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그 돈이 어찌 최태원의 것, 혹은 노소영의 것이겠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하 존칭 생략)의 불화 소식(정확히는 최태원의 불륜 및 이혼 추진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나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몇 차례 대차게 최태원을 씹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더라. 최태원-노소영 이혼에서 내가 노소영 편을 드는 거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정색을 했다. 내가 어찌 노소영 편을 들겠나? 내가 20대 초반 청춘 시절 대통령이 노태우였다. 그 노태우는 강경대, 김귀정, 한국원 열사 등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아비의 죄를 딸에게까지 씌우지 말라고? 웃기는 이야기다. 2016년에는 노소영은 대구에서 총선에 출마한 김문수를 지지하며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민주화, 더 이상 뒤에서 팔짱끼고 남의 나라 보듯이 해서는 안 된다”는 헛소리를 지껄였다.

와, 니네 아버지가 민주화를 만들었어? 난생 처음 듣는 소리인데? 1991년 니네 아버지 노태우가 벌인 범죄와의 전쟁인가 거시기인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박승희, 김영균, 천세용, 윤용하, 이정순, 김철수, 정상순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이들이 소중한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외쳤던 구호가 “노태우 군사독재 타도”였다.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민주화’라니, 이 무슨 쌉소리인가?

불륜에도 회사 돈을 동원하는 총수


이렇게 말하면 또 “그러면 당신은 최태원 편이냐?”라고 묻는 사람이 나온다. 이런 질문을 들으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또 정색을 해야 한다. 최태원-노소영 재산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차차 살펴볼 테지만, 근본적으로 최태원이라는 사람은 인간 자체가 덜 됐다.

최태원과 불륜을 저지른 뒤 지금 내연관계를 맺고 있다는 김 모 씨는 2008년 서울 반포 에펠바움 2차 아파트를 15억 5,000만 원에 사들인 적이 있다. 그리고 김 씨는 이 아파트를 2년 만인 2010년 4월 24억 원에 팔았다. 시세차액만 8억 5,000만 원이었다.

김 씨가 부동산 투자에 소질이 있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김 씨가 이 아파트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판 과정에 SK그룹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애초 김 씨가 사들인 에펠바움 2차 아파트를 분양한 곳이 바로 SK건설이었다. 그리고 김 씨가 시세차액을 얻고 그 아파트를 판 곳 또한 다름 아닌 SK그룹 해외 계열사 ‘버가야 인터내셔널’이었다.

당시 미국에 살던 총수 내연녀가 강남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사고팔아 8억 원이 넘는 돈을 벌었는데 그 아파트를 산 곳도 SK, 판 곳도 SK라는 이야기다. 나는 최태원이 불륜을 저지르건 말건 아무 관심이 없다. 이런 건 민중의소리가 아니라 선데이서울에서 취재해 보도하면 된다.

그런데 적어도 불륜은 자기 돈으로 하는 게 상식 아닌가? 불륜에 회사 돈을 쓰는 이 뻔뻔한 파렴치범이 국내 4대 재벌 총수란다. 총수를 해야 할 게 아니라 정신감정부터 받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자를 어찌 내가 편을 들어줄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의 재산이 형성된 과정

이혼 소송으로 오가는 돈만 조 단위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이 소송을 ‘세기의 이혼’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최태원과 노소영이 나눠가질 4조 원쯤 되는 재산, 그건 최태원의 것도 아니고 노소영의 것도 아니다.

한국 재벌들이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재산을 불린 사실은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의 지존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이재용은 정식으로 증여받은 60억 원을 20년 만에 9조 원으로 불려 누적 수익률을 15만%를 기록했다. 와, 60억을 1,500배나 불리다니, 가히 편법의 달인이라 불릴 만하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4.16. ⓒ뉴시스

그런데 총액 기준으로는 이재용을 따라잡을 사람이 없지만, 수익률 기준으로 재산을 불린 한국 재벌 중 단연 원톱은 최태원이다. 최태원의 재산이 지금 4조 원쯤 되는데 애초 원금이 고작 2억 8,000만 원이었기 때문이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143만%, 원금을 1만 4,000배나 불렸다.

이재용은 이건희로부터 60억 원을 증여받기라도 했지, 최태원은 대한텔레콤이라는 회사에 꼴랑 2억 8,000만 원 투자한 게 다다. 이것도 당시 시가 10만 원 정도로 추정되던 대한텔레콤 주식을 주당 단 돈 400원에 꿀꺽했다. 누가 10만 원짜리를 400원에 파는 멍청한 짓을 했느냐? SK그룹 주력 계열사였던 유공과 선경건설이었다.

게다가 대한텔레콤은 1994년 SK텔레콤을 삼켰다. 그리고 이 회사는 나중에 SKC&C가 됐는데, SK그룹은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일감을 이 회사에 몰아줬다. 일감 몰아주기가 얼마나 심했는지 2015년 SKC&C가 SK㈜와 합병하기 전까지 이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하는 부당 내부 거래의 단골 고객이었다.

이렇게 부당한 내부거래로 덩치를 키운 SKC&C는 마침내 2009년 주식을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최태원의 보유 지분율은 44.5%였고 상장 직후 시가로 환산된 최태원의 지분 가치는 1조 7,000억 원에 육박했다. 단 10년 만에 2억 8,000만 원을 2조 원에 육박하는 재산으로 불리는 신기를 발휘한 것이다.

이 복잡한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최태원-노소영이 지금 나누겠다고 싸우는 그 재산은 그들의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온갖 불법과 편법을 통해 불린 범죄수익에 가깝다.

또 재판부가 밝혔듯 이들 재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에는 독재자이자 살인자 노태우의 사위 밀어주기가 큰 몫을 했다. 노태우 비자금 300억 원도 이리로 흘러 들어갔다는 거다. 그런데도 이 돈이 니들 돈이냐? 나는 죽어도 동의하지 못하겠다.
내가 진짜 어이가 없는 대목은 최태원-노소영 모두가 사회 공헌 어쩌고를 입에 달고 산다는 대목이다. 횡령 전과 2범인 최태원이 박근혜 정권 때 특사로 출소한 이후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ESG 전도사 노릇을 했단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건 또 무슨 쌉소리2인가 싶었다.

사회적 기업이 안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안 중요하기는커녕 매우 중요하다) 평생을 반사회적으로 살았던 횡령 전과 2범의 재벌 총수가 이 말을 하면 이상해지지 않느냔 말이다. 그런데 이혼소송에서 1조 원이 넘는 돈을 받게 된 노소영도 “재산을 분할 받으면 사회공헌을 실천할 것”이라고 떠든단다.

이건 또 무슨 쌉소리3인가? 니네 아비가 저지른 포악한 독재로 생명을 잃은 열사들의 한이 다 풀리지 않은 판에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민주화” 운운하는 니가 이 대목에서 사회공헌을 운운하면 매우 이상하지 않은가?

세기의 이혼이라며 범죄좌와 범죄자 딸이 범죄로 얻은 4조 원을 니가 많이 갖네, 내가 많이 갖네 하는 꼴을 보고 진짜 부아가 치밀어 잠이 안 온다. 이 나라가 바로 서려면 이런 자들부터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 군부독재와 재벌이 유착해 민중들의 피눈물을 착취한 그 돈, 단언컨대 그 돈은 최태원의 것도, 노소영의 것도 아니다. 그건 우리 민중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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