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의료민영화’, 건강보험 빅데이터도 보험사에 넘어갈 판”

공공운수노조 ‘공공성-민영화 의제 워크숍’...22대 국회에 ‘민영화 금지’ 등 법안 요구

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사진)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 정책으로 진료·건강 정보뿐 아니라 소득·재산 정보까지 담겨있는 건강보험 빅데이터가 민간 보험사에게 공개될 위기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공공운수노조가 진행한 '민영화-공공성 의제, 노조-시민사회 워크숍'에서 대표적인 민영화 사례로 건강보험 빅데이터에 대한 민간보험사 개방 추진이 지목됐다.

강성권 국민건강보험노조 부위원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자본은 이미 오랫동안 건강보험개인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면서 "건강보험의 개인건강정보는 노조가 사활을 걸고 막아왔지만, 윤석열 정부의 의료민영화, 산업화 압박으로 이제 더이상 노조만의 힘으로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보험사에 개인정보가 넘어갈 경우 정부와 법의 통제를 받는 공단과 다르게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보노조에 따르면 지난 2023년 7월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민간보험사의 건강보험 빅데이터 제공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민간 보험사들의 단체인 보험협회 등에서 공익연구를 하겠다는 이유로 연구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건강보험공단-민간보험사-전문가 간 공동연구' 추진 관련 논의가 진행된 것이다. 제출된 연구 계획서는 생명보험협회에서 3건, 손해보험협회에서 1건이다. 모두 민간 보험사들로 구성된 협회다.

이는 지난 2020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과학적 연구인 경우, 건강정보라도 가명처리 후 활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2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하여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가명정보란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가공한 개인정보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가려졌지만,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 이에 개인정보와 마찬가지로 취급되며 다른 정보와의 결합도 제한된다.

이후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1월 이해관계자인 소비자단체, 경영자단체 등을 비롯해 전문학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공단은 이해관계자 간담회 등을 진행한 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건강보험 빅데이터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건강보험 정책에 관련된 사안을 심의·의결 기구로, 보건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소비자, 사용자,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는 단체 추천을 통해 25명으로 구성된다. 

건보노조는 심의위원회는 정부의 명분 쌓기로 이용되고, 결국 민간 보험사에게 건강보험 빅데이터가 제공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강성권 부위원장은 "공단의 개인정보수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방대한 자료로 조 단위에 정보"라며 "개인의 진료정보, 건강정보, 소득, 재산수준, 자동차 등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가명처리를 해 보험회사에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보험회사가 확보한 기존 정보와 합쳐질 경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보험사가 공익적 목적으로 건강보험데이터를 활용한다는데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 부위원장은 "보험사는 보험금 수령을 미끼로 가입자에게 개인 건강정보를 요구해 받아내는 과정이 있었으며 그 결과는 보험금 지급거부 사유로 악용될 뿐이었다"면서 "공단은 이를 알기에 개인이 진료내역을 취득할 때도 반드시 목적을 확인후 제공하며, 목적에 맞지 않을 경우 제공치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런데 윤석열 대통령 최근 민생토론회에 '데이터가 돈이다. 언제 개인 동의를 받느냐'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데이터는 곧 돈"이라며 보건의료데이터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민영화-공공성 의제, 노조-시민사회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위원은 "민간 보험사들은 병원 등 의료기관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데이터를 주는데 건강보험은 왜 안주냐고 볼멘소리를 한다"면서 "건강보험 데이터는 양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은 양이지만, 많은 종류의 데이터가 결합돼 있어서 엄청 퀄리티가 좋은 데이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의 퀄리티가 있으려면 일생의 개인경험이 다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른 데이터는 연결이 안 돼 있고, 다 흩어져 있는데 건강보험 데이터는 이걸 다 연결해 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책임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데이터를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 등 다른 기업에는 주는데 민간 보험사에는 주지 않는다"면서 "건강보험과 민간 보험회사가 상충적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의 손해가 이들(민간 보험)의 이익이 되는 상충적 관계에 있다. 정부는 보완적이라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라며 "그러한 집단이 수행하는 연구에 건강보험공단 노동자의 피땀이 있고, 공공재 성격의 데이터를 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빅데이터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정보는 개인 프라이버시지만, 개인정보의 합인 빅데이터는 공유제"라며 "공공재라는 것은 사유재산으로 독점하거나 사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재를 이용하려면 그 이익이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걸 증명할 때 가능하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건강정보 접근은 공공재에 접근하는 문제와 같이 중요하고, 그 프레임이 민영화 반대 투쟁에서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노조는 이 밖에도 비대면 의료서비스(원격의료),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비의료 민간 건강관리서비스, 디지털헬스케어법 추진 등을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지목했다.

강성권 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민영화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국민적 저항이 나타날 수 있어 교묘한 언어로 은밀하고 위장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빅데이터의 민간보험사 제공과 관련해 모두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강 부위원장은 "22대 국회 개원과 발맞춰 노동시민사회 및 진보정당 등 범야권과 함께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해 대국민 선전전과 함께 22대 국회를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는 '공공성 국회' 돼야"...공공운수노조, '민영화 금지' 등 입법 요구


이날 워크숍에서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성이 민생"이라며 22대 국회가 '공공성'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이번 총선 평가를 보면 집권당 부진의 주원인으로 '민생과 소통의 실패'가 꼽힌다"면서 "민생은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인데 그것이 나타나는 분야가 공공성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22대 국회에 공공성 강화와 민영화 금지 내용을 담은 22개 법률안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에너지, 교육, 보건의료 등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금지하고,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기구를 민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과제가 담겼다. 또 공무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택배·라이더·화물노동자 같은 특수고용직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정책기획실장은 "민생 파탄의 근원과 발화점이 각종 공공성 파괴 정책과 국가책임 후퇴에 있다"면서 "구체적인 대안인 공공서비스 영역 확장과 공급 확대, 적극적인 노동권 보장이라는 메시지를 22대 국회에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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