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집권에 성공한 멕시코의 좌파 정권을 이끌 셰인바움은 누구인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선 후보가 3일(현지시각) 멕시코 헌정사 최초로 여성 대통령에 당선이 확정된 후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은 올해 말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2일(현지 시각) 실시된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 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당선됐다. 전국의 투표를 반영하는 신속 표본 집계 결과 셰인바움이 득표율 58.3%∼60.7%를 기록해 26.6%∼28.6%를 얻은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날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는  여당 연합이 하원 500석 중 346∼380석을, 상원 120석 중에는 76∼88석을 차지해  3분의 2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멕시코에는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대통령이 90년 가까이 집권한 우파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후 2030년까지 총 12년간 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대선 개표 전날 압승과 좌파의 재집권을 이끈 셰인바움의 대선운동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 복스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What to know about Claudia Sheinbaum, Mexico’s likely next president

멕시코가 기후과학자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전 멕시코시티 시장을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그간 셰인바움은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멕시코의 천문학적인 살인율, 마약 밀매 관련 범죄, 정부 부패 등 AMLO가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에서 얼마나 진전을 이룰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셰인바움은 환경공학자이자 기후과학자였고,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 참여했다. 그녀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AMLO의 환경부 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2018년부터 작년 6월까지 AMLO의 뒤를 이어 멕시코시티 시장을 역임했다.

셰인바움은 2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경쟁자인 사업가 소치틀 갈베스 전 상원의원을 약 20%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갈베스는 2018년 AMLO 당선 전까지 70년 동안 정권을 장악한 제도혁명당(PRI)과 국민행동당(PAN)이 포함된 보수 3당 연합의 단일후보다.

셰인바움이 여론조사 결과대로 당선되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이다. 셰인바움은 때때로 AMLO보다 더 시장 친화적인 태도를 약속했지만, 또 다른 때는 AMLO의 정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AMLO의 높은 인기에 기대고 그의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그녀가 AMLO를 대신해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멕시코를 과연 어떻게 이끌어갈까?

AMLO의 인기에 편승한 선거운동

멕시코에서 현직 대통령이 후계자를 직접 지명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멕시코국립대의 조이 캐서린 랭스턴 교수는 대통령의 연임이 불가능한 멕시코에서 이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했다. AMLO 정권의 복지 국가 확대와 외국인 투자 촉진 등의 경제 정책과 꾸준히 좋아진 일부 경제지표가 셰인바움과 집권 국가재생운동(MORENA, 모레나)에 도움이 됐고, 이 때문에 적어도 선거 운동 기간에는 셰인바움이 AMLO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AMLO 정권은 경제에 상당히 집중했다. 국내 석유 생산에 대한 투자, 정부 지출 억제, 석유화학 절도 단속 등은 국채를 통한 외국인 투자를 촉진했고, 고금리와 미국으로부터의 송금 증가, 그리고 미국 시장에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지으려는 기업들 덕분에 페소화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주요 통화로 꼽히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셰인바움이 취임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보뱅크의 크리스천 로렌스는 셰인바움 정권이 현 정권의 2기가 될 것임이 거의 분명하다고 했다.

국제무대에서는 더 중요하겠지만 국내적으로는 AMLO의 사회복지 정책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MLO 정권의 첫 5년 동안 사회복지 지출이 3배 늘어 작년에는 약 32조 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정계와 재계의 지배 엘리트에 대한 적대감과 결합돼 노동 계층 사이에서 AMLO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셰인인바움도 복지 혜택을 받고 있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복지 혜택을 받는 유권자 사이에서 특히 지지가 높고, 4월에 실시된 엘 피난시에로 신문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갈베스를 약 40%포인트 차이로 앞선 바 있다.

사회복지 지출의 영향은 상당하다. 복지 프로그램만큼은 아니지만 노인 인구를 위한 연금 정책도 매우 인기가 많다. 65세 이상의 원주민과 68세 이상의 비원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연금 때문에 오랫동안 보수 PRI의 텃밭이었던 오악사카와 같은 주도 셰인바움 지지로 돌아섰다.

AMLO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은퇴 후에도 급여와 동일한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연금제도 제안했는데, 이것이 실시된다면 그것은 세계 최초가 될 것이다.

