일 추념식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장면을 보는 국민들은 고깝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배우자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인 이후 한동안 잠적했다가 어떠한 해명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 거리낌 없이 국사를 수행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근래는 단순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넘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까지 거론되는 정황이 있다. 더더욱 자숙하거나 수사에 대비해 자세를 낮추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는데, 당사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김 여사는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대통령과 함께 중앙아시아 3국을 순방할 계획이다.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든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포토라인에 세울 것인지가 관심사가 될 만큼 더 이상 수사를 미룰 수 없는 형국에 이르렀는데, 나라 밖으로 나간다니 '나 몰라라 외유'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여사의 비위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뭉개려 했지만 이야말로 스스로 천명한 공정과 상식을 부정하는 처사가 되었고 국민의 눈높이에도 한참을 벗어난 행위가 되었다.

정부는 오늘부터 시작되는 중앙아시아 순방을 두고 'K-실크로드' 개척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지만 국격이 서지 않는 모양새를 바라보는 국민의 언짢은 마음도 제대로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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