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 기대했던 모디, 인도 총선에서 처음으로 과반 확보 실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4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의 인도국민당(BJP) 당사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V를 그리며 인사하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던 모디 총리의 장담과 달리 야당들이 예상 외로 선전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지난 2월 29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현실화됐다. ‘인도 정부에게 시위를 하는 농민은 우려되는 모습이다. 인도인의 거의 3분의 2가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농업 노동자가 선거 결과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3년 전 농민이 수도 델리로 행진해 정부가 인도 농업 시장 규제 완화를 위한 대규모 개혁을 철회하도록 만들었을 때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그의 이끄는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은 이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모디 총리가 집권 10년 동안 겪은 드문 정치적 패배 중 하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 몇몇 농민 단체가 5월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시위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국을 놀라게 했다. 모디 총리에 대한 도전이 불가능해 보이는 분열된 야당으로 인해 농민이 올해 모디 총리의 순조로운 재집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던 이코노미스트 기사대로 농민은 다시 시위를 벌였고, 모디 정권이 집권 10년만에 가장 취약해졌다. 이번 인도 총선 결과를 살펴보고 그 함의를 짚어보는 가디언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Modi loses parliamentary majority in Indian election

지난 4월 18일부터 7단계에 거쳐 진행된 총선에서 집권 여당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이 의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렌드라 모디 총리가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고 집권 유지를 위해 연정 상대와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예정대로 4일에 개표가 완료됐는데 결과가 상당히 놀랍다. 여론조사의 예상과는 다르게 BJP의 압승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서 모디의 힌두 민족주의 정치에 대한 반발로 BJP는 62석을 잃어 과반인 272석에 못 미치는 240석을 확보했다. 모디가 2014년 처음 당선된 이후 BJP가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동맹세력인 국민민주동맹(NDA)과 합치면 약 292석을 확보할 수 있어 향후 5년간 다수 정부를 구성하고 모디가 3선 연임을 이룰 수 있다.

한편, ‘INDIA’라는 약어로 불리는 야당 연합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총 230석 이상을 획득했다. 20여 개 전국 및 지역 야당으로 구성된 이 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모디를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쳤다.

박빙의 승부에도 모디는 승리 연설에서 자신이 다시 집권할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 델리에 있는 BJP 본부에서 연설하며 모디는 ‘오늘 매우, 매우 행복하다. 국민 여러분 앞에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 10년 만에 세 번째로 국민의 축복을 받게 돼 우리의 사기가 높아지고 새로운 힘을 얻었다. 상대는 단결했음에도 불구하고 BJP만큼의 의석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BJP 관계자들은 차기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어떤 정당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실패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BJP 대변인 자이비어 셰르길은 ‘세 번째 정부도 NDA와 함께 할 것이고, 모디 총리도 세 번째로 취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배한 지역에 대한 성찰은 당내에서 추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INDIA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 기관들이 당 자금을 동결하고 야당 지도자를 투옥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예상보다 더 끈질기게 성공을 일궈냈다. 특히 우타르 프라데시의 사마자와당, 서벵골의 트리나물 의회, 타밀 나두의 드라비다 문네트라 카자감당 등 지역 정당이 BJP를 훨씬 능가하며 힘을 보탰다.

윌슨 센터의 마이클 쿠겔만 남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야당 연합이 생각보다 정치적으로 영리하게 선거를 치렀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경제적 압박이나 힌두 민족주의에 대한 반발 등 BJP의 여러 가지 취약점을 야당이 제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꽤 잘 해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인도의 정치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0년 전 모디가 처음 당선된 이후 모디와 그가 이끄는 힌두 민족주의 정당 BJP는 막대한 권한을 누려온 반면, 야당은 약하고 BJP에 대항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모디는 인기 있는 독재자형 총리로 간주되며 재임 동안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권위주의를 강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마야 튜더 교수는 ‘특히 힌두교도가 몰려 있는 BJP의 텃밭에서 기대했던 모디 바람이 일어나지 않았다. 기대에 비하면 이번 선거는 BJP의 패배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특히 인도의 제1야당이자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참패하며 정당으로서의 미래에 대한 의문에 직면해 있던 인도국민회의(INC)의 특별한 승리다. INC는 이번 선거로 의석을 두 배 이상 늘렸다. 말리카르준 카게 INC 대표는 모디가 ‘도덕적, 정치적 패배’를 당했다며 야당 연합이 5일 만나 다음 단계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게는 ‘우리는 이 나라의 실업자, 농민, 가난한 사람에게 투쟁의 초점을 맞췄다. 반면 BJP는 거짓말과 증오를 퍼뜨리며 흑색선전 중심의 선거운동을 했다. 국민은 이를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

서벵골 의석을 휩쓴 야당 트리나물 의회당의 마마타 바네르지 대표는 모디에게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그녀는 ‘이번 선거는 모디 총리가 모든 신뢰를 잃었음을 보여줬고, 그는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JP는 ‘모디의 보장’이라는 제목의 당 선언문을 통해 총리 숭배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모디의 유세 연설은 대부분 지난 10년 동안 세계 무대에서 인도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과 앞으로 인도를 10조 달러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모디는 선거 후반부에 유세 과정에서 무슬림을 ‘침입자’ 혹은 ‘자녀를 더 많이 가진 자’라고 부르는 등 더 양극화된 종교적 수사로 돌아섰고,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이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선언했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BJP가 긴장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BJP는 또한 정치 반대 세력을 괴롭히고 협박해 출마를 막고 무슬림 투표를 억압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로 인해 모디 열풍이 꺾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선거 이후 모디는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생기 넘치는 야당과 싸워야 할 것이다. 게다가 힌두교를 우선시하지 않는 연정 상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디의 힌두 민족주의 정책이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모디가 이전보다 더 실용적이거나 합의에 기반한 정책을 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결과 중 하나는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주이자 힌두교의 중심지이며 인도 전역의 향방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지는 우타르 프라데시주(80석)에서 BJP가 많은 의석을 잃었다는 것이다. 초기 개표 결과 INDIA 야당 연합이 BJP 연합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몇몇 BJP 거물급 의원이 낙선하기도 해 BJP가 요충지 중 하나에서 중요한 지지를 잃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는 또 다른 의외의 결과도 있었다. 힌두 민족주의 정치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오랫동안 좌파 정치의 보루로 여겨졌던 케랄라주에서 BJP가 처음으로 한 석을 획득한 것이다. 반면 모디의 지역구인 바라나시에서는 모디와 2등을 차지한 후보와의 표차가 50만 표에서 15만표로 줄어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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