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수처의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규명에 어떤 차질도 없어야 한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3일 공개석상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고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급한 문제는 통화기록 확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빈틈없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7월에 통화기록 (보존) 시한이 끝나기 때문에 놓치는 점이 없도록 통화기록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당 사건 특검 도입을 거부한 상황에서 공수처가 지금이라도 뭐라도 해보려는 의지를 보이는 건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나, 오 처장의 ‘통화기록 확보’ 언급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수사 단계에서 가장 기초적인 증거 자료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사건 관계인의 통화기록조차 여태껏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실이나 국방부 등 사건 관련 기관들의 수사 비협조가 만연했거나, 이들을 겨냥한 증거 확보 집행 절차가 수월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른바 윤 대통령의 ‘격노’를 직접 접한 것으로 전해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통화기록이 공수처 수사 절차가 아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항명 사건 재판부인 중앙군사법원에서 박 전 단장 측의 통신사실조회 신청 절차를 통해 먼저 확인된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신임 공수처장 임명 절차가 진행되어왔다는 점, 후임 차장이 아직 인선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수개월 동안 기초적인 증거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건 단순히 공수처의 수사력 또는 수사 의지 문제로만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사 주체인 공수처가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어떤 외부 요인이 작용했는지 스스로 밝히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당일 윤 대통령과 이종섭 전 장관의 직접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대통령실에서는 불특정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수사권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를 특정하는 건 군사법원법에 맞지 않으니,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수사권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를 만들었으니, 바로잡으라고 야단을 친 것”이라는 등의 입장을 내놓았다.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관계자를 내세워 사안의 실체를 버젓이 규정한 것이다. 그것도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의중이 그랬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마당에 공수처가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자유와 투명한 수사 여건을 보장받고 있다고 신뢰할 만한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이러한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의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수사 중 사안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취재진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도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이상 대통령실에서 사안의 실체를 규정하거나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듯한 언급이 어떤 형태로든 나와선 안 되며, 국가권력에 의해 공수처를 비롯한 진상규명 주체들의 수사 절차에 차질이 빚어져선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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