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첫 파업을 지지한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역사상 첫 파업의 깃발을 올렸다.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충일 다음날인 7일 집단 연차를 통한 연차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삼성전자에 존재하는 5개 노조 중 최대 조직으로 소속 조합원은 2만 8,000여 명에 이른다.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 약 12만 명 중 2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소속 노조의 파업 선언은 1969년 회사가 설립된 이래 처음이다.

외형상 쟁점은 임금 인상률과 노동 조건이지만 이번 파업은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의 협상 태도가 큰 원인을 제공했다. 노사협의 과정에서 사측은 갑자기 “서초(삼성전자 본사)에서 반려했다”며 일방적으로 교섭을 결렬시켰고, 노조는 문화행사 등을 통해 평화적으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으나 사측은 이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실제 손우목 노조 위원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회를 선언했음에도 사측의 태도는 변화가 없다. 우리가 원하는 건 임금을 1~2% 인상해달라거나 성과급을 많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한 만큼 공정하게, 임금 제도를 공정하게 개선해 투명하게 지급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언론들은 벌써 귀족노조의 파업이라는 둥,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데 왜 파업을 하냐는 둥 이념 공세를 펼친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이념 공세는 기업 실적이 좋을 때도 반복됐던 것이다. 실적이 좋을 때에도, 나쁠 때에도 파업을 할 수 없다면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파업권은 언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란 말인가?

삼성의 무노조 경영 역사는 그야말로 악랄함 그 자체였다. 노조 설립을 주도하던 노동자를 납치, 감금하는 것은 물론 노조 설립 방해에 맞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강탈하기까지 했다.

2019년 12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임원들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법정구속 되자 마침내 삼성은 사과하고 무노조 방침의 종결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외형상 변화일 뿐 노조를 협상 대상으로 대하지 않는 삼성의 오만한 태도는 여전하다.

역사적으로 모든 노동자의 권리는 투쟁으로부터 쟁취된 것이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참담한 짓을 반세기 이상 고수했던 삼성전자에서의 노동자 권리 또한 투쟁으로 성장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항상 첫 걸음이 어렵다. 하지만 그 첫 걸음을 내딛지 않는 한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내딛은 첫 파업의 발걸음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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