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궐련형 전자담배 단종 수순...더 비싼 신형 갈아타야 하나

아이코스 ‘히츠’ 생산중단 이어 구형 ‘글로’ 디바이스 단종...KT&G는 구형 제품 유지

BAT로스만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네오' ⓒ뉴시스

BAT로스만스의 구형 궐련형 전자담배 디바이스인 '글로(glo) 프로 슬림'이 단종됐다. 한국필립모리스의 구형 디바이스인 '아이코스 듀오3'와 전용 스틱인 '히츠'도 생산이 중단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열었던 1세대 제품들이 단종 수순에 들어갔다.

7일 BAT로스만스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디바이스인 '글로 프로 슬림'이 지난달 판매 중지됐다.

'글로 프로 슬림'은 지난 2021년 말 국내 출시됐다. BAT의 초창기 궐련형 전자담배 디바이스인 글로, 글로 미니, 글로 프로에 이은 네번째 디바이스다. 전용스틱인 슬림형의 '네오(neo)'를 사용하는 디바이스로는 마지막 모델이다.

BAT는 글로 프로 슬림이 단종됐지만, 전용스틱인 네오의 판매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BAT 관계자는 "글로 프로 슬림 디바이스가 단종됐으나, 해당 기기에 사용되는 '네오' 스틱은 9종 모두 계속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네오' 스틱을 사용하는 디바이스를 더 이상 구입할 수 없는 만큼, '네오' 스틱도 서서히 단종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제품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시리즈도 구형 디바이스를 단종한 뒤 지난달 전용 스틱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4월 구형 디바이스인 '아이코스 3 듀오' 등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 구형 아이코스 전용 스틱인 '히츠(HEETS)'의 생산을 중단했다. 필립모리스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히츠 시리즈 중 일부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며 순차적으로 단종을 진행해왔다. 최근까지 그린, 블루, 실버, 퍼플 총 4종만이 생산되고 있었으나, 지난달 모든 제품이 생산 중단됐다.

다만 필립모리스는 남아있는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판매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재고 상황에 따라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내년말까지 구매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히츠' ⓒ뉴시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들이 구형 제품의 단종을 서두르면서 신제품에 집중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경우 지난 2022년 신형 디바이스인 '아이코스 일루마(IQOS ILUMA)'와 전용 스틱 '테리아'(TEREA)를 출시했다. 기존 블레이드 히팅 방식에서 스마트코어 인덕션 기술로 가열 방식이 바뀌었다. 가열 방식 변경으로 청소가 불필요해진 점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업계 1위인 KT&G의 점유율을 추격하고 있다.

KT&G에 따르면 지난해 KT&G의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평균 점유율은 46.6%로 1위를 지켰다. 그러나 2위인 필립모리스와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8.4%에 달했던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2분기에 46.4%로 감소했고, 3분기에는 45.9%, 4분기 45.7%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필립모리스가 직접 점유율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BAT의 점유율이 10% 내외를 유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와의 점유율 격차는 현재 1%p(포인트)대까지 좁혀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필립모리스의 실적도 성장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5.1% 증가한 7,905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1% 늘어났다.

BAT도 지난 2023년 2월 신형 디바이스인 '글로 하이퍼 X2'와 신형 전용스틱인 '뉴 네오'을 출시했다. 그러나 점유율은 10%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BAT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11.3%로, 전년 대비 오히려 0.3%p 줄어들었다.

BAT는 두 업체에 밀려 점유율 확대가 어려운 궐련형 전자담배 라인업을 축소하고, 액상형 전자담배라는 틈새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BAT는 지난해 7월 수도권 일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 고 800(Vuse Go 800)'의 판매처를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힘을 싣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하면서 대형 담배업체들이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그러나 급감했던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가 최근 증가세를 보이자 대형 담배업체들이 철수한 틈새 시장에 BAT가 뛰어든 것이다. BAT에 따르면 서울 시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뷰즈의 카테고리 점유율은 출시 한 달 만에 2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구형 디바이스 이용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각 업체들에서 출시된 신형 디바이스는 구형과 가열방식이 달라 신형 전용스틱만 사용할 수 있다. 구형 디바이스를 가진 소비자는 디바이스와 스틱 모두 바꿔야 한다. 그나마 신형 디바이스의 경우에는 업체들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가 있지만, 전용 스틱은 기존보다 비싸진 가격을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

필립모리스의 구형 스틱인 히츠와 BAT의 네오의 국내 권장소비자가격은 각각 4,500원이었으나, 신형 스틱인 테리아와 뉴 네오는 각각 4,800원으로 300원 올랐다. 담뱃세 등의 변동 없이 가격을 올린 것으로, 업체는 가격을 올린 만큼 이득을 본다.

이에 업체들은 스틱 가격 인상에 대해 기존보다 성능이 개선된 만큼 제조 비용도 늘었다는 입장이다. BAT 관계자는 "새로 나온 데미 슬림형 스틱이 가격이 기존보다 높지만 기존 네오 스틱보다 담뱃잎 함량이 30% 늘어났고, 크기도 두꺼워졌다"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필립모리스도 히팅 블레이드를 없애기 위해 스틱에 '메탈 히팅 패널'을 넣는 신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KT&G는 릴 솔리드 후속 제품 준비 중..."다양한 포트폴리오 유지"


KT&G에서도 1세대 궐련형 전자담배 디바이스인 '릴 솔리드 2.0'가 지난달 단종됐다. 그러나 릴 솔리드 시리즈 후속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며, 전용 스틱인 '핏(Fiit)'의 생산과 판매도 유지한다. 경쟁업체들이 제품 라인업을 줄여 전략 제품에 집중하는 것과 반대로 KT&G는 최대한 많은 궐련형 전자담배 플랫폼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KT&G 관계자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릴 솔리드 2.0'의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버전을 준비 중에 있다"면서 "전용 스틱인 릴 핏의 단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KT&G도 지난 2022년 말 신형 디바이스인 '릴 에이블'과 전용 스틱 '에임(Aiim)'을 출시했다. 릴 에이블 또한 히팅 블레이드가 없이 가열하는 인덕션 기술이 적용됐으며, 에임은 액상 필터를 추가해 연무량을 증가시킨 신기술이 도입됐다. 에임 또한 기존 스틱에 비해 300원 오른 4,800원이다.

KT&G 관계자는 에임의 가격에 대해 "스틱 가격은 스틱에 적용된 신기술로 인한 R&D 비용 상승 및 원자재 가격 등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책정된다"면서 "에임은 세 가지 다른 스틱을 한 가지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혁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신형인 릴 에이블을 프리미엄급으로 두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릴 솔리드 시리즈와 릴 하이브리드 시리즈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가격대의 플랫폼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1세대인 릴 솔리드 시리즈에 사용되는 핏 제품은 4,500원이다. 릴 하이브리드 시리즈의 전용 스틱인 '믹스'(Miix) 제품은 4,500원, 액상카트리지는 500원이다. 다양한 구성으로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아 점유율 1위를 수성하겠다는 전략이다.

KT&G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일반 보급형 제품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면서 "에임은 프리미엄급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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