AMLO는 또한 오악사카의 신공항, 국영 항공사, 트렌 마야라는 관광 열차, 그리고 많은 민간 및 군사 인프라 프로젝트를 포함한 인프라 지출도 늘렸다. 부실공사, 미완성, 예산 초과, 환경 파괴, 폭력 범죄와의 싸움에 투입해야 할 군과 보안 인력의 차출 등으로 인한 불만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AMLO는 특히 멕시코 남부의 빈곤한 주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해 혜택을 주고 있다.

AMLO가 멕시코의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PEMEX)에도 많은 돈을 투자해 셰인바움이 감당해야 할 부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AMLO의 정부 지출 증대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높다. 만약 헌법이 대통령의 재출마를 허용한다면 AMLO가 재선될 것이다.

많은 유권자는 셰인바움이 AMLO 다음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AMLO 특유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셰인바움은 특히 AMLO가 실패한 분야인 범죄와 부패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셰인바움이 직면한 과제

취임 후에는 셰인바움이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문제, 높은 살인율, 증가한 정부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중 일부는 정책적 관점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 랭스턴 교수의 지적대로 AMLO가 퇴임을 앞두고 지난 1월부터 2월에 굉장히 복잡한 정책과 개혁안을 입안해 향후 2년간의 정치적 의제를 이미 결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며 국가로 극한 기상 현상과 해안 홍수에 취약하다. 이는 해안 관광업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관광업은 멕시코 GDP의 8%를 차지했고, 노동력의 거의 6%가 관광업에 종사했다.

셰인바움에 대해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것 중 하나는 그녀의 기후변화 정책이다. 셰인바움은 선거 운동 동안 이 주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멕시코시티 시장으로서의 기후변화 정책은 다소 엇갈린다. 그녀는 재임 동안 멕시코시티 버스는 전기버스로 전환됐고, 세계 최대의 도심 태양광 패널 공장이 착공됐다. 반면 그녀는 환경영향 보고서가 완료되기 전에 멕시코시티의 보호습지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교량 건설을 신속히 추진하기도 했다.

셰인바움은 대통령이 되면 다른 친환경 에너지 이니셔티브와 전국적으로 버스를 전기화하는 데 투자한다고 약속했다. 그녀의 지지자들은 셰인바움이 AMLO의 건설 프로젝트나 석유화학 개발이 아닌 이런 기후변화 정책에 집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멕시코의 고질적인 문제인 카르텔 문제는 AMLO 정권 아래에 유지됐고, 어떤 면에서는 더욱 심화됐다. AP 기자 메건 자넷스키는 카르텔과 다른 범죄 집단이 서로 전쟁을 벌이면서 당국보다 항상 한 발짝 앞서 있고, 거대한 불법 기업과 비교될 정도로 권력도 확장하고 갈취도 심해졌다고 했다.

AMLO가 카르텔 폭력을 악화시키기도 했다는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마무리 짓는 성과를 이룬 건 사실이지만, ‘총알 대신 포옹’으로 폭력의 근본 원인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살인율을 크게 낮추지는 못했다. 멕시코는 여전히 매년 약 3만 명이 범죄와 관련해 사망하며, 평균적으로 매주 1명의 언론인이 살해된다. 남부의 치아파스 주에서는 선거 기간 동안 14명의 정치 후보가 카르텔에 의해 살해됐다.

셰인바움은 마약 밀매, 인신 매매, 무기 밀매, 돈세탁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그녀가 납치, 실종, 강탈 등의 엄청난 폭력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은 아직 없다. 셰인바움은 AMLO와 마찬가지로 범죄조직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빈곤과 교육 및 일자리 부족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지속해서 해결해 ‘범죄조직의 손아귀에서 젊은이들을 구출하고 그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셰인바움은 또한 방위군을 강화해 더 많은 장교와 감시 능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치안과 범죄와의 전쟁에서 군사화를 증가시킬 위험성이 있다.

셰인바움에게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복잡한 통치 유산을 남긴 AMLO의 뒤를 이어 실제로 국가를 통치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AMLO의 카리스마와 호소력 없이는 AMLO가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으려던 방식으로 양보를 하면서 공약을 이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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