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애화 칼럼] 농촌지역에서 만나는 ‘쇼핑 난민’

쇼핑 난민, 식품 사막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쇼핑 난민’에 관한 일본 소식을 접했다. “집 근처 슈퍼·편의점 문 닫고, 대중교통 끊겨서 일본 노인 4명 중 1명은 먹거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기사였다. “일본의 농림수산정책연구소의 정의에 따르면, ‘쇼핑 난민’이란 점포까지 500m 떨어져 있고, 자동차 이용이 어려운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말한다.”1)

‘쇼핑 난민’과 함께 ‘식품 사막(food desert)’이란 용어도 최근 화제가 있다. 식품 사막은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의미하는 말이다. 특히 채소, 과일, 우유 같은 신선 식품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마트가 근처에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아직은 생소한 용어가 혹시 우리 현실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할 것인가.

“1970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00년 17.4%였고, 2010년 23.0%에 도달했다. 2000년 들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2021년 16.5%였고 2028년이면 23.3%로 상승할 전망이다.”2) 일본과 같은 쇼핑 난민, 식품 사막화 현상이 이미 우리 농촌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5년, 내년에는 고령화의 비율이 20.3%가 되고,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쇼핑 난민, 식품 사막화 현상은 더욱 악화될 듯하다. 이러한 현상이 먹거리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활필수품을 제대로 구입하기 힘든 상황이면, 보건·의료의 질적 보장은 장담하기 힘들다. 또한 사회적 관계의 고립화로 인한 피해도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대구 동구 반야월종합시장에 오일장이 열렸지만, 뚝 떨어진 기온 탓으로 다소 한산하다. 2018.12.26 ⓒ뉴스1

시골버스 안에서

올해 초에 자가용을 팔았다. 귀촌을 하면서 구입한 차였는데, 대중교통과 시장 등에 접근이 편리한 곳으로 이사를 한 후 차를 없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농촌의 고령화, 나아가 쇼핑 난민 현상을 실감하게 되었다.

대도시와 달리 시골 버스 이용객 대부분은 고령자 여성이다. 보통 고령자라면 65세 이상을 말하지만, 70대 중반까지는 아직 시골에서는 청년이다. 그리고 고령자 중에서 여성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등하교 시간에 만날 수 있는 학생도 많지 않다. 시골에서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폐교하는 중학교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는 원거리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시설이 있어서 평상시에 학생들을 보기 힘들다. 고등교육 기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시골에 위치해 있지 않기 때문에 청년이 눈에 잘 안 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읍에서 리로 들어가는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작은 마을, 리 단위로 들어가는 버스의 하루 운행 횟수는 3~4번에서 7~8번까지 다양하다. 7~8회 버스가 운행되는 곳은 아직도 마을 인구가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거나, 공장 등이 있는 곳이다. 읍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항상 줄을 선다. 어르신들의 버스 대기는 버스 도착 2~30여분 전부터 시작된다. 그 버스를 놓치면 또 2~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는 도시의 버스만큼 붐빈다.

여기서 잠시 버스 안 풍경을 보자. 버스가 도착하여 문이 열리면 짐이 먼저 버스 안으로 던져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팡이에 의지하시거나, 무릎이 안 좋으신 분들이 많아서 읍에서 장보기를 한 보따리를 들고 있다가, 버스가 도착하면 짐을 먼저 버스 안으로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은 버스 문의 안전바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오르신다. 그리고 거의 짐을 굴리면서 자리를 찾는다. 버스에 타는 사람 중 아직도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버스에 오르면 앞좌석이 아닌 버스 뒤편으로 가서 앉는다. 다리 불편한 분들을 앞좌석에 앉게 하려는 나름 이용객들의 문화이다.

오일장이 서는 날에는, 버스 자리를 못 잡은 어르신들이 버스 이곳저곳에 털썩 주저앉는다. 탑승 시간은 길어야 30~40분이다. 그 시간을 서서 가기 힘들기도 하지만, 한 정거장도 서서 가기가 힘들어하신다. 일전에는 버스가 사람이 많아서 두 분이 버스 하차문 계단에 앉으셨다. 그리고 두 다리를 뻗으셨다. 그런데 버스문이 닫히지 않았다. 안전 때문에 계단에 센서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운전사가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두 분은 허리에 힘이 없어서 빨리 일어날 수가 없었다. 뒤에 있던 남자 분이 두 할머니를 도와주어서 겨우 일어났다. 결국 천천히 버스 뒤편으로 옮기어, 뒤편에 앉아 있던 젊은 노인의 자리를 양보받았다. 시골 버스가 마을 정류장에 닿으면 또 짐이 먼저 밖으로 던져졌다. 뒤이어 짐 주인이 하차 문의 안전바를 잡고 내려가셨다. 그곳에 전동휠체어를 탄 어르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렇게 마을 버스 정류장까지는 나올 수 있지만, 읍까지는 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골 버스는 저상버스를 찾기 힘들다.

강원도 횡성군의 농어촌 버스시간표 ⓒ필자 제공

쇼핑 난민, 그 대책

이분들이 이렇게 읍으로 힘든 걸음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버스 밖 시골 풍경, 예전에는 흔했던 버스 정류장 부근의 마을 슈퍼가 보이지 않는다. 읍의 슈퍼마켓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이도 일정 가격 이상 구입해야 한다. 예전에는 면 단위에 오일장이 섰었다. 그러나 이도 없어진 곳이 많다. 적은 횟수라도 운행되는 버스가 언제 운행을 멈출지 모른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다. 온라인 쇼핑도 이들에게는 아직도 익숙지 않다.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의 도움을 받아 이용해야 한다. 24시간 편의점 간판이 있고, 각종 음식점 간판이 있는 곳은 주변에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IC가 있거나, 도시인들을 끌어당기는 관광지가 있는 곳이다. 즉 지역민을 위한 곳이 아니라 타지의 자가용 이용자들이 접근하기 좋게 만든 곳이다.

고령화와 외딴곳의 거주가 반드시 ‘쇼핑 난민’과 ‘식품 사막’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리라. 마을 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마을 인구가 감소하고,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작은 마켓 자영업자들이 버티기는 힘들다. 이제는 공적 제도가 부족한 점을 채워가야 한다. 어느 지역자치단체는 푸드 뱅크 등을 운영하려 한다고 들었다. 일본처럼 민관이 이동형 마트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고령화에 따라서 시골 운행 버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다행히 많은 농촌 지역자치단체가 65세 이상 고령자는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무료 버스 카드를 사용할 버스 운행이 줄어들고 있다. 대형버스보다는 소형마을버스로 마을을 자주 운행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몸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 도입이 시급하다. 평생 살아온 곳, 익숙한 곳에서 최소한의 편리를 놓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필자주
1)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137783.html
2)https://www.yna.co.kr/view/AKR202311210055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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