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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970년대도 아니고, '영일만 유전'이 대통령 나설 일인가

3일 오전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이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섰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첫' 국정브리핑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옆에 세워 놓고 장밋빛 전망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며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개발 기업들도 벌써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해 2월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긴" 결과라는 말도 덧붙였다.

동해안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2004년부터 2021년까지 동해 가스전에서 천연가스와 초경질유 4천500만 배럴을 생산한 바 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공개한 광구는 그 주변 지역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의 세 단계' 중 첫 번째에 불과하다. 한국석유공사가 모은 지질 데이터를 미국의 한 회사가 분석한 결과일 뿐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그 이후 방송에 나와 최종 성공까지는 '20%' 정도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자원개발의 모험성을 감안하면 20%가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호들갑을 떨 정도도 아니다.

심해유전 개발은 이미 세계적 흐름에서 배척받고 있다. 기후 위기에 따른 탄소 중립이 중요한 목표가 된 상황에서 많은 비용과 높은 실패 가능성을 안고 있는 심해 유전 개발이 환영받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초국적 석유회사들도 시도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 정도를 제외하면 성공한다고 해도 2035년 정도에나 상업 개발이 가능한 심해유전에 들뜰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런 위험 사업에 대통령이 나서는 건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직접 강한 기대를 표명하면 행정과 사업 추진에서 경직성이 커진다. 잘 안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도 돌아서기 어렵고, 해외나 국내의 민간 업체들과의 협력에서도 갑이 아닌 을의 처지에 내몰리기 쉽다. 이미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에서 그 폐해는 충분히 드러난 바 있지 않은가. 지금이 1970년대도 아니고 윤 대통령이 누구의 어떤 조언을 듣고 이렇게 설레발을 놓는지 궁금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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