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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젠 대북확성기까지, 대화 이외엔 해법 없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의 상징이라할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확성기 방송이 9일 전격 재개됐다.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결과를 소개하며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혼란을 야기하려는 북한의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자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4.27판문점선언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남북관계의 현주소가 문재인정부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물풍선 문제만 놓고 보자면 우리 쪽에서 먼저 보내지 않으면 그뿐이다. 북에서 남으로 오는 풍선은 ’심리전‘이고 남에서 북으로 가는 풍선은 인도주의나 표현의 자유라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남북 모두 풍선을 중단하는 단순한 해법을 외면하고 대북확성기로 나아갔으니 이젠 군 당국이 주도하는 심리전으로 발전한 셈이 되었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 초기인 1963년 시작되어 수십년간 지속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 전격 중단되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재개와 중단을 반복했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에는 양측에서 포탄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경험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 중단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 사이 북한 정권은 바뀐 적이 없으니 남한의 정권 성격과 대북확성기 방송은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권의 어떤 성격이 대북확성기 방송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겠지만 핵심적인 차이는 대화 시도의 노력 여부다. 2015년 방송 재개 당시 국지전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그해 8월 남북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고 남측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고 합의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은 성과를 이끌어냈음을 볼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는 긴장 고조와 완화의 갈림길이다. 대화 시도를 대응전략에서 제외한다면 2015년과 같은 국면이 증폭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당시엔 군사분계선에서 포탄을 주고 받은 뒤 바로 대화하여 끝냈지만 이번에는 국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생각이 다른 누구와 대화하여 문제를 푸는 것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렇더라도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다시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를 지키는 것보다 더 소중한 국가과제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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